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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배구조 분석] ⑨ 한국타이어그룹, 내부와 외부 곳곳에서 법적 분쟁에 휩싸여…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인용 여부에 따라 경영권 좌우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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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배구조 분석] ⑨ 한국타이어그룹, 내부와 외부 곳곳에서 법적 분쟁에 휩싸여…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인용 여부에 따라 경영권 좌우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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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한국타이어그룹은 2019년 5월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상호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했으나 상호명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휘말려 2020년 12월 한국앤컴퍼니로 또다시 사명을 바꿨습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2012년 9월 1일 분할기일 당시 최대주주는 조양래 회장이었으며 2020년 6월 30일 최대주주가 조현범 사장으로 변경됐습니다.
2012년 9월 조양래 회장과 조현식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등재됐고 2018년 1월부터 조현식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그후 지난해 6월 조현범 사장이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올해 4월부터는 조현범 사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등재됐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조현범 사장은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넘겨준 주식의 향방이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4월 1일 한국아트라스BX의 흡수합병을 마쳤습니다. 한국아트라스BX는 상장폐지되고 소액 주주에게는 한국앤컴퍼니의 주식이 배부됐습니다.

이에 앞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한국앤컴퍼니의 한국아트라스BX의 합병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합병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 밸류파트너스 “한국앤컴퍼니, 아트라스BX 합병으로 소액주주 재산 수천억원 편취”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그룹)은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를 통해 자회사들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분포는 조현범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73.92%를 갖고 있습니다. 오너가에서 갖고 있는 지분이 타 그룹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은 외부와의 싸움이 아닌 내부에서의 갈등이며 조양래 회장의 주식 향방에 따라 경영권 공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이 바꿔지더라도 조양래 회장 자녀간 바톤 터치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7월 30일 조양래 회장을 상대로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감독인을 선임해 달라고 심판을 청구하면서 본격화 됐습니다.

한국앤컴퍼니는 올해 3월 말 현재 자회사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지분 30.67%), 한국아트라스BX(31.13%), 한국네트웍스(40.0%), 한국카앤라이프(100%)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아트라스BX는 지난해 말 현재 자기주식수가 534만6107주에 달해 전체 주식수 915만주의 58.43%에 달했습니다.

한국앤컴퍼니는 아트라스BX가 소멸회사가 되면서 58.43%에 달하는 자사주가 지배주주에 유리한 차등합병을 초래하게 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아트라스BX가 자사주를 60% 가까이 보유한 상태에서 자사주가 모두 합병 존속회사인 모회사 소유와 같이 취급돼 신주배정 여부와 무관하게 지배주주에 유리한 차등합병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아트라스BX 1주를 가진 소수주주는 한국앤컴퍼니 주식 3.39주를 받지만 지배주주는 1주당 무려 9.76주를 가져가는 불공정한 합병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두 회사 간 합병의 본질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상충 거래”라며 “불공정한 가격으로 합병을 진행해 소액주주 재산 수천억원을 편취해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문제로 법적 다툼 벌이는 오너가


조양래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7월 30일 조양래 회장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감독인을 선임해 달라고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성년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정하는 제도입니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 회장이 동생인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조 회장은 1937년생으로 올해 85세입니다.

조양래 회장은 지난해 7월 26일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인 23.59%(2194만2693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인 조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부를 매각했는데 그 직전까지 그런 계획은 전혀 없었다”면서 “아버지는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조현범 사장에게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 왔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회장은 이어 “저의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고 향후 그렇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제가 고민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문을 진행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조희경 이사장에 제기한 성년후견 청구가 인용될 경우 조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결정에 효력이 없다는 후속 민사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를 현재의 조현범 사장 체제에서 또다시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대형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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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 조현식 부회장 등 3남매 지분 30.97%로 조현범 사장보다 11.93%p 낮아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분포는 올해 3월 말 현재 조현범 사장이 지분 42.90%(3990만1871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조 사장의 형인 조현식 부회장이 지분 19.32%(1797만4870주), 조 사장의 둘째 누나인 조희원 씨가 지분 10.82%(1006만8989주)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조 사장의 첫째 누나인 조희경 이사장은 지분 0.83%(76만9583주)를 갖고 있습니다.

조현범 사장이 조 회장의 주식을 양도받기 전까지는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이 약간 높았습니다. 그러나 조현범 사장이 조 회장의 주식을 넘겨 받으면서 상황은 역전됐습니다.

조현식 부회장, 조희경 이사장, 조희원 씨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30.97%로 조현범 사장의 지분 42.90%에 비해 11.93%포인트 뒤져 있습니다. 3남매가 힘을 합해 최대주주의 지위을 가져오려면 조 회장의 주식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한국앤컴퍼니의 소액주주 지분은 지난해 말 현재 22.61%로 타사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9년 말 지분 7.77%에 달했으나 올해 3월 말 현재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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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 조현범 사장·조현식 부회장 나란히 등기임원으로 등재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의 등기임원으로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조현식 부회장도 한국앤컴퍼니의 등기임원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그러나 조 부회장에게는 대표이사의 직위가 없습니다. 원종필 전무는 올해 3월부터 등기 사내이사로 등재됐습니다.

사외이사로는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올해 3월부터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이 사외이사는 DL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전병준(SK이노베이션 고문) 사외이사도 엔에스쇼핑 사외이사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김순기 서강대 대외부총장과 김한규 前 UBS Warburg 이사도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 이사회의 지난해 활동을 보면 지난해 조현범 사장이 67% 출석률, 조현식 부회장이 92%의 출석률을 보였습니다. 지난해에는 2명의 사내이사로 운영됐습니다.

조현범 사장은 출석한 회의에서 100%의 찬성률을 보였습니다.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에서 △합병 계약서 체결 승인의 건 △자기거래 승인의 건 △주주명부 확정 기준일 설정의 건 △자기주식 처분 승인의 건에 대해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지난해 3명의 사외이사들은 100%의 출석률과 100%의 찬성률을 나타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