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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비즈니스리뷰 "‘3세 경영 실패론’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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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비즈니스리뷰 "‘3세 경영 실패론’ 사실과 다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 사진=HBR이미지 확대보기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 사진=HBR

미국을 비롯한 서방 경제계에서는 가업을 이어가는 경우 ‘2세 경영인’을 넘어 ‘3세 경영인’까지 성공을 거두는 일은 쉽지 않다는 통념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가업 형태로 운영되는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새로 펼쳐진 미증유의 기업 환경에서도 가족기업들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배당을 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일반 기업과는 속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미신처럼 통했던 이른바 ‘가족기업 3세 경영 실패론’을 둘러싼 논란에 새롭게 불을 지필 수 있는 화두여서 주목된다.

◇3세 경영 실패론의 출발


HBR이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심층기사에 따르면 가족기업 3세 경영 실패론이 서방 경제계에 퍼지게 된 것은 가족기업 전문가인 존 워드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가 지난 1980년대 출간한 가족기업 경영서 ‘가족기업을 건강하게 경영하는 법(Keeping the Family Business Healthy)’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 일리노이주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쓴 경영서로 가업 형태로 운영되는 회사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됐는지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대략 1세대, 즉 30년 간격으로 주기를 설정한 뒤 얼마나 일리노이 소재 가족기업들이 지속됐는지를 연구한 결과 2세 경영으로 이어진 경우는 전체의 3분 1에 그쳤고 3세 경영인까지 배출한 경우는 13%에 불과했다는게 이 책의 결론이었다.
HBR에 따르면 이 책에서 제시된 주장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가족기업이 3세 경영까지 지속되기는 일은 어렵다는 인식이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사회에서 널리 확산됐다는 것.

그러나 HBR은 이 책은 벌인 설문조사의 대상이 워낙 적은 규모였는데다 3세 경영으로 이어지지 못한 가족기업이 실패 원인 및 그 원인과 가족기업이라는 지배구조간 상관 관계에 대한 분석을 제시하지 못해 일반화시키기에는 적잖은 한계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존 워드 교수의 주장에다 가업 승계에 관한 부정적인 기존 통념들이 덧붙여지면서 가족기업 3세 경영 필패론이 확산됐다.

'셔츠 바람으로 살다 부자가 돼도 다시 셔츠 바람으로 돌아간다(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 즉 ‘부(富)는 3대를 가지 않는다’는 뜻의 스코들랜드 속담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연구 결과


그러나 가족기업의 지속성은 해당되는 가문을 위해서뿐 아니라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가족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

특히 미국이 그런 경우다. 미 인구조사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3명 정도의 가족이 동시에 또는 승계해 지배하는 기업을 가족기업으로 분류하는데 미국 전체 기업의 90% 가량이 가족기업이다. 미국 전체 고용인구의 절반, 국민총생산의 절반을 가족기업들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HBR은 가족기업의 지속성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이 얼마나 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차례에 걸쳐 전세계 5개 대륙의, 25개 업종에 걸친 140개 가족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종래의 통념과 거리가 있는 결론을 얻었다.

경영 성과나 경영 지속성 등으로 평가했을 때 가족기업들이 일반 기업들에 비해 코로나 사태라는 리스크를 잘 극복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응답기업 가운데 무려 68%가 코로나 국면에서 강화된 체질에 힘입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후에는 좀더 견실하게 가족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답을 내놨다. 또 절반 이상은 신규 사업에 진출할 계획일뿐 아니라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올라갔으며 다음 경영세대를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2월 조사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25%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한 것은 물론이고 향후 몇 년간 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고 HBR은 강조했다.

글로벌 가족기업들의 경영이 몇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결과 기존의 통념과는 크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

1세대가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은 25%, 2세대 경영 기업이 37%로 각각 나타난 가운데 3세대가 경영을 맡고 있는 기업도 25%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4세 경영체제로 이어진 경우도 13%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HBR은 가족기업이 코로나 사태라는 전례 없는 환경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나타난 배경과 관련해 “가족기업들은 일반 기업들과 다르게 고속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리스크에 맞서 가업을 지속하는데 초점을 두고 경영을 하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일반 기업들보다 오히려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추구하는데 가족기업들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가족기업의 2019년 기준 매출 규모 및 2020년 기준 가족기업 승계 현황. 통념과는 다르게 1세대 경영기업이 25%, 2세대 경영기업이 37%, 3세대 경영기업이 25%, 4세대 경영기업이 13%로 각각 조사됐다. 사진=HBR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가족기업의 2019년 기준 매출 규모 및 2020년 기준 가족기업 승계 현황. 통념과는 다르게 1세대 경영기업이 25%, 2세대 경영기업이 37%, 3세대 경영기업이 25%, 4세대 경영기업이 13%로 각각 조사됐다. 사진=HBR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