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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V시장,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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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V시장,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무덤'

테슬라 제외하고 니오‧샤오펑‧리샹‧비야디 등 중국 토종 브랜드에 밀려

중국 성도의 쇼룸에 전시된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 X.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성도의 쇼룸에 전시된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 X. 사진=로이터
중국 전기자동차(EV) 시장에서 폭스바겐‧다임러 등 글로벌 자동차 완성업체들이 니오‧샤오펑‧리샹 등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유일하게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만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분기 중국 신차 판매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그러나 미국 테슬라를 제외한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 현지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크게 뒤져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VW)도 그중 하나다. 폭스바겐은 상하이와 광둥성 포산에 EV 전용 공장을 건설해 연간 총 60만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제3 공장도 건설 중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중국에서 소형 SUV ID.4 출고를 시작했다. 기존 가솔린 ​​차량의 EV 화 대신 EV로 설계된 차량의 첫 생산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아우디와 포르쉐 등의 브랜드를 가진 폭스바겐 그룹은 중국에서 1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폭스바겐 브랜드 단독으로는 13%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중국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ID.4는 폭스바겐이 EV혁명으로 중국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EV기업으로의 전환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다.

컨설팅 회사 시노 오토 인사이트의 튜리 전무이사는 "맨 처음의 징후는 폭스바겐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자동차 사이트 D1EV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ID.4는 출시 후 3개월 만에 3300대가 판매됐다. 중국의 상반기 자동차 총 판매 대수 185만대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폭스바겐 중국의 스테판 볼렌슈타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회견에서 "아직은 시장을 지켜봐야 할 시기로 단정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새로운 모델이 시장에 정착하려면 보통 6~8개월이 소요된다. 그에 따르면, 2021년 중국에서 아직 8만~10만대의 ID 시리즈가 팔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는 대형 SUV ID.6 발매와 함께 해치백 ID.3도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이 시장에서 전기차로 신뢰성을 얻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볼렌슈타인 CEO는 말한다.
폭스바겐처럼 가솔린 차량에서 브랜드를 구축한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전기차 제조업체로 재차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디지털 기술이 가득한 전기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그러한 기술이 부족한 형편이다.

폭스바겐이 중국 노령층 인구에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전기차는 기술에 익숙한 젊은층에 딱딱한 인상을 주면서 외면 받을 수도 있다.

루 웨이쟈 자동차 평론가는 소셜미디어 위챗(微信)에 게재한 최근 리뷰에서 "ID.4를 편안하게 달리는 견실한 차로, 가격에 맞는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지 많은 중국산 전기차의 독창성에 비하면, ID시리즈는 기술적인 느낌과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적었다.

리뷰에서는 특히 ID.4 운전 지원 시스템이 타사 전기차의 대부분에 비해 초보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테슬라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에서 이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무선에 의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폭스바겐 대변인은 "ID.4가 경쟁력이 있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면서 "무선 통신 시스템이 시작되면 기능이 크게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중국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노 오토 인사이트의 튜리는 "ID.4는 실용적인 차량이지만,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3만1000달러 정도의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비야디(BYD)와 샤오펑 등의 모델이 기능성이 뛰어난 데다 니오 또는 테슬라의 고급차가 기술적으로 크게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승용차 협회(CPCA)에 따르면, 4~6월기의 승용차 판매 대수에서 차지하는 전기차의 비율은 12%였다. 상반기 전기차 판매 대수는 100만대를 넘어 2020년 연간 110만대에 육박했다.

상반기에 약 1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테슬라를 제외하고 해외 브랜드 전기차는 중국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에서 거의 밀려나고 있음이 CPCA의 데이터에서 밝혀졌다.

따라서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새 전기차 모델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려고 하지만 가솔린 차량 판매 시절 누렸던 강력한 지위는 중국 시장에서 점차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