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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코로나19가 불러온 민생고에 반정부 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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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코로나19가 불러온 민생고에 반정부 시위 격화

1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식량 부족과 높은 식료품 가격 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쿠바 곳곳에서 거리로 몰려나왔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11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반정부 시위가 열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식량 부족과 높은 식료품 가격 등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쿠바 곳곳에서 거리로 몰려나왔다. 사진=뉴시스
쿠바인들이 식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에 항의하며 아바나와 14개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시위가 경찰의 철저한 통제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가 있는 쿠바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쿠바의 경제 위기와 사회적 분열을 가져오려는 미국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쿠바 정부의 대응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줄리 정 국무부 서반부 차관보 대행은 "우리는 평화 집회에 대한 쿠바 국민의 권리를 지지한다. 우리는 어떠한 폭력도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디아즈카넬은 지난 2018년 라울 카스트로를 뒤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했다. 올해 초 디아즈카넬은 쿠바 공산당 제1서기직도 겸임하고 있다.

시위자들 일부는 공산당 건물 앞에 모여 "쿠바는 당신 것이 아니야!(Cuba isn’t yours!)"라고 외쳤다.

WSJ에 따르면 처음에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거나 체포하지 않았지만 일요일 늦게 올라온 동영상에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의 몸싸움이 보였다.
또 다른 동영상에는 시위자들이 경찰차에 돌을 던지는 장면과 아바나의 한 거리에서 뒤집힌 두 대의 경찰차도 포착됐다.

시위대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생중계를 시도하자 쿠바 당국은 여러 차례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번 시위의 배경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중요한 관광 산업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쿠바 경제의 불안정이 자리잡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많은 쿠바인들이 의존하는 해외 송금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쿠바인들은 빵 같은 필수 상품을 사거나 심지어 버스를 타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고 WSJ는 전했다.

더욱이 쿠바가 자랑하던 보건체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쿠바에 의료 지원을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모아진 원조가 쿠바 정부에 의해 거부되면서 많은 쿠바인들을 분노하게 했다.

하버드 대학의 쿠바 전문가 알레한드로 델라 푸엔테는 "사람들은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고, 폭발할 때 통제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시위대들은 반체제 쿠바 예술가들이 만든 노래 제목인 ‘조국과 삶(Patria y Vida)’을 외치고 있다. 이 곡은 본래 쿠바 혁명의 슬로건인 ‘Patriao Muerte(조국 아니면 죽음)’을 비틀어서 만든 힙합곡이다.

호르헤 카스타네다 전 멕시코 외무장관은 쿠바 정부가 전례 없는 시위 물결에 맞서 탄압 작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카스타네다는 "하지만 군대가 민간인들에게 발포하거나 시위에 동참한다면, 그것은 정권의 게임 오버(game over·경기종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