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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전문가 "한일관계 개선은 양국에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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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전문가 "한일관계 개선은 양국에 이익"

호세이대학교 사카베 아키오 교수, 문화‧군사안보 모두 손실 주장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자 미래를 위한 동반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자 미래를 위한 동반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일본에서 경제통으로 알려진 호세이대학교 사카베 아키오 교수는 최근 한일관계 악화가 양국 모두에 경제적인 것은 물론 문화적‧군사안보적으로 모두 손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조속한 시일에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양국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 경제학자 한 사람의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본 주류에서는 여전히 한국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 완고하지만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일본과 한국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진영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여론이 점차 힘을 얻어 가고 있다.

◇1980년대 이래 양국 경제 협력 가속화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과 미국 간의 치열한 반도체 마찰이 발생하자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기술 이전이 가속화되었다.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 등의 기술 이전이 일본 전자 제품 제조업체에서 한국 기업으로 넘어가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발전했다.

1989년 LG는 히타치와 파트너십을 통해 비너스 일렉트로닉을 설립했다. 비너스 일렉트로닉은 여러 단계를 거쳐 오늘날 한국 메모리 반도체 거대 기업인 SK하이닉스탄생 과정에 역할을 했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수입과 기술 이전으로 한국 가전제품(이후 디지털 가전제품)과 반도체 생산능력이 높아졌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부품, 정밀가공을 가능하게 하는 일반 기계를 포함한 전자기기가 한국의 대미 수출의 주요 품목이 되었다.

◇IMF 이후 일본 기술 이전 확대


1988년 이후 코스피와 월간 무역수지 간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았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주가가 상승하면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 통화 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일본의 정밀 제조업에 대한 접근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했다.
1997년 11월, IMF 금융지원을 받은 이후 한국 기업들의 경영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일본으로부터 기술 협력도 강화되고 이 결과 한국 수출의 구성 요소에 변화가 서서히 나타났다.

IMF 변화 중 하나는 화학제품의 소폭 증가다. 1988년 1월 화학제품은 한국 수출의 약 14%를 차지했다. 아시아 통화 위기 직후까지 10%대였다. 그러던 것이 1998년 가을 이후 화학제품의 수출이 점차 증가하고 2000년대에는 증가폭이 크게 늘었다.

1990년대에 삼성전자는 도시바로부터 NAND 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기술 솔루션을 받았다. 아시아 통화 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 요소였다.

한국은 아시아 통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및 가전제품의 양산 시스템을 강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입증하고, 미국의 주요 IT 기업의 성장에 힘입어 반도체 및 기타 제품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일본의 기술 지원을 적극 활용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화학제품에 대한 한국의 수요는 높아갔다.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원자재와 재료들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되었다.

IMF이후 한 때 한국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던 일반 기계의 수출은 감소하고 이후 일본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초정밀 혹은 반도체 장비에 대한 해외 수출이 늘어났다.
한국과 일본이 가치사슬을 유지해 경제력을 견고히 하는 것이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 목소리를 그나마 견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과 일본이 가치사슬을 유지해 경제력을 견고히 하는 것이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 목소리를 그나마 견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향후 한일관계


80년대 이후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약 40년 동안 무역 통계에 따르면 1988년 이후 대부분 일본은 한국에 대해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했다.

1988년 1월 기준으로 일본의 한국 수출을 살펴보면 가장 큰 수출 품목은 전기장비(약 28%, 반도체, 오디오, 비디오 장비 등 전자부품, 부품), 두 번째는 일반기계(23%, 금속가공 기계, 펌프 등)였다.

한편, 2021년 5월 기준 한국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것은 화학제품(24%,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수소불소 등), 두 번째는 일반 기계(21%)다.

실리콘 웨이퍼 및 기타 제품은 과학 및 광학 장비와 같은 특수 취급 제품으로 분류되며 한국 수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미세하고 정밀한 제조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사업인 반도체 분야의 경우 대만TSMC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데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에 경쟁력을 가지려면 일본이 보유한 초정밀 기술분야에 대한 기술 협력이 꼭 필요하다.

일본 초정밀기술과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술이 힘을 합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독자적 기술력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중장기 발전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의 무역 환경을 안정화, 강화하는 방안은 꼭 필요하다.

한편, 일본도 경제력을 유지‧발전하려면 초정밀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유지하면서 일본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한국과 기술 협력이 중요하다. 양국이 강점을 가진 기술을 토대로 상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이 가치사슬을 유지해 경제력을 견고히 하는 것이 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 목소리를 그나마 견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