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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사면과 ‘반도체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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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사면과 ‘반도체 골든타임’

이 부회장 오늘 감옥서 생일 맞아...‘반도체 위기’ 앞두고 결단 못하는 정부 우유부단 안타까워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30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충남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30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충남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 영어(囹圄)의 몸으로 만 53세 생일을 맞는다.

예년 같으면 글로벌 사업장을 챙기며 세계 초일류 기업의 위상을 과시했겠지만 올해는 옥중에서 홀로 조용히 보낼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그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격전장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는 ‘효자 업종’ 반도체 산업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가 차가운 감방에 갖혀 있는 가운데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지티뎬루(臺灣積體電路)공사(TSMC)의 질주는 무섭기만 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모든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 제패를 선언하고 달렸지만 지금은 모든 게 정지된 상태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 심지어 일본마저도 삼성의 향후 먹거리를 야금야금 빼앗아 가고 있다.

이 부회장 사면론이 갈수록 힘을 얻는 것도 자칫 우리의 사법 리스크로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위협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따른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체 국민의 70%, 심지어 일부 조사에서는 거의 90% 이상이 이 부회장 사면을 절대 찬성하고 있는 모습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것 뿐이겠는가. 대구상공회의소 등 등 각종 지역 경제단체도 거의 연일 이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레토릭은 달라진 게 없다. 여론과 시점을 보고 사면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대답만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되풀이되고 있지 않는가.

국민 70~80% 이상이 사면을 지지하고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지역 경제단체가 사면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살펴본다는 얘기는 무슨 궤변인가.
좀 더 솔직해보자. 국민 80% 이상 여론이 아닌 전체 국민의 30%도 안되는 ‘대깨문’ 눈치를 보고 있다는 오해도 나올만 하지 않는가.

국정(國政)의 최대의 적은 우유부단이다.

“약한 국가는 결정을 내릴 때 언제나 우유부단하고 우유부단은 지도자를 파멸로 이끄는 악(惡)(Indecision is a policy that leads to weakness and it is a destructive vice in a leader)”라고 설파한 마키아벨리의 경구(警句)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햄릿 모습처럼 정치의 최대 적은 ‘햄릿증후군(Hamlet Syndrome)’이다. 정치는 머뭇거림이 아닌 ‘감동드라마’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가의 역할은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세금을 내는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돕는 게 기본이다. 기업을 오히려 겁박하고 기업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문대통령이 얼마전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조속한 사면을 단행해도 될 시점이 됐다.

이왕 할 것 같으면 더 이상 민심의 간을 보거나 뜸 들일 필요가 없다.

문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하면 그의 결단력과 국가 경제를 살리려는 통찰력,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과 중국의 견제를 없앨 수 있는 용기 있는 결정이 될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