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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으로 눈돌린 컬리, '외도'가 성장 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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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으로 눈돌린 컬리, '외도'가 성장 득일까

심사숙고 끝에 한국 증시 상장 추진으로 결정
최근 상품 취급 영역 넓혀…상장 위한 선택으로 보여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컬리이미지 확대보기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컬리

장보기 앱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가 한국 증권시장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컬리는 2254억 원 규모의 시리즈 F 투자 유치를 완료했으며, 향후 기업공개(IPO)는 한국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시리즈 F 투자에는 기존 투자사인 에스펙스 매니지먼트와 DST 글로벌,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 힐하우스 캐피탈 등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신규 투자자로는 자산규모 약 520억 달러(한화 약 59조 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지난 4월 샛별배송 전국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CJ 대한통운이 참여했다.

시리즈 F 투자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작년 시리즈 E 투자 후 약 1년 만에 2.6배 오른 2조 5000억 원 규모로 평가됐다.

컬리는 "사업모델과 국내외 증시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근 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지금까지 마켓컬리를 아끼고 이용한 고객, 그리고 같이 성장해온 생산자와 상품 공급자 등 컬리 생태계 참여자와 함께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한국거래소가 K-유니콘의 국내 상장 유치를 위해 미래 성장성 중심 심사체계 도입 등 제도 개선과 함께 적극 소통해온 점도 컬리가 한국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돌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컬리는 이번에 확보한 시리즈 F 투자금을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상품 발주, 재고관리, 주문처리, 배송 등 물류 서비스의 전반에 걸친 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고할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적인 투자를 할 예정이다. UI·UX 고도화, 주문·결제 편의성 제고 등 다양한 서비스 기술 분야에도 투자한다.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 확대에도 투자를 늘린다. 하반기에는 남부권까지 샛별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는 컬리가 지난 수십 년간 오프라인에서 머무르던 소비자들의 장보기 습관을 혁신적인 배송과 상품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온라인으로 전환시킨 점, 또한 생산자들이 생산, 유통하는 방식에 데이터와 기술을 도입하여 고객들이 좋은 물건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힘쓴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라면서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생산자들과는 상생 협력에 힘쓰고, 기술투자와 우수한 인재 유치로 고객 가치를 높여 장보기 시장의 혁신을 앞으로 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컬리는 창사 이래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95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하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 매출만 아니라 고객 수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2020년에만 280만 명의 신규 회원이 가입했으며 2021년 5월 말 기준으로 누적 가입자 수 800만 명을 돌파했다.

고객 충성도도 탄탄하다. 2021년 가입한 신규 고객의 재구매율은 71.3%에 이른다. 가파른 성장을 지속할 동력은 단독 상품 비중이 다른 장보기·이커머스 기업들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컬리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비롯해, 마켓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컬리 온리(Only) 상품 등 단독 상품의 비중은 해마다 계속 증가해왔으며 현재 전체 상품 거래액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최근에는 가전·여행 등으로 상품 취급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가전∙리빙 대전을 열고 TV, 냉장고, 에어컨부터 접시, 도마, 프라이팬까지 프리미엄 가전제품과 주방용품을 판매했다. 처음으로 LG 대형가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어 '비발디파크 컬리 에디션' 등 호텔·리조트 상품을 판매했다. 비식품군 상품 비중은 지난해 20%, 올해는 25%까지 올라왔다.

신선식품 '전문몰'의 대명사인 마켓컬리가 비식품군 상품 확장에 힘쓰고 있는 점은 외형 확장과 빠르게 변화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식품은 상대적으로 상품 단가가 낮기 때문에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컬리 입장에서는 가전·여행 상품을 들여오면 거래액 규모를 늘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컬리 관계자는 "고객들의 여러 요청을 고려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마켓컬리의 비상품군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전문몰'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켓컬리 등 '카테고리 킬러'로 불리는 전문몰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다. 전문화된 콘텐츠와 상품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카테고리 확장이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규모 경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문몰의 경쟁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