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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으로 치닫는 마사회 내분, '온라인 발매' 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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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으로 치닫는 마사회 내분, '온라인 발매' 멀어지나

마사회노조 탈퇴자 실명 공개에 이어 온라인에 익명 인신공격 난무
마사회 내부 상식이하 이전투구에 온라인 발매 수행능력 의구심 키워

경마중단으로 고객입장이 차단된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에서 관리직원이 홀로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경마중단으로 고객입장이 차단된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에서 관리직원이 홀로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말(馬) 산업계의 최대 현안인 '온라인 마권 발매' 법제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마사회가 극심한 '내분'으로 치닫고 있어 코로나19에 따른 경마 중단 등 위기에 몰린 말산업계의 시름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마사회 '내분'이 외부에서 바라볼 때 '상식을 벗어난 수준'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마사회가 온라인 발매 법제화를 제대로 이끌어낼 지 여부를 넘어 향후 온라인 발매가 도입됐을 때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마사회노조, 탈퇴자 실명 공개에 이어 익명의 사이버 인신공격 난무


4일 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한국마사회노동조합(1노조)은 1노조를 탈퇴한 조합원 11명의 실명과 직급, 탈퇴일자 등 개인 신상정보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했다.

1노조는 마사회 정규직 670명 가량이 가입돼 있는 마사회 5개 노조 중 최대 조직이다. 1노조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조합원 2명이 지난해에 이탈했고, 나머지 9명은 지난 6월 이후 탈퇴했다.

그리고, 탈퇴자 명단이 공개된 직후 온라인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마사회 1노조 탈퇴자들을 겨냥한 인신공격성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탈퇴자 11명 개인별로 회사에서 불리는 별명·직급은 물론 과거 징계경력·병원진료내역·개인 사생활까지 매우 사적인 내용까지 사실대로 또는 왜곡되거나 부풀려져 게시됐고, 입에 담기 민망한 원색적인 조롱성 표현들도 올라왔다. 일부 탈퇴자는 실명과 사진까지 노출됐다.

인신공격성 글은 댓글을 포함해 수 건이 올라왔고, 일부는 해당 탈퇴자 등의 신고로 삭제됐지만 현재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인신공격을 당한 마사회 1노조 탈퇴자들은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 사태와 무관한 일부 1노조 조합원들은 보다못해 '익명을 이용한 온라인상의 인신공격을 자제하자'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이같은 조합 탈퇴자 실명 공개로 온라인 인신공격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마사회 1노조는 실명 공개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노조 관계자는 "한국마사회 노조는 '유니온숍' 형태의 노조로,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자동가입 되며, 노조 탈퇴는 해고 사유에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유니온숍은 노조의 단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노조 형태의 하나로, 마사회 노조는 유니온숍을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처럼 많은 노조원이 노조를 탈퇴한 것도, 노조가 탈퇴자 명단을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니온숍 노조 특성과 대의원 구성 등 노조 관리 차원에서 탈퇴자 명단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탈퇴자 명단 공개로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인신공격성 글이 올라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이후 인신공격성 글을 자제하도록 당부하는 글을 조합원 전체에 공지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신공격을 당한 노조 탈퇴자들은 1노조의 명단 공개가 경솔했을 뿐 아니라, 그 의도도 의심된다는 입장이다.

한 탈퇴자는 "1노조가 지난달 18일 오후 탈퇴자 명단을 공지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11명의 탈퇴자 각각의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담은 인신공격 글이 블라인드에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전하며, "이처럼 짧은 시간에 11명 각각의 십수년 전 과거 행적을 모두 담은 인신공격 글이 올라올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탈퇴자도 "아무리 유니온숍 노조라 하더라도 탈퇴자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을 것"이라고 1노조의 책임을 지적했다.

이 탈퇴자는 "1노조 지도부가 만일 노조를 탈퇴한다면 이같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익명의 공격을 예상하고도 명단을 공개했을 수 있다고 본다. 만일 지도부가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경솔했던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 마사회 내부 '상식이하' 이전투구, 온라인 발매 수행능력 의구심 키워


문제는 '온라인 발매'라는 업계 최대 현안을 앞두고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할 마사회가 최대 노조의 문제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직무정지' 사태에 직면하면서 과연 말산업계를 위기에서 건져낼 수 있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사회는 김우남 회장이 '폭언 사태'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직무정지 결정을 받은 지난달 30일부터 부회장 겸 경영관리본부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세우고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김우남 회장이 농식품부의 직무정지 결정과 해임 건의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마사회장 공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9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김 회장 해임 건의를 수용하더라도 신임 마사회장 선임 절차가 착수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말산업계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지속된 '경마 중단 사태'로 붕괴 직전에 몰려있고, 마사회도 차입경영에 들어가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말산업계는 위기탈출의 유일한 해법으로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관부처인 농식품부는 애매모호한 '국민 반대 정서'를 내세워 온라인 발매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말산업 관계자는 "이달부터 경륜·경정에 온라인 발매가 시작되면 코로나 사태 이전의 기존 경마 고객 중 일부가 경륜·경정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경마에 온라인 발매가 도입되더라도 기존 경마산업 규모를 유지할 수 없게 될 수 있다"면서 "자살골을 남발하고 있는 마사회의 행보에 말산업은 이미 회생 불가능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탄했다.

1노조의 신상정보 공개로 온라인 인신공격 피해를 받은 한 1노조 탈퇴자는 "온라인 경마를 반대해 온 주무부처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로 기대를 받았던 3선의원 출신 김우남 회장이 직무정지를 받은 상황에서 마사회가 부회장 체제로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탈퇴자는 "지금의 마사회 직원간 분열 사태를 보면서 농식품부는 오히려 '저런 조직에게 온라인 발매를 맡겨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마사회 1노조 탈퇴 사태는 1노조가 직원 생존이 걸린 온라인 발매보다 김우남 회장 퇴진에 매달린 것에 실망해 벌어진 일로 해석했다.

더욱이 1노조가 비록 유니온숍이더라도 탈퇴자의 실명을 공개한 행위나 사이버 인신공격을 당하도록 빌미를 준 행위는 노조의 도덕성과 신뢰성을 허무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사회 1노조는 김우남 회장 거취 문제가 일단락(직무정지)된 만큼, 앞으로 온라인 발매에 노조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7일 시작한 온라인 발매 촉구 청와대 앞 1인시위를 당초 계획보다 한 달 가량 연장해 오는 25일까지 계속하고, 온라인 발매 법안 국회 심의 추이와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점차 대응수위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명분을 앞세워 탈퇴 노조원(개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마사회 1노조나 말산업 전체의 위기 속에서 외부 유관단체들보다도 소극적 모습을 보여왔던 마사회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안타까움과 냉소가 함께 깔려 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