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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피자체인 CEO가 ‘구인난’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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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피자체인 CEO가 ‘구인난’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이유



앤드피자 매장의 주방. 사진=앤드피자 이미지 확대보기
앤드피자 매장의 주방. 사진=앤드피자

“인력부족 현상이라기보다 임금부족 현상으로 부르는게 맞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의 주장이 아니라 미국의 유명 피자체인점 앤드피자 총수가 던진 말이다.

뚜렷한 경기 회복에도 외식업계를 비롯해 상당수 업종에서 구인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것. 처우를 제대로 해주면 구인난은 얼마든지 해소 가능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마이클 라스토리아 앤드피자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통상적이지 않은 주장을 11일(현지시간) 소개하면서 그 배경을 짚어봤다.

◇코로나 전부터 업계 평균 크게 웃도는 처우

라스토리아 CEO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직원을 제대로 뽑지 못해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우리는 입사 지원자가 몰리고 있어 인력이 부족한 매장은 한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인력 문제가 남의 일처럼 된 비결을 묻자 그에게서 “직원에게 적절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라스토리아 CEO가 경영하는 앤드피자는 미국 전역에 걸쳐 51개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피자체인점으로 워싱턴포스트가 ‘21세기 최고의 피자브랜드’로 선정한 바 있는 외식업체.

라스토리아 CEO에 따르면 앤드피자에서는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 시급인 7.25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평균 16달러의 시급을 종업원에게 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발생한 구인난 때문이 아니라 이미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처우를 직원들에게 제공해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앤드피자의 상황은 접객업소와 차량호출 업체들을 중심으로 구인난 때문에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조업을 단축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비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인력이 부족하기는커녕 지난 1년간 매장 12곳을 새로 내는 과정에서 직원 1명을 뽑는 구인 공고를 내면 100명 이상이 지원하는게 일반적이었다는게 라스토리아 CEO의 설명이다. 게다가 올 연말까지 15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인데 인력배치는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경영진 중심 고정관념서 탈피해야”

라스토리아 CEO에 따르면 앤드피자가 구인난에서 자유로운 것이 단순히 시급을 충분히 준 것 때문만은 아니다. 직원에 기반한 경영 방식을 추구함으로써 한물 간 기업관에서 탈피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근로자들에게 충분히 먹고 살만한 임금을 주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 직원들에게는 박봉을 주면서 경영진은 돈 잔치를 벌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게 과거의 고정관념이었다”면서 “우리의 경영 방식은 그런 고정관념이 잘못됐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라스토리아 CEO는 “우리는 직원이 없이는 회사도 없다는 ‘직원 중심’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업계 평균보다 많이 높은 시급 외에 다양한 유급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주일에 79시간 일하고 받는 돈이 고작 침대 하나 들어가는 단칸 아파트 월세 낼 수 있는 정도라면 정말 문제 아니겠느냐”면서 “현재 업계의 문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주는 사용자가 부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스토리아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르면 그들의 소비 능력도 커지고 생산성도 올라간다”면서 “이는 누구보다 기업들이 환영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