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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시행 1년…정부 "주거안정 효과" 시장 "전세품귀-가격상승"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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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시행 1년…정부 "주거안정 효과" 시장 "전세품귀-가격상승" 누구 말이 맞나

국토부 “갱신률 상승 세입자 평균 거주 1.5년 늘고, 임대료 인상 억제에 기여"
전문가 “매물 줄어 가격 급등, 임대인-임차인 분쟁 급증…하반기 전세난 가중”

매물 게시판이 비어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매물 게시판이 비어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뉴시스
오는 31일로 시행 1년을 경과한 임대차법을 놓고 정부와 부동산시장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평균 전‧월세 거주기간이 늘어나 임차인 주거 안정성이 크게 제고됐다고 자평하는 반면, 시장은 임대차법이 되레 매물 감소와 임대비용 상승을 야기해 세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 시행 효과를 보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임대차 계약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증액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했다.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전월세 신고제’는 보증금 6000만 원, 월세 30만 원 초과 전월세 계약을 하면 30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제도이다.

국토부의 임대차3법 시행효과 보고자료에 따르면, 임대차 갱신율(서울 100대 아파트 대상)은 임대차3법 시행 전 1년 평균 57.2%에서 지난 5월 77.7%까지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서초(80.0%), 송파(78.5%), 강동(85.4%), 서대문(82.6%), 은평(78.9%), 중랑구(78.9%) 등에서 높은 갱신율을 보였다.

갱신율 증가로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도 임대차3법 시행 전 ‘3.5년’에서 시행 후 ‘5년’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6월 한 달간 신고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갱신계약 1만 3000건의 63.4%인 8000건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했다.

국토부는 "도입 초기 일부 혼선은 있었지만 신고제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제도 도입 목적인 임차인의 거주기간 연장, 낮은 임대료 인상률 등이 확인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가 임대차3법 정책의 긍정 부분만 부각하며,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임대차3법 도입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 사례도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지난해 7월 말 이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셋값은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급등해 올해 초까지 0.10%대 상승률을 이어가다 지난달부터 0.20%대로 오름폭을 더 키우고 있다. 특히, 신규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갱신계약이 늘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다툼도 크게 늘었다. 21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사집계에 따르면, 임대차 관련 상담 건수가 올 상반기(1~6월) 76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85건)보다 3배 늘어났다. 분쟁조정 신청 건수도 지난해 16건에서 올해 상반기 167건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매물 부족현상에 임대차3법 등 정책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올 하반기 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사 비수기인데도 전세가격의 강보합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하며 “새 임대차법과 월세(반전세)의 가속화,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물량 감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에서 대규모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전세매물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시장에 전세 매물이 풀리지 않으면서 전세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전세난을 해소하려면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