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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동남아 석유화학 정복의 꿈' 영글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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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동남아 석유화학 정복의 꿈' 영글어 간다

롯데케미칼 5조 원 대 인도네시아 화학 단지 조성...2025년부터 연간 100만t 생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신동빈( 66·사진) 롯데그룹 회장의 동남아 석유화학 시장 공략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이 5조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자바섬 찔레곤에 에틸렌을 만드는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롯데그룹 계열 화학기업 롯데케미칼은 이르면 이달에 이사회를 열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 계획을 확정한 뒤 내년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 조성 계획에는 약 44억 달러(약 5조 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한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도 입찰해 선정한다.

인도네시아 사업은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가 주도한다. LCI는 롯데케미칼과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된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이 각각 49%, 51%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케미칼타이탄도 지난달 28일 주주서한을 통해 조만간 이 프로젝트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화학단지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뉴에틸렌’의 단어 앞 글자를 딴 ‘라인(LINE)’으로 정했다. 화학단지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틸렌은 흔히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에틸렌이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폴리에틸렌(PE), 폴리스타이렌(PS), 폴리염화비닐(PVC),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등이 에틸렌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소재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10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 세계 공장에서 연 450만t 가량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화학 수요가 예상보다 더 많으면 투자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인도네시아 시장 야심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신 회장은 향후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엔틸렌을 3억 명 인구대국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고 경제발전에 따른 석유화학 수요가 큰 동남아시아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원대한 사업 청사진을 그려왔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2011년 당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석유화학단지 조성에 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업체 타이탄을 인수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생산설비도 함께 사들였다.

그러나 신 회장 포부와 달리 롯데그룹의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은 10년 만에 현실화됐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스틸로부터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상이 지연됐다.

설상가상으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을 거치면서 프로젝트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또한 2018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경영에서 물러나 프로젝트는 또다시 연기됐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2018년 10월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같은 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한 신 회장은 잠시 머뭇거릴 시간도 없었다.

라인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 원을 돌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일궈내자 인도네시아 화학단지 사업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신 회장의 동남아 화학시장 정복의 꿈은 이제 막 시작했다”며 “롯데그룹이 유통은 물론 화학사업을 향후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amsa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