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이들 3개 업체는 배터리와 소재 분야에 4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배터리 핵심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연구개발(R&D), 세액공제, 금융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R&D에 최대 40~50%, 시설투자에 최대 20% 세액공제 등 세제지원을 강화해 업계의 재정부담을 줄여준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배터리 3사, 기술 초격차 위해 발 빠른 투자 나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배터리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 격차)를 위해 시설 확충과 R&D 강화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에서 분사된 배터리 전문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10년간 15조1000억 원을 투자해 한국을 글로벌 배터리 기술과 인재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지난 8일 공개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위한 생산기술 확보, 생산라인 증설 등에 12조4000억 원을 투자하고 모회사 LG화학은 배터리 관련 첨단 소재 기술 개발과 양극재 생산 능력 확대에 2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SK이노베이션도 지난 5월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손잡고 배터리 생산설비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업체는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SK)'를 설립해 미국 조지아주에 1,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건설되는 공장은 약 60GWh 규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며 총 투자 금액은 총 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SDI는 올해 3월 헝가리 공장에 약 1조 원을 투입해 각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기존보다 2배 늘린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과 비교해 투자 행보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삼성SDI는 유럽 배터리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와 같은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증설 작업이 마무리되면 기존 헝가리 공장 배터리 생산능력이 30GWh에서 최대 50GWh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SDI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에 2000억 원을 투자해 2GWh 원통형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에는 전기 오토바이, 전기 자전거 수요가 크다"며 "삼성SDI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K-배터리 발전 전략' 제시해 '배터리·소부장 사업' 육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가 야심찬 사업계획을 밝힘에 따라 정부도 배터리 육성 정책을 내놔 세계 최강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은 지난 8일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 2공장을 방문해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K-배터리 발전 전략은 독보적인 1등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 협력 대규모 R&D 추진, 글로벌 선도기지 구축을 위한 협력 생태계 조성, 배터리 시장 확대를 위한 공공·민간 수요시장 창출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전략의 세부 내용에는 배터리용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술 확보, 소부장 핵심기업 육성, ‘사용 후 배터리’ 시장 활성화까지 담겨 있다. 즉 K-배터리 전략은 단순한 배터리 제조 뿐만 아니라 소부장 생태계 조성과 폐배터리 활용까지 배터리와 관련된 모든 산업을 육성하는 계획인 셈이다.
이를 통해 한국을 글로벌 배터리 R&D 허브, 핵심 소부장 공급기지로 구축하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문 장관은 “반도체 산업이 우리 몸의 머리 같은 존재라면 배터리 산업은 동력의 원천인 심장과 같다"며 "배터리는 전동화, 무선화, 친환경화 등 산업의 미래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배터리 산업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주력 산업으로 키워 가기 위해 정부는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