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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포드 포드차 회장 “체어맨(chairman) 말고 체어(chair)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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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포드 포드차 회장 “체어맨(chairman) 말고 체어(chair)로 불러주세요”

포드자동차의 윌리엄 포드 회장(오른쪽)과 제임스 팔리 CEO. 포드 회장의 영문 직함이 executive chairman에서 executive chair로 변경됐다. 사진=포드차이미지 확대보기
포드자동차의 윌리엄 포드 회장(오른쪽)과 제임스 팔리 CEO. 포드 회장의 영문 직함이 executive chairman에서 executive chair로 변경됐다. 사진=포드차

미국 굴지의 완성차 제조업체 포드자동차가 직함에 관한 사규를 개편했다. 개편 이유는 성중립적이지 못한 직함을 성중립적인 타이틀로 바꾸기 위해서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차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8일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결정된 사규 변경 내용을 알렸다.

포드차가 변경한 사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chairman'을 ‘chair’로 변경한 것을 비롯해 남성 편향적 직함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타이틀을 수정한 것.

우리말로는 chairman이나 chair나 똑같이 '회장'에 해당하는 말지만 chairman에는 남성을 뜻하는 man이 포함돼 있어 이를 없애버리고 성중립적인 표현인 chair로 변경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를 포드차에서 처음 취한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비슷한 조치를 취했고 취하고 있고 취할 것으로 보여 이같은 흐름이 미국 재계의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체어맨(chairman) → 체어(chair)

포드차의 사규 변경으로 윌리엄 포드 회장의 영문 직함은 executive chairman에서 executive chair로 바뀌었다.

증조할아버지 헨리 포드가 지난 1903년 포드차를 창업한 이래 줄곧 사용돼왔던 타이틀 chairman이 증손자 때부터 바뀐 셈이다. 일반적으로 executive chairman은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경영 일선에 있는 회장이고 chairman은 이사회 의장을 가리킨다.

CNBC는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대표적인 업종인 자동차업계에서 이같은 결정이 나온 것은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미투 운동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등이 특히 큰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마리사 브래들리 포드차 대변인은 “포드차는 성차별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규 변경이 성평등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공정한 기업 문화를 형성하겠다는 포드차의 기업 이념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메리 바라 GM 회장도 ‘체어’

GM 홈페이지의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 소개 페이지. 회장의 영문 표현이 chairman이 아니라 chair로 돼 있다. 사진=GM이미지 확대보기
GM 홈페이지의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 소개 페이지. 회장의 영문 표현이 chairman이 아니라 chair로 돼 있다. 사진=GM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에 따르면 포드차만 유별난 행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멀리 갈 것 없이 포드차의 경쟁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사규를 고친 것은 아니어서 법적 구속력까지 있는 조치는 아니지만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의 영어 ‘회장’ 타이틀을 chairman에서 chair로 변경한 것. 바라 회장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14년 주요 자동차업체 CEO에 오른 인물이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바나스 GM 대변인은 “바라 회장의 타이틀 변경은 포용성을 지향하는 GM의 긴 여정에서 한 부분을 장식하는 조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포드차와 마찬가지로 사규 변경을 통해 직함 개편을 단행한 곳이 금융계에도 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이 그곳으로 지난 3월 타이틀 개편을 위해 사규 변경을 했다.

CNBC는 “fireman이 firefighter, policeman이 police officer, stewardess가 flight attendant, mailman이 mail carrier, waitress가 server로 바뀌는 등 이미 사회적으로 큰 흐름을 형성해온 성중립적인 표현이 경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