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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식품부 장관은 사퇴하라는 농민 절규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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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식품부 장관은 사퇴하라는 농민 절규에 답하라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농림축산식품부가 경마업계와 모든 말산업계가 한 목소리로 외쳐 온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끝내 거부했다.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는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농식품부의 끈질긴 반대로 지난 2월 1차 심의 때처럼 이번에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국민 공감대가 없고 경마에 불신이 커 온라인 발매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6개월째 되풀이하고 있다.

언뜻 들으면 농식품부가 온라인 발매에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모습처럼 비친다. 그러나,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농식품부가 보여온 행동을 보면 '신중'보다는 '무능함의 극치'에 가깝다.

국회 농해수위 여야 의원들은 지난 2월 1차 법안심사 때 온라인 발매에 반대한 농식품부에게 다음 법안심사일까지 온라인 발매를 계속 반대할 경우 대안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농식품부는 수차례 지연하다 4개월 만에 열린 지난 24일 2차 심사 때까지도 국회가 요구한 대안을 만들어 오지 않았다.

한국마사회와 말산업계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부터 온라인 발매 도입을 요구했으나, 농식품부는 이 때부터 지금까지 2년 넘게 반대하면서도 아무런 대안도, 보완방안도 만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농식품부가 소관 상임위 여야 의원 모두의 요구를 번번히 묵살하면서 비협조 태도를 견지하면, 상임위 역시 농식품부의 각종 정부 입법안이나 예산안을 호의적으로 다뤄 줄 이유가 없다. 결국, 피해는 농식품부가 관할하는 말산업계와 농축산업계에게 돌아간다.
또한, 농식품부는 국민 공감대가 없고 국민 불신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국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 사이 같은 사행산업인 경륜과 경정의 온라인 발매 법안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이로써 본질상 온라인 베팅이 불가능한 '카지노'와 규모가 작은 '소싸움'을 제외하고 국내 7개 사행산업 중 온라인 발매를 못하는 산업은 '경마' 하나만 남게 됐다.

사행산업을 엄밀히 구분하면 로또 등 복권은 오로지 운에 의존해 당첨 여부가 결정되는 반면, 경마·경륜·경정·스포츠토토는 경기 분석 등 이용자의 능력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스포츠토토는 2001년 도입 초반부터 온라인 발매가 허용됐고, 경마·경륜·경정은 오로지 같은 '경주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은 부류로 취급돼 온라인 발매가 금지돼 오다가 최근 경륜·경정은 온라인 발매를 통과시켰다.

결국, 기획재정부가 관장하는 복권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는 토토·경륜·경정은 모두 온라인 발매가 허용된 것과 달리 농식품부가 관장하는 경마만 정작 '주무부처의 반대'로 여전히 족쇄가 채워져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전국 경주마 생산농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1년 반 사이 절반 가량 폐업했다. 정작 그동안 농식품부가 말농가 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방안은 없었고, 마사회 유보금 활용 등 '곳간'을 축내는 소모성 지원뿐이었다.

참다 못한 경주마 생산농가와 경마 종사자들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의 사퇴를 공개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김현수 장관이 말산업 관련법에 따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김 장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임 또는 파면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극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더 극한 갈등과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말산업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국회 농해수위 여야 의원들은 농식품부에게 이달 말까지 경마의 국민 인식개선 방안, 경마 관련 세제 개선 방안 등을 담은 온라인 마권 발매 정부입법안을 제출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한다.

만일, 국회의 최후 통첩에도 농식품부가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면서 아무런 대안도, 개선안도 내놓지 않는다면 김현수 장관의 책임론은 본격적으로 불 붙을 수 있다.

즉, 지난 2년간 온라인 발매를 거부하면서 아무런 대안이나 개선안을 내놓지 않은 '부작위' 책임, 다른 사행산업과 형평성을 외면해 경마 종사자를 사실상 '차별'한 책임, 말생산농가의 대량 폐업을 방치해 말산업육성법상의 '말산업 육성 책무'를 소홀히 한 책임에서 김 장관은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말산업의 시장점유율을 2년만에 30%대에서 9%대로 '몰락'시키고, 말산업 종사자가 1년 반 새 절반이 폐업하도록 방치한 농식품부가 과연 주무부처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김현수 장관은 농식품부가 말산업 붕괴의 주범이라고 외치며 사퇴를 요구하는 말산업 종사자들의 절규에 답해야 할 것이다.

◆김종국 교수 약력

(역임) △한국마사회 경마본부장(상임이사)·공정본부장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사행산업정책 연구포럼위원

(현재) △한국복권학회 부회장 △한국축산학회 이사 △한국관광레저학회 이사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전문위원 △세종대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건국대 LINC사업단 산학겸임교수 △럭(Luck)산업정책연구소 대표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