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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생각하고 질문하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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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생각하고 질문하게 하기

엄상현 중부대 총장
엄상현 중부대 총장
중국에서 도가철학 특히 장자철학을 연구하신 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님은 요즘 유튜브에서도 인기있는 인문학 강사가 되신 듯하다. 필자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교육에 대한 시사점을 얻게 되어 그 이야기를 간략히 해 보고자 한다.

몇 가지 말씀을 인용해 보면 교수님께서는 '배우는' 철학에서 '생각하는' 철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학적 지식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고 단언하고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철학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철학 이론만을 수입해 왔지 직접 철학을 생산해본 경험도, 생산해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음을 아쉬워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생각하는 철학의 유무와 정도가 철학 내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사회와 국가의 발전과 연계되어 있다고 한다. 교수님의 말씀을 몇 개 더 인용해 보자. 생각하고 철학하는 탁월한 인간은 항상 다음이나 너머를 꿈꾼다. 이 다음이나 너머에 대한 꿈을 통해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 진다. 장르를 만드는 나라 선진국은 문화적 차원에서 움직이고 장르를 만들지 못하고 수입하는 나라 후진국은 문화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이 고유한 존재로서 자신의 욕망을 발휘하는 형태가 바로 질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질문은 미래적이고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논지들을 종합하면 새로운 장르를 시작해 낼 수 있는 선진국이 되려면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많은 생각과 철학으로 질문이 많아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이러한 교수님의 주장에 필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의 교육과 사회 현실을 보면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 학교 교실 현장에서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대화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3개의 장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장면 1, 초등학교 교실, 아이들이 서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어 선생님에게 발언권을 얻기 위해 저마다 손을 들고 저요! 저요!를 외친다. 장면 2, 중학교 교실, 하루 종일 수업 중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없어 어떤 똑똑해 보이는 학생에게 묻는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해요? 학생이 대답한다. 음 일단 궁금한 게 안 생겨요. 왜냐하면 어려운 것만 시키고 프린트하고 책 읽고, 그냥 수업한다는 식?! 장면 3, 고등학교 교실,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수업 중 엎드려 있다. 잠을 자는 듯하다. 학원 다니고, 과외하고, 집에서 독서실에서 공부하느라 잠이 부족해서. 그러나 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을 깨울 수 없다.

이러한 교육 현실은 학생들의 학력을 국가 간에 비교한 국제 평가 결과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단순 지식의 습득을 넘어 폭 넓은 지식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조직하고 이를 말이나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즉 사고력 내지 고등정신능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중요한 원인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제 선진국이면서 동시에 철학 선진국, 문화 선진국, 교육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해야 할 과제는 너무도 분명하다. 생각하게 해야 하고 질문하게 해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우리 학생들이 생각하고 질문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주 일반적인 해답을 하나 찾아보자. 발달심리학에서는 인간 개개인의 특성은 그 사람의 유전적 특성과 그 사람이 어머니 배 속에서 잉태된 이후 경험하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사람을 제외한다면 결국 다양한 생각과 자유로운 질문을 얼마나 허용하고 장려하는 환경 속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각과 질문에 대한 습관과 태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일정한 정도의 기본적인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런 본성적인 지적 호기심은 자연스런 상태에서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행동으로 동기화 된다. 스스로 생각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질문도 하게 되고 또 다른 행동으로도 표출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생각과 질문을 금지시키거나 나무라는 분위기 속에서는 호기심의 싹은 고사하게 된다. 해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이를 격려하고 칭찬해야 한다. 이런 교실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은 무궁무진 성장 발달해 갈 것이다. 이것은 초등학교 뿐 아니라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의 교실에서도 적용되어야 할 기본적인 교육원리이다. 가정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엄상현 중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