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흔들리는 일본, 경제산업성 시대 맞지 않는 정책 탓

공유
0

[초점] 흔들리는 일본, 경제산업성 시대 맞지 않는 정책 탓

일본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경제산업성. 최근 경산성의 산업정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그 역할에 대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경제산업성. 최근 경산성의 산업정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그 역할에 대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한때 세계경제 1위를 달리던 일본 경제를 이끌었던 경제산업성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직원에 의한 코로나 지원금 제도의 악용과, 도시바의 주주총회 개입 의혹 등도 비판 소재로 거론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산업 정책이다.

◇도덕적 비난


최근 명예를 중시하는 경산성에서 경력 직원 2명이 코로나 대책 지원금 제도를 악용해 체포되는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도시바의 주주 총회 부정 개입 의혹 등 행정 운영의 투명성이 추궁당하고 있다.

경영 위기에 빠진 도시바를 지원하기 위해, 주주 총회에 부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입을 부정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의 상식으로서 정부에 의한 부정 개입 의혹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국익을 크게 해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업정책 실패


경산성의 산업정책에 대한 실책 논란이 뜨겁다. 일부에서는 조직적인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산성 존재 의의조차 추궁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산성은 일본의 산업정책을 한손에 담당해 온 관청이지만, 최근 실책만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허술한 지원책이다.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했던 일본의 반도체산업은 1990년대 이후 급속히 경쟁력을 잃었다. 후발 한국 업체와 대만 업체에 완패했다. 경산성은 반도체 부활이라는 용감한 목표를 내걸고 엘피다, 르네사스, 재팬디스플레이 등 국책 반도체회사, 혹은 그에 준하는 합작기업의 설립을 촉구하며 정부계 펀드 등을 통해 고액의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엘피다는 도산, 르네사스도 한때 경영위기에 직면했으며 저팬디스플레이는 현재까지도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경산성의 산업정책은 특정 산업분야를 목표로 각종 보조금이나 우대 세제, 외국 기업의 참가 규제 등으로 육성을 도모하는 이른바 타깃팅 정책이라 불린다.

일본의 고도성장은 일련의 정책으로 실현됐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전후의 산업발전의 역사를 냉정하게 분석하면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일부 업계는 경산성의 지원이 큰 도움을 준 경우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경산성이 국내 자동차 메이커 대부분을 불필요한 존재로 간주해 60년대에 특정 산업 진흥 임시 조치법을 통해서 재편을 시도해 몰락을 초래한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한 바 있다. 당시 경산성의 요청을 산업계가 받아 들였다면,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소멸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경산성의 실패 사례는 또 있다.

60년대 후반 태평양 벨트 지대에 집중하고 있던 중화학공업을 아오모리 현으로 이주하는 입안을 했지만 진출하는 기업이 없어 좌절했다. 이후 이 지역을 핵연료 시설의 거점으로 삼았지만,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핵연료 계획 자체가 무산되었다.

80년대에는 고성능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는 「제5세대 컴퓨터」계획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의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시그마 계획」등을 실시했지만 모두 실패 했다.

일본 산업계에서 살아남은 것은 정부에 의존하지 않은 업계뿐이어서 반도체 산업 지원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위험성


4차 산업 혁명 이후 비즈니스를 잘 모르는 공무원이 이노베이션의 미래를 예상해 천문학적 투자가 진행되는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촉진하는 정책 유도가 최선의 산업정책이라는 것은 거의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경산성은 한때 비즈니스가 후발이었을 때 세계적 흐름에 뒤처져 있을 때 시대에 맞는 산업정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선도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시대 자체가 달라졌다. 이제는 관이 주도하는 전략을 수정할 때이다.

이런 인식이 현재 일본의 비즈니스계와 전문가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큰 정부가 아니라 작은 정부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맞게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