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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인생 후반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이제야 보이는 것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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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인생 후반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이제야 보이는 것들' 출간

사람과나무사이가 출간한 책 '이제야 보이는 것들'은 금융 분야에서 저마다 크고 작은 ‘산 정상’에 올라본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을 비롯한 임원 출신 의산포럼 회원 19인이 은퇴 후 인생 후반에 ‘산을 내려가면서’ 얻은 따뜻한 시선과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사람과나무사이가 출간한 책 '이제야 보이는 것들'은 금융 분야에서 저마다 크고 작은 ‘산 정상’에 올라본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을 비롯한 임원 출신 의산포럼 회원 19인이 은퇴 후 인생 후반에 ‘산을 내려가면서’ 얻은 따뜻한 시선과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산을 오를 땐 정상만 보이고 산을 내려갈 땐 인생이 보이고 세상이 보인다”

평생을 금융권 발전에 헌신한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과 의산포럼 회원들이 금융인의 시각에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람과나무사이가 출간한 책 '이제야 보이는 것들'은 금융 분야에서 저마다 크고 작은 ‘산 정상’에 올라본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을 비롯한 임원 출신 의산포럼 회원 19인이 은퇴 후 인생 후반에 ‘산을 내려가면서’ 얻은 따뜻한 시선과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제야 보이는 것들'에 실린 21편의 글은 마치 ‘나무’를 닮은 듯 했다.

나무는 나무이되 고산준령(高山峻嶺) 험한 산세의 기암절벽에 홀로 자라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청정거목(淸淨巨木)이라기보다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제각각 다른 모양과 결을 지닌 야트막한 산등성이의 친숙하고 정감 어린 나무들이다.

한편으로는 넝쿨장미 ‘꽃’을 닮았다.

홀로 피어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맘껏 뽐내는 장미 ‘퀸 엘리자베스’나 ‘톱 스크리트’보다는 한데 어우러져 풍성한 매력을 발산하는 바로 그 ‘넝쿨장미’ 쪽에 더 가깝다.

어느 한두 송이가 특별히 아름답고 향기로워서 넝쿨장미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만들어지지 않듯 이 책의 글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소중함과 여운을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언어로 담아낸 글에서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가슴 아픈 사연을 담담히 적어 더 큰 감동을 주는 글, 인생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깊은 통찰을 지닌 글, 우리가 함께 발 디디고 살아가는 한국 사회에 관한 날카로우면서도 애정 어린 조언을 담은 ‘죽비’ 같은 글에 이르기까지 독자에게 작은 깨달음과 화두를 던져주는 글로 빼곡하다.

신간 '이제야 보이는 것들'은 ‘의산포럼’ 회원 19인이 은퇴 후 인생 후반에 ‘산을 내려가면서’ 얻은 인생과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시선을 담은 21편의 글을 모았다.

'이제야 보이는 것들'은 ‘의산포럼’ 회원 19인이 은퇴 후 인생 후반에 ‘산을 내려가면서’ 얻은 인생과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과 따뜻한 시선을 담은 21편의 글모음집이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의 아호 ‘의산(義山)’을 따서 지은 의산포럼은 이종휘가 은행장 재임 시 함께했던 우리은행 임원진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이 취임한 지난 2008년 6월 즈음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계가 큰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였다.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정도경영(正道經營), 정도영업(正道營業)이다.

이 전 행장은 임원진의 솥발처럼 든든한 협력과 지원을 받아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하여 우리은행을 더욱 탄탄하고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은행장 퇴임 후에도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의산포럼에는 의산 이종휘의 그런 삶의 철학과 태도가 깊이 스며 있으며, 회원 35인이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 우의를 다지는 한편 각자 아름다운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외에 18명으로 명단은 가나다 순으로 다음과 같다.

구철모, 금기조, 김계성, 김병효, 김시병, 김장학, 김종근, 김철호, 백국종, 서만호, 손근선, 이창식, 전성찬, 정징한, 조용흥, 최만규, 최칠암, 황 록

책은 서문과 1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문은 세상을 함께 산 ‘우리’ 이야기가 담겨있다.

1부는 세상의 모든 창, 2부는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중 일부를 작가의 양해를 얻어 내용 일부를 소개해 본다.

‘아호’로 불러줘


2011년 정초에 본점 연회장에서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세운 새해 경영 목표와 아호를 붓으로 정성껏 써보는 ‘휘호(揮毫) 행사’를 개최했다. 사업본부의 임원 각자에게 주어진 한 해 동안의 경영 목표 달성 의지를 담은 사자성어나 짧은 글, 그리고 아호를 저마다 직접 쓰게 하고 낙관(落款)으로 마무리한 뒤 차례로 돌아가면서 자기가 쓴 글의 뜻과 각오를 밝히도록 하는 행사였다. 내가 알기로, 이는 은행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기업에서도 결코 흔치 않은 특별한 이벤트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붓글씨를 써본 경험이 있는 임원이 몇이나 되겠으며, 설령 써봤다 하더라도 대부분 수십 년 전 학창 시절에 몇 번 써본 것이 전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터라 우리는 명망 높은 서예가 두 분을 초빙해서 원 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모두 처음엔 당황스러워했으나 이내 적응하는 눈치였다. 아무튼, 당시 그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임원에게 2011년의 휘호 행사는 분명 신선한 체험의 시간이었으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이지 않았을까. 조용히 먹을 갈면서 그 향을 몸소 느껴보고, 붓으로 한자(漢字)나 한글을 정성껏 써보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하고도 가치 있는 체험이리라.

당시 나는 두 가지 기본 취지로 ‘휘호 행사’를 기획했다. 첫째,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 해 사업 목표 달성의 각오를 다져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둘째, 그 기회를 활용해서 임원들 각자가 자기 아호를 하나씩 갖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임원 상호 간 호칭을 은퇴 후에도 현직 때의 직급이나 직책으로 부르게 될 터인데, 난 그것이 조금은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연장선에서, 당시의 동료들이 은행을 떠난 뒤 서로를 아호로 부르면 나름대로 운치도 있고 인간관계에도 도움 되리라 믿었다. 실제로 은퇴한 지 벌써 십여 년이 지난 요즘 우리는 모두 자연스럽게 서로를 아호로 부르고 있다. 전화할 때나 문자 보낼 때, 대화할 때 아호를 사용하다 보니 심지어 본명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을 정도다.

아내의 유언을 따르지 않은 까닭


2010년 12월 안성연수원에서 신임임원 워크숍이 열렸을 때의 일이다. 신임임원들이 각자 소감과 각오를 말하는 시간이었는데,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다. 그 순간, 불현듯 죽은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다.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나의 아내 영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늙었을까? 지금 그녀가 내 앞에 있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당신, 죽기 전 제가 부탁한 일들을 잘 지키고 있나요?’라고 묻지 않을까? 아내를 둘러싼 이런저런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자 그리움과 설움이 복받쳐서 서럽게 울 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2021년,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 보니 그녀와 함께 살았던 기간과 엇비슷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것이다. 한동안 말썽을 부렸던 아들 녀석들은 둘 다 결혼하여 자식 낳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많은 분이 내게 ‘이젠 재혼해야 하지 않냐?’라며 진심으로 걱정해주지만 나는 아내가 내 곁을 떠난 뒤 한 번도 재혼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의 모든 열정과 사랑을 내 아내 김영란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15년 넘게 소중히 간직해온 그녀의 옷과 신발, 시집올 때 가져온 이불, 둘이서 주고받았던 500여 통의 편지를 모두 불태웠다. 이젠 그대 그리고 나의 눈물을 닦을 때이기에. 비록 불태운 일기장에 적혀 있던 33년 전 아내가 꿈꾸어왔던 ‘소망 속 노후대책’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지만……

도서명 : 이제야 보이는 것들

지은이 : 이종휘 외 의산포럼 회원
출간일 : 2021년 7월 7일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key@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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