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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드레스, 바이브, 에센셜...‘있어 보여 쓰는’ 패션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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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드레스, 바이브, 에센셜...‘있어 보여 쓰는’ 패션용어?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6] 패션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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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 드레스는 캐주얼한 데이 웨어는 물론

관능적인 나이트 웨어로도 활용하기 좋다.
미니멀한 슬립 드레스로 1990년대 바이브를

은밀하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달콤한 파스텔컬러와 볼드하거나

빈티지한 패턴의 슬립 드레스도 주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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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잡지에 나온 글이다. 병원, 은행 대기 때 보라고 비치돼 있다. 외국어 범벅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 등이 세계 패션을 이끌고,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세계 표준’이 되었다고 해도 심하다. 이해 어려운 10대 신조어를 보는 듯 외계어 수준이다.
하나하나 해석해봤다.

슬립 드레스란 속옷처럼 보이는 원피스를 가리킨다. 정장이 아닌 가벼운 옷차림이란 캐주얼은 자리를 잡은 용어다. 데이 웨어, 나이트 웨어 이건 영어를 알면 그나마 이해 가능하다. 낮에 입는 옷, 밥에 입는 옷이라고 추측된다.

미니멀 혹은 미니멀리즘 스타일은 ‘디자인을 가능한 제거한 인체 실루엣이 드러나는 옷’, ‘최소 옷으로 스타일링을 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쉽지 않은 개념이다. 바이브도 만만찮다. 바이브(Vibe)는 ‘분위기, 낌새, 느낌’이라는 뜻이다. ‘1990년 바이브’는 ‘1990년대 감성’이라는 멋진 표현도 가능한데... 지나친 현학이다.

파스텔 컬러와 볼드는 또 뭔가. 파스텔 컬러는 연하고 부드러운 색상이다. 볼드(Bold)는 ‘선이 굵다’는 의미다. 남성 분위기 패션을 일컫는다. 빈티지는 중고 감각 패션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옷이다.

--비비드한 컬러, 다양한 텍스처로 메이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서머 에센셜.--

또 다른 사례다. 이것도 쉽지 않다.

비비드는 밝고 선명, 그리고 텍스처(Texture)는 질감, 멋이란 표현이다. 에센셜(essential)은 필수란 뜻으로 썼다.

영어, 불어 외에 일본 의류관련 용어도 많다. 뿌리도 깊다. 봉제 산업이 일본 영향을 받아서 의류 제작과 관련된 용어가 많다. 우라(옷의 안감), 요꾜(가로), 다데(세로), 미츠마키(세겹말아박기), 시보리(조르개), 우라이스(쭉 늘어나는 소재), 보카시(바림짜임), 카라티(폴로 셔츠) 등 수두룩하다. 일본어가 입에 익어서 우리말이 되레 낯설다.

패션계에서 외국어가 왜 이렇게 남발될까. 우리말로 쓸 마땅한 용어가 없거나 풀어써도 복잡하다 생각에 사용한다는 쓴다는 대답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쉬운 우리말로 써도 나쁘지 않은 말들이 적지 않다. 패션업계 전문가, 그들이 아는 용어를 국민들은 잘 모른다.

소위 있어 보여서? 혹은 촌스러워서? 이런 문제로 우리말을 홀대한다면 ‘문화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감수 : 황인석 경기대 교수·문화관광특별위원장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