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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회복 빠른데 고용시장만 더딘 6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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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회복 빠른데 고용시장만 더딘 6가지 이유

미국의 비농업분야 일자리 증가 추이.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2~4월 추락한 뒤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최근 들어 오히려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진=워싱턴포스트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비농업분야 일자리 증가 추이.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2~4월 추락한 뒤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최근 들어 오히려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저임금 직종이나 고용 수급이 불안한 업종 등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음을 여러 지표가 증거하고 있으나 고용시장의 코로나발 한파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는 뜻.

전국민 집단면역을 목표로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방역 조치도 눈에 띄게 완화되고 있는 와중에 확인되고 있는 미국 노동시장의 이같은 흐름은 통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에도 대비해야 할 책무가 있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기업에 대한 근로자 고용유지 지원 등을 포함한 역대급 통화 확대 정책을 거둬들이는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도 다른 지표와 달리 고용시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진단과 해석이 다각도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CNN이 현재 목도되고 있는 미국 경제 회복과 노동시장 회복의 불일치 현상의 배경을, 미국 근로자들이 예상보다 신속하게 일자리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왜 빚어지고 있는지를 크게 6가지 측면에서 짚어봤다.

◇사상 최고 일자리 증가의 의미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4월 중 일자리 증가 현황에 어떤 경제 지표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반가운 소식이 확인됐다. 비농업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는 약 930만개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기 때문.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일자리가 배로 급증한 셈이다.

고용지표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실질적인 경제 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일뿐 아니라 정부가 고용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고용유지 지원금을 과감하게 풀 수 있도록 역대급 유동성을 푼 통화당국의 향후 기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
그러나 여기에는 복병이 하나 숨어 있다는게 CNN의 분석이다. 일자리가 다시 급증했다는 것은 코로나발 정리해고의 광풍이 잦아들었다는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일자리 증가가 미 전역에서 거의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 이동이 이례적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일자리가 증가한만큼 그 자리가 채워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사상 최고 이직률


미국의 이직률이 최근 20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아울러 살펴봐야 할 지표다. 미 노동부 자료에 띠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무려 400만명의 경제활동 인구가 일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률이 이처럼 높아졌다는 것은 새로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노동시장에서 매우 강해졌다는 뜻이다. 경제가 회복세를 맞았다는 것을 직장인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이번 기회에 좀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나 새로운 일자리를 모색하고 나섰다는 의미.

높은 이직률은 산업현장의 일자리 자체가 크게 늘었다고 해서 그 자리가 곧바로 채워지라는 보장이 없음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는 정리해고 당하기 바빴던 미국 직장인들이 이제는 일자리를 고르는 입장에 놓였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기록적인 신규 창업 건수


샐러리맨 생활을 선택하지 않고 사업체를 차리는 경우가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도 주목할만 하다는게 CNN의 진단이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미국의 신규 창업 건수는 250만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전체 신규 창업 건수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특히 소매업, 운수업, 물류업, 건설업, 부동산업 등에서 신규 창업이 가장 활발했다.

이는 스타트업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예전처럼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또하나의 이유다.

◇임금 상승


소매업, 식당과 호텔을 비롯한 접객업, 물류업 등을 중심으로 임금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 업종들은 경제 회복기를 맞아 일자리 보충이 가장 시급하지만 구인난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저임금 직종이기도 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인난을 급한대로 해결하는 동시에 현재 고용하고 있는 인력의 유출도 막을 목적으로 임금을 올리고 있는 것. 임금을 인상해주는 것부터 채용 보너스를 제공하거나 무료 급식을 제공하거나 장학금 대출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센티브가 현재 활용되고 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 학력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가장 큰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넉넉해진 실업수당


실직자들에게 전례 없이 많이 지급되고 있는 실업수당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코로나발 역대급 경기부양책으로 실업수당이 전례 없이 늘어난 것이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가로막는 ‘최고의 장애물’이 됐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지만 넉넉해진 실업수당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되찾는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는게 CNN의 진단이다.

다만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실업수당과 재취업의 상관관계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실업수당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부터 600달러(약 67만원)가 지급된데 이어 지난해 8월부터는 300달러(약 33만원)로 조정돼 지급되고 있다.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은 당초 지난 3월 끝날 예정이었던 이 300달러 실업수당의 지급을 오는 9월까지로 연장했다.

◇코로나와 육아 문제


바이든 정부가 육아 책임을 지는 여성에 대한 지원책으로 저소득 가정의 자녀 1명당 매월 최대 300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새로운 자녀양육 보조금을 다음달 중순부터 지급키로 한 것도 노동시장의 흐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간 고용조사업체 ADP의 넬라 리처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구인난을 단순한 구인난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면서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특히 육아 문제를 비롯해 여성의 고용시장 진입에 걸림돌이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는데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