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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캐나다 엔지니어가 알려주는 성공적인 캐나다 취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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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캐나다 엔지니어가 알려주는 성공적인 캐나다 취업 전략

배용일(BC Ministry of Transportation and Infrastructure, Senior Structural Engineer)



안녕하세요. 현재 BC Ministry of Transportation and Infrastructure(BC 주정부 건설교통부)에서 Senior Structural Engineer로 일하고 있는 배용일(Justin Bae)입니다. 한국에서 공학 학사 및 석사학위 취득 후 2000년부터 엔지니어링 회사에 다니면서 설계 경험을 쌓았습니다. 2007년에 캐나다에 온 후 토론토에서 AECOM이라는 민간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업하여 Fast track으로 영주권을 취득하였고, 이후 P.Eng.*자격을 취득하고 2012년에 BC 주정부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취업부터 시작해 캐나다 근무환경, 사기업과 공기업 모두 근무해보며 알게 된 사실들을 공유하여 캐나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몇 가지 팁을 소개 드리려 합니다.
* P.Eng. : Professional Engineer

한국에서 받은 자격증, 캐나다에서 호환가능한가


우선 한국 취업생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한국의 엔지니어링 학위 또는 자격증이 캐나다에서도 인정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한국의 공대 학위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을 통해 Washington Accord라는 국가 간 공학 학력 인정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증 취득이 가능하며 이곳에 등록된 학교의 인증 연도 이후의 졸업생에게만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한국이 이 협의체에 등록(2007년부터)하기 한참 전에 학위를 받아서 커리큘럼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학위를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캐나다 취업 시에 회사에서 공대 졸업생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와는 다르고, 주별로 구성되어 있는 엔지니어링 협회(BC 주의 경우 EGBC, 앨버타는 APEGA, 온타리오는 PEO 등)에서 P.Eng.를 지원할 때 인정받는 경우로 한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캐나다나 미국 학교 출신이 아니라면 취업시 이력서 단계부터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취업이 되어야 P.Eng. 어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최소 1년의 캐나다 경력을 가질 수 있고 Reference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학력, 자격증 등 보다는 취업의 문을 뚫는 것이 제일 중요한 관건입니다. 이민자들이 많이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곳에서 석/박사 과정을 졸업해서 학력을 인정받는 것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 거주 시 캐나다에서 인정받는 북미 업체와 일을 같이 해서 추천을 받아서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혹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북쪽의 오지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력만 쌓이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죠.

자격증의 경우 한국에서는 국가가 자격을 관리 및 규제하지만 캐나다에서는 해당 직종마다 전문/이익단체(Association, Society, Union)가 있고 그곳에서 법안을 만들어 국회를 통해 법을 통과시킵니다. 따라서 자격관리와 규제는 이 법안에 근거하여 해당 단체에서 하게 됩니다. 자격증 개념보다는 멤버쉽 개념이 좀 더 강하다고 생각하면 되고 따라서 멤버가 되는 것이 곧 자격증을 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Trainee/Apprentice로 시작해서 몇 년의 경력을 쌓으면 정식 자격이 주어지는 형태입니다. 엔지니어의 경우 EIT* 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하게 됩니다.
* EIT: Engineer in Training

한국에서의 기술사가 캐나다의 P.Eng 같은 자격증인데 BC 주는 EGBC라는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술사는 미국의 Professional Engineer 시험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어렵고 수준이 높지만, 캐나다의 경우, 공대를 졸업하고 EIT로서 4년의 관련 경력을 가지면 같이 일했던 3명의 멘토 엔지니어의 레퍼런스만 가지고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학력을 인정받으면 기술 시험은 면제되고 법과 윤리시험만 통과하면 자격(Title)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국제기술사(APEC Engineer)란 프로그램으로 등록하여 국가가 상호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실제로 캐나다 현지에서 통용되지 않기에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다만 그 자격을 발판 삼아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면 취업 후 캐나다 자격을 취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과 캐나다의 근무 환경 차이점


한국과 캐나다의 일상적인 직장 생활에서의 차이에 대해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이고 제가 엔지니어링 계통에 있다 보니 이쪽의 문화(Professional Office)를 어느 정도 감안한 다소 주관적인 의견일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우선 야근이 없는(혹은 매우 적은) 까닭에 워라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시퇴근은 물론이고 초과근로 수당 제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야근을 하려면 오히려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다음은 출퇴근이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출근 카드 같은 것은 없고 약속된 적당한 시간에 출근해서 근무하고 퇴근하면 됩니다. 만약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는 슈퍼바이저와 협의해서 추후에 근무 시간을 줄이는 탄력성도 있습니다.

드레스 코드가 자유롭다는 점도 말할 수 있는데 이점은 동부와 서부가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서부에 왔을 때 사무실에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동부는 포멀하게 입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자유롭게 입었던 것 같습니다. 휴가의 경우는 한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길고 쓰기도 자유롭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내부 정치가 적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조직마다 다르고 분명히 내부 정치가 있긴 하겠지만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업무 스트레스도 비교적 적고 집까지 일을 갖고 가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 외에도 업무 때문에 직원 간,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걸 피하는 것이 캐나다만의 문화인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회사를 위한 삶이 아니고 개인을 존중하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을 잘 이해해 주고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점(예를 들면 나이나 결혼 여부 등)은 묻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삶을 침해하지 않으려는 문화가 있다 보니 강제적인 회식도 당연히 없습니다. 물론 이점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가끔씩은 친한 직원끼리 점심 식사를 한다거나 은퇴하는 직원 송별회를 해준다거나 연말에 파티하는 정도가 팀워크를 위한 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밖에 조직구조가 수직 구조가 아닌 수평 구조라는 점, 캐나다가 땅이 넓어서 그런지 원격근무 개념이 좀 더 익숙하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매뉴얼과 교육 시스템이 잘되어 있습니다. 반면 전반적으로 책임을 기피하는 문화가 있어서 책임감이 강한 한국 사람들이 인정받기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캐나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차이점과 장단점


취준생들에게 또 많이 받는 중요한 질문은 사기업에서 일하다가 공무원으로 이직하면서 느끼게 된 차이점입니다. 우선 근무 첫해부터 받게 되는 휴가 일수라고 하겠습니다. 같은 직장이라도 직종마다 속해있는 노조가 달라서 정부와 노조 간의 협약 때문에 조건이 약간씩 다른데요, 제가 현재 속해있는 노조의 경우 첫 몇 년간은 4주 휴가를 받고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휴가 일수도 늘어나서 25년 근무한 사람들의 경우 7주의 휴가가 있습니다. 별도의 야근비가 없는 대신 3.5주의 휴가를 받고 이는 급여로도 대신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개인적인 사유로 휴가 1주일을 추가로 쓸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각종 직무관련 프로그램과 탄력적인 휴가 사용, 노조 소속이기에 고용안정성이 높다는 점도 상당히 매력적인 차이점입니다. 보통 엔지니어링 회사(민간기업)의 경우 적게는 2주, 보통 3주의 휴가로 시작됩니다.

공무원의 최대 장점은 공무원 연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 연금은 대부분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Plan)인데요. 매번 급여에서 8~10 퍼센트 정도를 떼지만 은퇴 후에는 퇴직 전 최대 평균 5년 급여에 대해 근속연수 곱하기 2 퍼센트를 평생 받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세부적이 사항은 조금씩 다르지만 35년 만기 근무하신 분들의 경우 은퇴 후 사망 시까지 급여의 70퍼센트를 계속 받고 거기에 CPP나 OAS 등도 경우에 따라 추가로 받을 수 있어 풍족한 노후 생활이 가능합니다. 반면 민간기업의 경우, 대부분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Plan)이기에 보통 직원이 은퇴연금(RRSP)을 일정량 부으면 회사에서 매칭해주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이는 RRSP를 회사가 지정한 금융회사를 통해 투자해서 운용해 주거나 개인이 직접 운용해서 은퇴 후 사용할 돈을 마련하는 형식이 됩니다. 한국에서 퇴직연금 1년에 한 달 치 급여를 적립해 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기업만의 장점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공공 의료보험에서 커버하지 않는 약 값이나 치과, 안경, 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회사에서 베네핏으로 커버해줍니다. 다만 보통 엔지니어링 회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공무원보다 좋은 경우도 있고요. 또 일부 지방정부의 경우 이 의료 베네핏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캐나다 공기업 취업을 위한 성공적인 준비과정


캐나다에서 엔지니어로서 공무원이 되려면 수요 조사, 즉 우선 어떤 기관에서 엔지니어가 필요한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첫 단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캐나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담당하는 영역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겠습니다. 캐나다는 미국처럼 주(Province)들이 모여서 연방(Federal)이 된 나라이기 때문에 주정부의 역할과 권한이 더 크고 지방분권이 잘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캐나다는 3단계의 정부, 즉 연방정부(Federal Government)와 주정부(Provincial Government), 그리고 지방정부(Municipal Government)가 있는데 각각의 정부마다 담당하는 업무와 권한이 있습니다.

연방정부는 외교, 국방, 이민, 세금, 화폐, 우편, 통신, 방송, 국경관리 및 바다/항공 등을 관리합니다. 주정부는 의료와 교육, 교통(고속도로 및 국도)을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상하수도와 지방 도로, 쓰레기 수거, 제설, 비즈니스 관리 등을 담당합니다. 각 단계의 정부들이 공동의 책임을 갖는 경우도 많고 단순히 자금만 지원해 주는 경우에서부터 실제로 관리를 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성이 됩니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의 경우, 연방에서는 예산 교부는 하지만 실제 건설이나 관리의 역할은 일부 연방 소유의 국립공원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직접 관할하지 않습니다. 동네의 도로나 상하수도의 경우는 지방정부에서 건설과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방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구역들은 주정부에서 지방정부의 역할 일부를 담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갖고 있는 엔지니어링 전공으로 어떤 지역에서 어떤 정부 시스템에 지원할 수 있을지 어느 정도 아웃라인이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예로 제가 전공한 Civil /Structural Engineering의 경우 연방정부에는 일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연방정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엔지니어가 필요한 일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고속도로나 상하수도 관리는 주정부 및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어 엔지니어 직종을 많이 채용합니다.

체계적인 경력 관리와 이력서 준비가 관건


이제 본인의 전공 분야를 어떤 공공기관에서 채용하는지 확인이 되면 다음은 경력 및 이력서 준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경력직으로 정부에 취업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캐나다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EIT로 취업을 하는 경우가 확률이 높습니다. 캐나다에서 졸업한 경우는 대부분의 정부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EIT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쟁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많은 경우 코업(Co-op)이나 인턴십 경력으로 취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험에 근거하면 경쟁률이 몇백 대 일 정도이며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코업 기회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업무 기간 동안 형성된 업계 내부 인맥과의 신뢰를 쌓아놓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 경험 및 그를 통한 레퍼런스 받기,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직무에 맞는 이력서 준비 및 조직에 맞는 인터뷰 스킬 또한 중요합니다.

이력서 준비의 경우 팁을 하나 드리면 Job description에 맞춰 작성을 해야 초기 선발과정을 통과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지원자가 워낙 많기에 키워드로 자동화해서 필터링을 하기 때문에 본인의 경력에 맞춰 키워드를 입력하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인터뷰 준비의 경우, 대부분의 정부기관에서는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체계화된 역량(Competency) 중심의 항목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인터뷰 질문을 예측해서 추려놓고 관련된 경험을 STAR method에 맞춰서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성공 취업의 핵심입니다. 참고로 STAR method는 본인에게 실제로 있었던 상황을 그 질문에 대입해서 상황(Situation), 업무(Task), 실행(Action), 결과(Result)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엔지니어로 취업하는 다양한 방법과 전략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경험과 정보가 캐나다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시려는 분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