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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소니 전 CEO, 전자제품 아이콘 재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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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소니 전 CEO, 전자제품 아이콘 재창조

역대 최고의 순이익을 기록한 소니의 개혁 뒤에는 히라이 가즈오 전 CEO의 과감한 비즈니스 혁신이 있었다. 사진=닛케이아시아이미지 확대보기
역대 최고의 순이익을 기록한 소니의 개혁 뒤에는 히라이 가즈오 전 CEO의 과감한 비즈니스 혁신이 있었다. 사진=닛케이아시아
소니가 부활했다. 올해 3월에 끝난 2020회계연도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엔(90억 달러)을 넘어섰다. 그 뒤에는 현재 소니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전 최고경영자(CEO) 히라이 가즈오가 있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10여 년 전 소니는 궁지에 몰렸다. 히라이가 2012년 4월 CEO로 취임했을 때 소니는 4566억 엔(41억 달러)의 순손실을 내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히라이는 현재의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에 1984년에 입사해 10년 이상을 보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어린 시절 교육 덕분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히라이는 음악과 게임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히라이가 소니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TV 사업은 8년 연속 적자였다. 소니가 5인치 마이크로 TV와 평면 TV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전성기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

그룹 전체가 회생하려면 회사가 소중히 여겼던 전자제품 사업의 쇄신은 피할 수 없었다. 히라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메스를 가하면서 개혁을 시작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의 소니 미국 본사를 매각한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미국법인은 매각을 반대했지만, 건물 매각을 강행했다“고 회상했다. 소니가 글로벌 브랜드로 떠오른 것은 미국 TV 사업의 성공과 직결됐고, 맨해튼 본사는 성공의 상징이었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다.

히라이는 화학, 배터리, 개인용 컴퓨터 사업부의 매각, TV 사업부의 분사, 그리고 약 1만 명을 정리하는 광범위한 개혁을 시작했다. 최고재무책임자 다모쓰 이바 등의 반발이 거셌지만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다고 한다. 히라이는 ”최고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안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히라이는 "과거에 대한 향수는 해법이 아니다. 소니가 워크맨을 만들었다는 생각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히라이는 6년 동안 지휘봉을 잡으면서 소니 직원 수를 16만 2700명에서 11만 7300명으로 대폭 줄였다. 전체 직원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수치다. 다만 히라이는 사업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자들에게 근로자들을 계속 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라이는 개혁이 "고통을 동반했다"고 인정했다.
히라이는 "소니는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미래 비전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전자제품, 게임, 영화, 음악 및 기타 부문은 서로 단절돼 있었다. 히라이는 "소니는 왜 존재하고,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첨단 가전제품이 대중화된 지 약 20년이 지났다. 소니를 포함한 전 세계의 기기 제조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차별화였다. 히라이는 TV 사업에서 연간 4000만 세트 판매 목표를 포기하고 차별화를 택했다. 그리고 콘텐츠 비즈니스에도 주력했다.

개혁을 시작한 4년 후인 2018년 4월, 히라이는 CFO를 역임한 요시다 케니치로에게 CEO 자리를 넘겼다. 히라이와 마찬가지로 요시다도 비 전자제품 부문에서 승진했다.

히라이는 "나와는 다른 의견을 구하는 것이 내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어야 한다"면서 “소니 직원들의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소니가 부활할 수 있었다”고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의 후계자는 히라이가 세운 길을 계속 따라가고 있다. 요시다 사장은 전자, 영화, 음악, 게임, 기타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소니의 뒷골목에서 출발한 개혁가 히라이는 자신의 방식대로 공룡 소니를 부활시킨 후 사업의 최전선에서 벗어났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