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전 외국인 지분비율 급감에 "정부 규제 피로감 때문"

공유
0

한전 외국인 지분비율 급감에 "정부 규제 피로감 때문"

文정부 출범 뒤 2017년 30%대, 지난해 24%대, 올들어 15.54% 급감...내국인 지분은 늘어
'동학개미' 소액투자자들 "연료비연동제 유보로 주가 약세 손실 우려" 집단소송 움직임

지난 2019년 7월 한전소액주주 장병천 대표(왼쪽 3번째)와 관계자들이 정부와 한전을 형사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7월 한전소액주주 장병천 대표(왼쪽 3번째)와 관계자들이 정부와 한전을 형사고발하는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최근 한국전력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 비율이 급감한 원인을 놓고 연료비연동제 적용 유보 등 정부의 지속된 규제에 따른 피로감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 공백을 '동학개미'로 불리는 내국인 개인 투자자가 메우고 있으나, 지속되는 한전 주가 약세로 손실이 우려되자 일부 소액주주들은 정부와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한전 주가 동향과 주주들 실제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한전의 외국인 지분율은 15.54%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외국인 투자자는 한전의 전체 발행주식 약 6억 4196만주 중 9973만 주를 보유하는데 그쳤다.

외국인은 정부지분 등을 제외하고 전체 지분 중 40%에 해당하는 약 2억 5679만주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이날 외국인 보유주식 수는 최대 한도의 38.8%에 그친 셈이다.

한전의 외국인 지분율은 2016년 6월 3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문재인 정부 들어 꾸준히 감소했다.

2017년 말 30%대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2018년 말 28%, 2019년 7월 26%, 지난해 말 24%대로 조금씩 감소하다가, 최근 들어 감소 폭이 더 가팔라졌다.

한전 주식의 국내 지분 비중은 ▲한국산업은행 32.9% ▲기획재정부 18.2% ▲국민연금공단 6.94% ▲KDB생명보험 0.03% 순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감소한 만큼 내국인 개인 투자자 지분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한전 소액주주는 "지난해 시작된 '동학개미' 현상의 하나로 한전에 소액주주 투자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줄어든 이유이다.

일각에서는 석탄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 등이 거론되지만, 한전 투자자들은 정부의 한전 규제에 따른 '피로감'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한전 소액주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공공복지 목적을 위한 비차별 규제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는 한전 전기요금 규제가 ISD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한전 투자에서 발을 빼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18일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 도입을 발표하고,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

실제로 제도 도입 발표 직후 한전 주가는 3만 50원으로 올라 52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분기 때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하한 이후 2·3분기에는 연료비가 상승했음에도 조정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조정단가 적용 유보 통보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물가 상승 등 어려움을 겪는 국민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3분기 요금 동결 발표 때에는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혜택 축소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연료비연동제 도입 이후 1차례 인하, 2차례 유보에서 보듯이 제도 도입 이전처럼 매번 정부가 승인하던 때와 다를 것이 없다면서 사실상 제도를 유명무실화 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 달 간 한전 주가는 3분기 전기요금 인상 기대감에 상승세를 탔지만, 지난 21일 3분기 요금 동결 발표 직후 16개월여 만에 최대폭인 6.88%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28일 현재 2만 5000원을 밑돌고 있다.

일부 한전 소액주주들은 조만간 정승일 한전 사장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업무상 배임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형사 고발한다는 계획이며, 민사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전 소액주주는 "한전은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되면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을 조정단가에 반영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배임 혐의를 피하기 위한 수사(修辭)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전의 내국인 투자자들은 연료비 연동제 시행을 믿고 투자했는데 정부가 스스로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만큼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 대표는 "한전은 전기요금 규제 외에도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운영자금 출연, 신재생에너지 투자확대 등 정부 정책으로 손실 누적이 심각하다"며 "그 피해는 결국 후대의 세금 부담으로 귀결된다. 정부는 한전 투자자와 후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연료비연동제와 전력시장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