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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구 증가율 '제로 수준'...이민 더 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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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구 증가율 '제로 수준'...이민 더 늘리나

코로나19와 맞물려 미국의 인구 증가세가 거의 멈춰섰다. 사진=CNBC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와 맞물려 미국의 인구 증가세가 거의 멈춰섰다. 사진=CNBC
수 십 년 동안의 출산 저조로 취약한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더 떨어져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50개 주의 절반 가까이가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았다. 2019년의 경우 5개 주에 불과했었다. 2020년 6월 30일에 종료된 한 해 동안 미국 카운티의 약 55%에서 출생아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총 인구는 0.35% 증가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인구 통계학자들은 기록상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들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인구 증가는 노동 시장의 규모와 한 나라의 재정 및 경제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경기 침체로 출산율이 떨어졌을 때, 경기가 다시 회복되면 역전되는 일시적인 현상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학자들은 이미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인구 증가에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의 경제 혼란기와 침체기, 인플레이션에 의해 남겨진 상처보다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 노화연구소의 리처드 잭슨 소장은 "지난 2세기 동안 선진국의 경제는 인구 팽창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인구 증가 측면에서 경제적, 지정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몇 가지 변수는 있다. 이민이다. 이민은 지난 10년간 미국 인구 증가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현재 이민법이 부활로 치닫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시절 제정된 일부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도 구직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강력한 이민은 더 낮은 출산율을 상쇄한다.

경제학자 멜리사 키어니와 필립 레빈의 예측에 따르면, 불확실한 경제와 코로나19가 여성들의 출산을 억제했기 때문에 올해 미국은 최소 30만 명의 출산 감소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 잠정자료에 따르면 2021년 첫 3개월의 출산율이 2020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문제는 밀레니얼 세대가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점이다. 인구학자들은 젊은 성인들과 여성들의 높아지는 교육 성취도가 건강 및 재정적 충격과 겹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인구통계학자 윌리엄 프레이는 부분적으로 이민자들이 채워줄 것이기 때문에 전체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와 같은 추정이다. 그는 경제가 호전되면서 1997년부터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출산율을 따라잡기 시작한다면 코로나19가 출산율에 미친 악영향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구조사 추산에 따르면, 농촌형이든 도시형이든 미국의 모든 유형의 카운티는 2010년대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사망자당 출생아 수가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시골지역에서 더욱 심각했다. 작은 마을과 인구가 적은 카운티에는 젊은 가정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 주거, 보육 옵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카운티에서는 지난 8년간 평균 출생률보다 더 높은 사망률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젊은 대도시 카운티는 시골 카운티에 비해 출생사망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지역 교외에 있는 368개 카운티 중 약 20%의 사망률이 지난 10년 동안 출생아 수를 모두 초과했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남서단의 두 대도시 카운티 모빌과 볼드윈은 2020년 6월 30일에 종료된 한 해 동안 출생아 수가 156명에 불과했다. 더 외곽의 8개 카운티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이들 카운티는 지난 10년간 매년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았다. 앨라배마 주는 지난해 처음으로 태어난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웨스트버지니아, 메인,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등 5개 주만이 사망률이 높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보건통계센터의 잠정 자료에 따르면, 이제 위스콘신과 미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몬태나, 오리건 등 미국 전역에서 사망률이 출생률을 초과하는 주가 속출하고 있다.

뉴햄프셔 대학의 케네스 존슨 선임 인구학자는 "포스트 코로나에는 많은 주의 출산율이 높아지겠지만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 사망률이 계속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의 절반 가까이가 이민자들을 포함한 노동 연령 인구의 확대에 의해 이루어졌다. 최근 연방 예산 전망에 따르면 노동 인구 증가율은 1970년대 중반 2.5%에서 시작했지만 2008년부터 작년에 걸쳐 0.5%로 낮아졌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제로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노동력을 늘리기 위해 이민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가장 높은 이민자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 역시 자체 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경우 이민을 국가 차원에서 막을 가능성마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면 납세자 대비 퇴직수급자 비율이 높아져 사회보장·의료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급 육아휴직, 육아보조금, 무료 유치원 등을 포함한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을 통해 가족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시골의 가정에서 젊은이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여성들의 노동력 증가와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 여성 노동력이 증가하면 그 만큼 아이를 돌볼 시설이나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다. 맞벌이 부모들의 육아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육아 시설을 확보해도 운영이 되지 않는다. 돌볼 아이들이 부족해서다. 탁아소 건설을 진행하다가 가정방문 보육사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한 지역도 꽤 있다. 농촌의 고령인구는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경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규 이주를 촉진하려 해도 주택이 부족하다. 빈 택지를 무상으로 제공했지만 실패한 곳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미국에서의 사망자가 출생자를 앞서는 역전 현상는 고정화된 추세로 자리잡을 태세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