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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공대'가 한전 ESG경영에 도움될까...."대주주 정부 이익, 소수주주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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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공대'가 한전 ESG경영에 도움될까...."대주주 정부 이익, 소수주주 부정적"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전공대와 ESG, 주주가치' 온라인 세미나서 전문가들 상반 평가
"대주주-경영진 겸임, 소수주주와 이해관계 불일치...반관반민 지배구조로 문제 더 부각"
"공대설립은 한전 R&D·성장동력·신시장 창출에 기여...장기보유 주주 이익에 혜택줄 것"
ESG경영 기업가치 높이고, 비재무 요인 중시..."한전 소수주주 친화 경영구조 개선 필요"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한전공대와 ESG, 주주가치 훼손일까 제고일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유튜브 채널 캡처 이미지 확대보기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한전공대와 ESG, 주주가치 훼손일까 제고일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유튜브 채널 캡처
우리나라 기업의 공통 문제로 지적돼 온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관계 불일치 현상이 한전공대(공식명칭: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설립을 둘러싼 한국전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전공대와 ESG, 주주가치 훼손일까 제고일까' 주제의 온라인 세미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한전공대 설립과 한전의 지배구조의 상호 연관성을 긍정과 부정의 상반된 시각으로 조명하는 자리였다.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마련한 이날 세미나에서 ESG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전 지분 51%의 대주주이지만, 49% 소수주주를 위한 소수주주 친화의 기업지배구조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제 발표자인 명한석 변호사(법무법인 화현)는 "한전공대는 정부와 지역사회를 빼고는 다른 이해관계자(소수주주·소비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보이고, 장기적으로도 이익은 가능성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단기 측면에서 한전 수익이 줄어 소액주주에겐 손해가 분명하나, 대주주인 정부는 한전 출연을 통해 정부 지출을 줄인 채 교육기관을 설립·운영할 수 있어 이익이라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한전공대 설립으로 대주주 정부와 소수주주 간 이해관계 불일치가 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고 명 변호사는 말했다.

명 변호사는 "미국기업은 주주와 경영진이 분리돼 '본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나, 한국기업은 대주주가 경영진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대리인 문제보다는 '대주주(경영진)와 소수주주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더 문제"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반민반관(半民半官)의 특수한 지배구조를 갖는 한전에서 이같은 '대주주-경영진 겸임'과 '대주주-소수주주 이해관계 불일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세미나 참석자에 따르면, 한전은 정부보유 지분이 51%로 정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 대주주이며, 한전 이사는 사실상 정부가 선임권을 행사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한전 자회사는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한전 자회사 이사 선임권도 정부가 직접 행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전 이사들이 한전공대 안건에 비토(반대)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소수주주 이익을 대변할 통로가 부재하다는 문제 제기인 셈이다.

명한석 변호사는 "미국 네트워킹 장비 제조회사 시스코가 운영하는 사회공헌 대표사례인 '교육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ESG 모범으로 불리고 있으나, 이와 유사한 성격을 띠는 한전공대는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즉, 시스코는 교육 아카데미를 회사가 주도하면서 주주간 갈등이 없으나, 한전공대는 대주주인 정부가 주도하고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비교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 토론에 나선 여성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상임고문은 한전공대 설립이 ESG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여 상임고문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한국에너지공대는 현재 한전 전력연구원 중심의 연구개발(R&D)을 넘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에너지공대는 한전의 미래 신사업·신시장 창출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한전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주주의 이익과 ESG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여한 경희대 위정범 교수(경영학과)는 "일반적으로 ESG 활동의 규모가 작을 때는 순 가치를 창출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순가치는 음수가 된다"며 "한전공대 사업의 경우 한전의 총자산과 매출·영업이익 규모를 볼 때 한전의 한전공대 출연금 규모가 비현실적으로 많은 금액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류영재 회장(서스틴베스트 대표)은 "ESG 경영은 단기보다 장기의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재무성과 못지않게 비재무적 성과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중심 경영과 차별성을 갖는다"며 ESG경영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류 회장은 "한전이 소수주주 친화 기업지배구조로 개선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를 정관에 도입하고 소수주주의 사외이사 추천을 통한 이사회의 경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 뒤 온라인 세미나 참석자는 "한전공대 운영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인재 선발을 희망하고 있다. 한전이 수용하면 '고른 인재선발'이라는 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지자체 지원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 인근에 120만㎡ 규모로 조성되며, 에너지공학 단일학부 5개 트랙(세부전공)에 대학원 600명, 학부 400명 등 총 1000명 학생과 교수 100명을 정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캠퍼스 조성공사와 오는 10월 신입생 모집 절차를 진행 중이며, 개교 첫 해인 내년에는 학사 100명, 석·박사 250명 등 총 35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