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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가 ‘원유 증산 합의’ 불발시킨 이유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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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가 ‘원유 증산 합의’ 불발시킨 이유 뭔가

OPEC의 올해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 추이. 사진=OPEC이미지 확대보기
OPEC의 올해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 추이. 사진=OPEC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여타 산유국간 협의기구인 OPEC플러스(OPEC+)에서 산유량 증산 합의가 나오지 못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국제 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장중 6년 만에 최고 수준인 배럴당 76.98달러까지 치솟은 뒤 73.37달러로 마감됐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 합의에 실패한 것은 OPE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사실상 OPEC를 움직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합의를 결렬시키는 뜻밖의 선택을 한 결과. 뜻밖이라고 하는 이유는 UAE가 사우디의 맹방이고 그동안 사우디와 호흡을 같이해왔기 때문이다.

◇UAE가 결렬시킨 ‘가까운’ 이유

OPEC+가 산유량 증산에 합의하는 것은 국제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매우 긴요했다. 지난해 4월 이뤄진 합의를 조정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합의는 앞서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 소비 감소에 대비해 하루 산유량을 전세계 생산량 대비 10% 수준인 1000만배럴로 줄이기로 한 것.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제 회복세가 확인되면서 산유량을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해 마련한 산유량 증산 합의안에 대한 논의를 UAE기 거부하면서 합의 도출이 무산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돌아가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UAE가 굳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UAE만의 사정 때문이다.

UAE만의 사정은 UAE가 합의까지 불발시키면서 OPEC+에 요구한 내용에서 잘 드러난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한 증산 합의안은 지난해 4월 합의와 마찬가지로 기준선을 2018년 10월로 정하고 있으나 UAE는 이 기준선을 마지막으로 감산 합의가 이뤄진 시점인 지난해 4월로 변경하자는 것.

UAE가 기준선을 2018년이 10월이 아니라 2020년 4월로 옮길 것을 요구한 이유는 똑같이 증산을 하더라도 기준점을 2020년 4월로 변경해야 UAE 입장에서 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UAE의 생산량은 2018년 10월 현재 하루 316만배럴이었지만 2020년 4월 기준으로는 384만배럴이었다. 뒤를 기준으로 해야 UAE가 앞으로 늘릴 수 있는 절대량도 늘어난다는 것.

이탈리아 최대 금융그룹 유니크레딧의 에도아르도 캄파넬라 이코노미스트는 “기준점을 2018년 10월로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이 나오면 UAE가 오는 2030년까지 하루 500만배럴 생산을 목표로 원유량 증산을 위해 그동안 퍼부은 투자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10월이 기준인 상황에서 현재 UAE가 놀리고 있는 원유 생산설비는 전체의 31%나 되는데 이는 OPEC+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기준선을 조정하면 생산량을 추가적으로 17% 늘릴 수 있다는게 UAE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UAE가 결렬시킨 ‘먼’ 이유

여기에다 UAE가 딴지를 건 것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를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UAE의 미래 전략 차원에서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에 따르면 UAE가 그리고 있는 미래 전략의 핵심은 산업구조의 다각화, 경제구조의 다각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화석연료에서 탈출하는데 초점을 둔 친환경 정책이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만 팔아 먹고 사는 구시대적인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겠다는 것.

WSJ는 “UAE가 산유량 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OPEC+ 합의를 결렬시킨 또하나의 배경이 이 미래 전략”이라면서 “원유 소비가 바닥에 이르기 전에 최대한 산유량을 늘려 경제적 이득을 보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6위 원유 매장국인 UAE가 당장 전세계 원유 소비가 갑자기 위축돼 석유 수출에 큰 지장이 생길 것을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닌걸로 분석된다.

오히려 최대한 가까운 미래에 원유 생산으로 최대한 벌어들인 돈을 경제구조 다각화 프로젝트에 집중투입하겠다는게 UAE 정부의 구상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UAE 석유업체의 한 임원은 WSJ와 인터뷰에서 “여기서 포인트는 시장점유율”이라면서 “이미 생산설비 확충에 많은 돈을 투자한 것도 있는데다 UAE의 원유시장 점유율을 최대한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석유 자원을 최대한 자금으로 유동화하는데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