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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정비·재가동 원칙 있나?...원안위 '고무줄' 승인 기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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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정비·재가동 원칙 있나?...원안위 '고무줄' 승인 기준 논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고리 4호기 원전 모습. 사진=한수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고리 4호기 원전 모습. 사진=한수원
여름철 전력수급 위기에 최근 정부는 정비 중이던 원전 3기의 재가동 일정을 앞당겨 조기 투입함으로써 고비를 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정을 앞당겨 원전을 조기 재가동해도 아무 문제가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 정부가 가동에 문제가 없는 원전을 과도하게 세워두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원전 조기 투입' 방침에 따라 신월성 1호기는 당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정비 종료를 8월 말로 예정했으나 이달 18일로 1개월 이상 정비 종료 일정이 앞당겨졌다.

신고리 4호기는 전기설비 화재로 수리에 들어가 이달 말 재가동할 예정이었다가 열흘 가까이 재가동 일정이 앞당겨졌다.

덕분에 전력수급은 아슬아슬하지만 현재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원전 업계는 정부가 원전 재가동 일정을 1주일에서 1개월씩이나 앞당겼지만 이로 인한 안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원전 가동에 별 영향이 없는 루틴한(일상적인) 정비가 많기 때문에, 재가동 일정을 조금 앞당겨도 안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말하면, 별 문제가 없음에도 원전을 과도하게 세워두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정부의 불분명한 원전 정비·재가동 원칙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원전 3기를 조기 투입하기로 결정할 당시, 전체 원전 24기 중 총 8기가 예방정비 명목으로 멈춰서 있었다. 전체 원전의 3분의 1이 멈춰서 있었던 셈이다.

원전은 일반적으로 18개월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위해 가동을 멈추고, 정기검사는 2개월 가량 진행한다. 이를 계산하면 비율상 보통 원전 3~4기가 정비로 멈춰서 있는 것이 정상이라는 설명이다.

'불시 정지'는 대개 원전 1기당 1년에 1번 정도 발생한다. 무언가 이상 발생 시 자동 정지 시스템에 의해 원전이 가동을 멈추는 '불시 정지'는 정비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승인을 받아 재가동한다.

그러나 원안위의 이러한 재가동 승인에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 원전업계의 시각이다.

원안위는 지난해 4월 완공된 신한울 1호기에 대해 비행기 충돌 위험, 북한 장사정포 공격 등을 이유로 허가를 미루다가 지난 9일 비로소 운영허가를 내줬다. 신한울 1호기는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차세대 원자로인 'APR1400'을 장착하고 있다.

다른 정비 중이던 원전도 재가동 승인을 질질 끌며 전체 24기 중 8기까지 세워두고 있다가 올 여름 전력대란이 닥치자 부랴부랴 신월성 1호기는 1개월, 신고리 4호기는 1주일 예정보다 앞당겨 재가동 승인을 내줬다.

이 때문에 원안위가 기술적인 원칙이나 기준에 따라 원전을 세우고 재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가동 중단이나 재가동 승인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2019년 원안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비상임위원을 포함해 전체 9명의 원안위 위원 중 원자력 전공자가 한 명도 없이 운영되기도 했으며, 현재도 원자력 전공자가 전체 원안위 위원 9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풍현 KAIST 명예교수(원자력및양자공학과)는 "20기가 넘는 전체 원전의 연간 가동 중단 일수가 2016년에는 총 1400일이었는데 2018년에는 2800일로 2배 늘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 때문에 2018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 많은 비판이 제기됐고, 이후 원전 이용률은 꾸준히 올라 지난해 말에는 원전 이용률이 과거 정부 최고 수준인 85%까지 올랐다. 원안위의 원전 정비와 재가동 승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