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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극단적 정치적 대립으로 '전국민 집단면역'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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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극단적 정치적 대립으로 '전국민 집단면역' 불가능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되는 이유에 대한 백신 접종 미국인과 미접종 미국인의 의견 차이. 사진=악시오스/입소스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되는 이유에 대한 백신 접종 미국인과 미접종 미국인의 의견 차이. 사진=악시오스/입소스
다른 나라는 몰라도 미국에서는 전국민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서 면역시키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비관론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제시됐다.

되살아나는 미국 경제 회복의 향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악시오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최근 공동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최근 악화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예방 백신을 맞은 미국인과 맞지 않는 미국인 사이에 엄청난 인식의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악시오스·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악시오스와 입소스가 조사한 내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사이에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인식에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점이다.

조사에 응한 미국인들은 델타 변이의 확산이 코로나 사태를 다시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을 표시했다. 전체 응답자의 압도적인 다수인 78%가 델타 변이의 확산세에 우려한다고 밝혔기 때문.

그러나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로 나눠 ‘현재 무엇 때문에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질문한데 대한 응답은 충격적이라 할 정도로 매우 달랐다.

백신을 맞은 미국인의 78.6%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5.7%로 그 뒤를 이었다. 백신 접종자 사이에서는 보수 성향의 언론매체들(33.4%), 미국에 입국한 외국 여행객들(29.7%), 해외여행을 다녀온 미국인들(25.3%)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이유로 지적됐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전체에서 백신 미접종자들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악화됐다는 의견을 밝힌 비율은 58%로 나타났고 미국에 입국한 외국 여행객들(32%), 트럼프 전 대통령(28%)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백신을 맞지 않은 미국인들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가 많은 것이 원인이라고 답한 비율은 9.8%에 불과해 백신 접종자들과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였다. 백신 미접종자들이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미국에 입국한 외국 여행객들로 36.9%가 이런 의견에 동조했다.

백신 미접종자 사이에서는 그밖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27.1%), 해외여행을 다녀온 미국인들(22.7%), 조 바이든 현 대통령(21.4%) 등이 현 코로나 사태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백신 접종자들이 주요한 이유로 지적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수 성향의 언론을 꼽은 백신 미접종자는 각각 11.2%, 7.5%에 그쳤다.

◇극단적 정치적 대립이 코로나 인식 양극화 초래

이번 조사 결과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백신을 맞은 미국인들은 백신을 맞지 않은 미국인들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반면에 백신을 맞지 않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하고 있는 원인에 대한 뚜렷한 확신이 백신 접종자들에 비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각종 음모론이나 가짜뉴스를 더 믿거나 바이든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도 확인됐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악시오스는 “이번 조사 결과는 백신을 맞은 미국인과 맞지 않은 미국인 사이에 얼마나 큰 시각차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동시에 미국에서 전국민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방역조치 강화가 왜 필요한지를 뒷받침하는 여론조사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입소스 미국법인의 클리프 영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처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라면서 “백신을 맞지 않는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갖고 있던 잘못된 믿음을 고수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30~40년전에 코로나 사태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이 미국 사회를 양극화시키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