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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어느 곳에서나 수리' 법규 추진…애플·구글·MS 등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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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어느 곳에서나 수리' 법규 추진…애플·구글·MS 등 반발

애플 공식 서비스업체에서 수리가 기사가 스마트폰을 수리하는 모습. 사진=애플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공식 서비스업체에서 수리가 기사가 스마트폰을 수리하는 모습. 사진=애플
‘자동차를 수리하는 카센터는 크게 두가지다. 완성차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공식 자동차 정비소도 있고 여러 브랜드를 다 취급하는 일반 정비소도 있다.

공식 정비소는 보증수리가 가능하고 정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믿고 맡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 정비소보다는 비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단점도 있다.
일반 정비소는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지만 정품 외의 부품도 다루고 대개 모든 차종을 취급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수리할 수 있고 이용상 문턱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

이같은 일반 정비소는 어떤 기업에서 제품을 샀는지와 상관 없이 부품 교체나 유지 보수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애프터마켓, 즉 2차 시장에 속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2차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절대로 유리하다.

그러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꽉잡고 있는 IT 업계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2차 시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 예컨대 애플 아이폰에 문제가 생기면 애플이 지정한 공식 서비스업체 외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이런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처음으로 이런 관행에 메스를 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당연히 초비상이 걸렸다.

◇주요 IT대기업의 ‘수리 독점권’ 첫 수술대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에서 구매한 제품에 대한 수리 권한을 소비자들에게도 부여하는 일명 ‘소비자의 수리권 보장을 위한(Right To Repair)’ 행정명령에 금명간 서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관련 법규를 제정해 이를 시행하도록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기업만 제품을 수리할 수 있게 하지 말고 소비자에게도 알아서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것.

IT 전문업체 기즈모도는 “수리와 보수 권한을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바이든 대통령이 첫 사례”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행정명령이 겨냥하는 기업은 주로 소비자들에게 알아서 수리할 권한을 허용하지 않고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IT 제조업계다.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따라 FTC가 입안할 법규에는 애플, 구글, MS 등 IT 제조업체들이 제조해 판매하는 각종 IT 기기의 정품 부품을 일반 수리업체에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스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 행정명령의 배경에 대해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데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소비자에게 자율적인 수리 권한을 부여해 시장경쟁을 활성화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관련 대기업들이 반대하는 이유


블룸버그에 따르면 수비자에게 수리 권한을 보장하는 정책은 이미 27개 주정부에서 추진했으나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애플을 위시한 IT 대기업들이 로비스트와 경제단체 등을 앞세워 관련 법규가 제정되는 것을 막아왔기 때문.

애플의 경우 “자율적인 수리권한을 소비자에게 부여해 사설 수리업체가 수리를 맡도록 하는 것은 제품을 더 망가뜨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혀왔다.

그 대신 애플은 사설 수리업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고조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의식해 애플 정품 부품과 수리 매뉴얼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크게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애플 아이폰을 사설 업체에서 수리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애플에서 보증수리를 비롯해 보증기간 범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애플이 승인한 사설 수리업체에서 정품으로 수리를 했다면 보증 기간 중에 다른 부품에 대해서는 애플 공인 서비스 업체에서도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뜻.

그러나 애플이 승인한 기사들을 반드시 고용한다는 전제 하에 시행하는 제도여서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