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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보수, ESG 성과 연계해선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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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보수, ESG 성과 연계해선 안 되는 이유

앨릭스 에드먼스 런던비즈니스스쿨 재무 전문가, 'ESG파이코노믹스' 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 ‘ESG파이코노믹스’. 사진=아마존이미지 확대보기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 ‘ESG파이코노믹스’. 사진=아마존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이 다양한 이유로 격변의 물결을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전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된 결과 기업의 근무 방식에 대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사태에 못지 않게 향후 기업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것이 있으니 환경(Environment)·책임(Social)·투명경영(Governance)이라는 가치, 그동안 비재무적 성과로 일축해왔던 지표를 중시하는 이른바 ‘ESG 경영’이다.

세계 굴지의 IT 대기업 애플이 내년부터 임원들에게 주는 보너스에 ESG 경영 성과를 반영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ESG 경영은 경제계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업 경영진에게 주는 보수와 ESG 경영 성과를 연계시키는 방안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그런 식의 접근이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

이런 가운데 ESG 찬성론자임을 자처하는 세계적인 재무 전문가가 CEO 보수와 ESG 경영 성과를 연동하는 것은 단견에 불과하다면서 도전적인 대안을 제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CEO 보수-ESG 성과 연계의 논리


CEO 연봉과 ESG 지표를 연계시키는 방안에 찬성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논리는 ESG 경영에 적극적인 기업이 좋은 평판을 얻는 시대가 왔으므로 ESG 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임원진에게 제공하면 기업의 경영 실적도 마찬가지로 개선될 것이라는 것.

이런 논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인 사모펀드업계에서 경영진 성과 지표에 ESG 지표를 반영키로 한 것이 비근한 예.

두 번째 중요한 논리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로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겠다는 기업이 실제로는 행동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하는 꼴이 되기 때문, 오히려 이미지만 깎아먹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목표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방안”


이 논란에 정면으로 뛰어든 인물은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저명한 재무 전문가 앨릭스 에드먼스. 최근 펴낸 신간 'ESG파이코노믹스(Pieconomics)'를 통해 정해진 파이보다 파이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사회적 가치와 이윤 창출은 적대 관계가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물이다.

에드먼스 교수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CEO 보수와 ESG 성과를 연계시키면 안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올린 기고문에서 “CEO 보수와 ESG 성과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전제한 뒤 문제 의식에는 동의하지만 접근 방법이 잘못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방안은 훌륭한 아이디어 같지만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하는 목표를 오히려 달성하기 어려운 방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경영 성과와 ESG 성과는 다르다”


에드먼스 교수는 우선 “일반적으로 임원진의 경영 성과를 따지는 지표는 간단하지만 ESG 성과는 그 특성상 적용되는 지표가 매우 복잡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재무인 성과에 속하는 ESG 성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예컨대 사원 채용 과정에서나 임원진을 발탁할 때 유색 인종의 수를 늘린 것만으로 인종 다양성 확대 정책을 편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

전문적인 ESG 평가기관들 사이에서도 성과 지표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을만큼 ESG 성과를 지표화하는 것은 지난한 일일뿐 아니라 불공정 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게 에드먼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그간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ESG 경영 전략은 확실한 입장을 갖고 구체적으로 설정한 목표에 주력할 때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회사 외부의 목소리나 압력에 떠밀려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보너스 전면 폐지, 장기 스톡옵션이 대안”


에드먼스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 지급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장기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경영진으로 있는 동안이나 5년에서 10년 안에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단기 성과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ESG 경영을 추진한 결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ESG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책이라는 것이다.

그가 이런 대안을 내세우는 근거는 첫째, ESG 경영 성과는 몇 년 안에 단기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둘째, 장기적으로 경영 성과를 논해야만 단기적인 경영 성과 지표를 둘러싼 시비와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장기적으로 ESG 경영 성과를 따지자는 그의 접근은 기업이 이윤을 얻는 대상, 즉 파이라는 것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는 철학에 기반해 있다.

그는 저서 ESG파이코노믹스에서 조직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를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 집중할 때 주주, 근로자, 고객, 공급자, 지역사회 등 모든 사람의 몫을 키우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책임 있는 기업은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을 통해 이윤을 더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