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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선 시네루·시끼, 방송선 뱅크샷·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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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선 시네루·시끼, 방송선 뱅크샷·리버스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3] 프로당구 PBA-LPBA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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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영은 기자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당구 결승에서 강동궁과 스롱 피아비가 남녀부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명승부였다. 이번 대회 여자부 스롱 피아비의 ‘이주여성 성공기’와 강동궁의 ‘불가능 했던 역전 우승’ 이야기는 당구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줬다.

당구에 빠진 직장인, 은퇴자에 이어 손에 큐대를 들고 있는 어린이들이 늘 것이 눈에 보인다. 적은 금액으로 큰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어 기업들의 팀 운영과 후원이 잇따른다. 사람이 몰리니 돈이 따라 붙는 형국이다.
한국은 3쿠션 당구 세계 강국이다. 프로당구협회(PBA)를 설립하고 잇단 대회를 개최, 3쿠션 부문 프로화를 이끌고 있다. PBA에는 전세계 선수들이 몰린다. 경기는 유튜브로 전세계에 중계된다. 실시간 접속이 1만 명이 훌쩍 넘는다. 프로당구 대회로 성공했다.

옥에 티는 있다. 바로 외국어(일본어와 영어) 당구용어다. 그래도 방송에서는 많이 순화됐다.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동네 당구장에 가면 ‘선배’들이 내뱉는 일본식 용어를 물려받아 그대로 사용한다.

"시네루 주고 시끼로 바짝 당겨 쳐." “갸꾸로 쳤더니 후루꾸로 맞았네.”

이 말은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

“회전 주고 바짝 끌어서 당겨 쳐.” “역회전으로 쳤더니 재수로 맞았네.”

시네루(회전), 갸꾸(역회전), 맛세이(찍어치기), 오시(밀어치기), 시끼/히끼(끌어치기), 겐세이(수비), 히로(실수), 후루꾸(재수), 나미(빗겨치기), 다대(길게치기), 황오시(세게 밀어치기), 짱꼴라(빗겨치기). 쎄리(모아치기), 겐빼이(복식경기) 등... 정말 많다. 실제로는 이 것의 몇 배 된다.
정체모를 용어도 있다. 쫑(키스), 돛대(1개 남김), 떡(붙음), 똥창(구석) 등. 우리말 같기도 하고 외국어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당구는 유럽에서 귀족 스포츠로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구한말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 순종황제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때 ‘구식 일본 용어’가 함께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용어는 현재 일본에서도 잘 쓰지 않는다.

일본식 당구용어를 한국어로 바꾸자는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많이 고쳐졌다. 하지만 아직도 방송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동네’에서도 여전하다.

방송에서 일본어를 쓰지 말자는 움직임에 나온 대체어가 영어다. 뱅크샷(빈 쿠션), 리버스(역회전)가 대표 사례다. 뱅크샷은 공이 아닌 쿠션을 먼저 친다. 우리말로 ‘빈쿠션 치기’다. PBA 해설자가 쉴 새 없이 뱉어내는 ‘키스’도 어색하다. 공과 공이 부딪히는 때 쓰는 말이다. 이 경우 속어지만 ‘쫑’이 느낌 있다.

정체불명 일본식 당구 용어, 바람직한 것은 고운 우리말 선택이다. 어렵다면 차라리 정확한 외국 원어로 표기 하는 것이다.

당구 인구가 늘고 있는 지금이 용어 순화 적기다. 지금 고치자.

감수 : 황인석 경기대 교수·문화관광특별위원장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