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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사업종료 'D-3'…초콜릿폰 영광부터 펼치치 못한 롤러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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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사업종료 'D-3'…초콜릿폰 영광부터 펼치치 못한 롤러블까지

피처폰 시대 글로벌 점유율 3위 성과…스마트폰 늦은 대응 패착
2015년 적자 전환 이후 '암흑기 5년'…사업 철수 후 6G R&D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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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스마트폰과 작별하는 시간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LG전자는 올해 4월 5일 이사회를 통해 7월 31일자로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기존 고객에 대한 사후 서비스는 지속할 방침이지만 LG전자의 가치관이 담긴 스마트폰은 이제 볼 수 없다.

LG전자는 1984년 금성전기 시절 일본 NEC와 기술제휴로 카폰을 처음 출시하며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1995년 LG전자로 사명을 변경한 후 ‘화통’이라는 브랜드로 휴대전화를 처음 내놓게 된다.
1997년 PCS가 출범하고 PCS 단말기로 '싸이언' 브랜드가 처음 등장한다. 이 브랜드는 삼성전자 '애니콜', 현대전자 ‘걸리버’와 함께 국내 휴대전화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들어 LG전자는 '싸이언'의 영문 표기를 'CION'에서 'CYON'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휴대전화 경쟁에 뛰어든다. 특히 2005년 발매한 초콜릿폰은 LG전자 휴대전화의 부흥기를 이끈 대표적인 모델이 된다.

초콜릿폰은 휴대전화 시장이 커지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5개월만에 국내 판매 50만대를 달성했다. 또 해외에서는 2006년 5월 출시 후 18개월만에 무려 1500만대를 판매하며 LG전자 휴대전화의 부흥을 알렸다.

LG전자는 이어 발매한 샤인폰까지 흥행하게 되면서 글로벌 탑5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과 2008년에는 초콜릿폰의 해외 흥행이 이어지면서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3위까지 점유율이 상승했다.

그러나 이때 삼성전자는 옴니아 시리즈를, 애플은 아이폰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체제로 전환을 모색했다. LG전자는 이 시기에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LG인사이트를 출시했으나 본격적인 LG전자 스마트폰의 시작을 알린 제품은 2010년 출시한 옵티머스Q다.

옵티머스Q는 LG전자가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내놓은 첫 번째 스마트폰이며 옵티머스 시리즈는 LG 플래그쉽 모델의 대표 브랜드다.
옵티머스 브랜드를 주력으로 하던 LG전자는 2013년 이후 G 시리즈로 브랜드를 개편한다. 이어 2015년 V 시리즈를 내놓으며 상·하반기 플래그쉽 모델로 나누게 된다. 이와 함께 중견급 모델인 Q 시리즈와 저가 모델인 X, K 시리즈로 선보였다.

스마트폰 후발주자로 경쟁을 이어가던 LG전자는 2015년 상반기 출시한 LG G4를 기점으로 적자에 빠지게 된다. 당시 G4는 출시 직후 성능 논란에 빠지며 국내 판매량은 두 달 동안 24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갤럭시S6과 갤럭시S6 엣지는 합계 130만대를 판매했다.

실적 만회를 위해 LG전자는 다음 해에 모듈형 스마트폰인 G5를 출시한다. 스마트폰에 '프렌즈'라는 이름의 다양한 디바이스를 모듈처럼 장착해 사용성을 높인 제품이다. '프렌즈'에는 360도 카메라와 스피커, VR기기 등이 포함돼있다.

그러나 G5는 디바이스를 장착하는 슬롯에 이격이 발생하고 내구성 논란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면서 LG 스마트폰 중 최악의 모델로 손꼽히게 됐다.

이때부터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LG전자의 인공지능(AI) 브랜드인 씽큐(ThinQ)를 스마트폰 네이밍에 더하고 G 시리즈와 V 시리즈의 투트랙 전략으로 모델을 세분화했다. 지난해에는 LG벨벳와 LG윙 등 펫네임을 적용하면서 브랜드 전략을 수정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마지막 스마트폰이 된 LG 윙.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 MC사업본부의 마지막 스마트폰이 된 LG 윙. 사진=LG전자

그러나 잦은 브랜드 전략 변화는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줬고 디바이스 혁신 전략도 트렌드에 맞추지 못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7년까지 조준호 사장이 지휘하다 2018년 황정환 부사장으로 교체하게 된다. 이후 1년에 한 번씩 수장이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 스마트폰 전략도 변화를 거듭했다.

또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카메라 개발에 집중할 때 오디오 혁신을 꾀했으며 폴더블폰이 미래형 폼팩터로 자리 잡을 때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때 LG전자는 LG V50에 듀얼 스크린을 탑재해 잠깐 주목을 받았으나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LG전자는 롤러블TV를 혁신제품으로 선보인 바 있으며 이를 작게 줄인 롤러블폰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MC사업본부가 사업을 종료하면서 롤러블폰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올해 스마트폰 사업종료를 앞두고 전자업계에서는 여러 소문이 돌았다. 특히 LG전자가 MC사업본부 매각을 모색하고 있으며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협상 대상자로 떠올랐다. MC사업본부는 5년 가까이 적자를 이어갔지만 모바일 관련 여러 특허를 확보하고 있어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그러나 매각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으면서 결국 사업종료를 선택하게 됐다.

올해 4월 사업종료 결정 직후 LG전자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잠시 논란이 됐었다. 전자업계에서는 “그렇다고 LG 베스트샵에서 갤럭시 시리즈를 팔 수는 없지 않냐”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지만, 모바일 통신 관련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사업과 디스플레이, 스마트홈, AI, 헬스케어 등에 6G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KAIST와 손잡고 6G 관련 기술개발에 한창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