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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의장 "인플레는 일시적" 되풀이... 테이퍼링 시기는 연준 위원들간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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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준 의장 "인플레는 일시적" 되풀이... 테이퍼링 시기는 연준 위원들간 이견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변수에 대응해 시행 중인 전례 없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물가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연준이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2일로 예정된 미 하원 청문회 증언에 앞서 제출한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역대급 유동성 공급 확대에 한 목소리를 내왔던 연준 지도부 내에서 양적완화 정책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테이퍼링 문제를 놓고 의견차이가 노정되고 있다.

◇파월 “경제 회복세 지속 중이나 코로나 사태 아직 진행형”

법률로도 규정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핵심 임무는 실업률을 최대한 낮추는 동시에 물가를 잡는 것. 그동안은 저물가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통화 팽창 정책을 구사해왔으나 이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연준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고 있다.

특히 실업률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존 정책 기조에서 방향을 트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도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자료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그가 “경제활동과 관련한 여러 지표와 고용지표 등을 보면 지난번 청문회 이후에도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올들어 수십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 백신 접종이 많이 진행됐음에도 코로나 사태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파월 의장은 이어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2조달러(약 2265조원) 이상의 역대급 경기부양 자금이 기업과 공공기관의 고용 유지에 지원돼왔다”고 강조해 코로나 사태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양적완화 기조를 변경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쉽지 않은 일임을 시사했다.

◇고용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이 관건

논란이 뜨거운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 그는 “최근 수개월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이며 장기 인플레이션율이 연준이 목표하고 있는 2% 선으로 결국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떨어질 수 있으려면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실업률이 더 내려가고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악화된 글로벌 공급망이 점차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실업률이 지난 5월 현재 5.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고용인력 부족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고 강조해 여러 경제지표 가운데서도 고용시장의 향배가 연준의 향후 정책 기조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테이퍼링 시점 놓고 연준 지도부간 이견

연준 지도부 내에서도 향후 정책 기조 변경 문제를 놓고 이견이 노정되고 있다. 경제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향후 테이퍼링 시점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이 표출되고 있기 때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양적완화 조치를 거둬들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한 반면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머잖아 양적완화 기조에서 빠져나와 테이퍼링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한 온라인 행사에 참여한 자리에서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중기 전망도 매우 밝다”면서 “그러나 여러 지표와 상황을 보면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가 경기부양을 위한 강력하게 시행해온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할 정도로 충분히 개선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연준 내부에서 테이퍼링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유동성 공급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 교환이 아직 없는 상태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검토를 언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테이퍼링은 고용지표와 인플레이션 목표와 관련해 뚜렷한 진척이 있어야 검토가 가능한 문제”라고 덧붙여 파월 의장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연준 내에서 매파로 분류되는 캐플런 총재와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에 앞서 테이퍼링을 검토할 때가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캐플런 총재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닥치기 전에 지금부터 서서히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불러드 총재 역시 “언제쯤 테이퍼링에 나서야 할지를 연준이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그런 결정을 하루아침에 내릴 수는 없고 논의 과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