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류 프로젝트’ 주최·주관, 숨무용단 후원의 정경화의 전통춤展 「絃을 담다」 공연(7월 14일 오후 7시30분,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이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인 정경화(정경화 류 프로젝트 대표)가 구성, 출연한 춤은 홀춤으로써 김천흥류 ‘춘앵무’, 황무봉류 ‘산조춤’, 강선영류 ‘즉흥무’, 강선영류 ‘태평무’ 네 편이었고, 오철주류 ‘부채입춤’(출연 조유미)과 김평호류 ‘남도소고춤’(출연 이지은)이 찬조 작품으로 편성되었다.
‘춘앵무’, 새를 형상화한 춤은 지구촌의 여러 곳에서나 발견된다. 봄빛을 받은 꾀꼬리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은 행복하다. 화려한 복식과 느림의 움직임이 정교하게 계산된 춤은 궁중에서 추는 춤 정재의 특정 미학을 상급으로 격상시킨다. 정경화 스타일의 디딤과 사위는 효심에 국한된 고정관념을 털어낸다면 버드나무 위의 꾀꼬리는 시적 감흥을 더욱 자아낼 것이다. 미동(微動)의 절제된 춤에 이르기까지의 춤 수련의 과정을 헤아리는 것도 묘미이다.
‘부채입춤’,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추는 즉흥적 ‘허튼춤’의 하나로 오철주류 ‘부채입춤’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접이식 부채를 이용한 다양하고 섬세한 춤사위가 특징이며 한국적인 정서와 여인의 멋이 잘 표현된 춤이다. 부채를 부리는 몸이 부채와 하나 되는 기교와 부채로 상징하는 다양한 수사가 흥미롭게 포진해있어 소통을 부르는 작품이었다. 성균관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국가무형문화재 85호 석전대제 문묘일무 전수자인 조유미가 찬조 출연한 작품이다.
‘산조춤’, 1960년대 산조곡에 맞춰 창작된 황무봉의 대표작이다. 격조 있는 여인의 심상을 읽어낼 수 있는 이 춤은 깊은 시상(詩想)에 버금 된다. 철 가야금 반주로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몰아가는 선율 속에서 정경화는 한과 흥, 신명을 자유로우면서도 섬세한 몸짓으로 구현하며, 몸의 기와 리듬을 춤으로 자유롭게 형상화한다. 황무봉류 ‘잔영’, ‘회상’, ‘정금에 담은 여인상’, ‘연인’ 등의 부제를 갖고 있다. 김매자 임현선 정경화로 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즉흥무’, 전통춤들을 재정리 집대성한 한성준이 ‘살풀이’(1936년)라는 제목으로 부민관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춤꾼의 즉흥성이 표출되는 춤으로 한 손에 수건을 들고 추는 경우가 많아 ‘수건춤’이라고도 하며, 춤추는 이의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운다 하여 ‘입춤’이라고도 한다. 특정 음악이나 양식에 구애됨 없이 감응된 흥에 따라 표현하는 강선영류 즉흥무는 청순하며 한과 조응하며 포용성을 갖는 맵시의 춤이다. 정경화 특유의 분위기와 연기력이 돋보인다.
‘남도소고춤’, 홀춤이거나 무리춤이거나 신명을 간직한 춤으로 전라도 해안지역에 널리 분포되어있는 소고춤과 버꾸춤의 맥락을 이어받은 춤이다. 김평호류 ‘남도소고춤’이라고 명명한 이 춤은 남도의 흥과 멋이 결정체를 이루며 신명을 부르는 악가무(樂歌舞) 총합의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멋을 살리는 즉흥성이 강조된다. 단(DAN) 무용단 대표이자 석전대제 문묘일무 전수자인 이지은이 찬조 출연, 이 춤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태평무’,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한성준이 왕십리 당굿의 무속 장단을 바탕삼아 무대화한 춤이다. 진쇠장단을 비롯하여 낙궁, 터벌림, 도살풀이 등 다양한 가락에 맞추어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며 무녀가 왕비역을 맡아 춤을 춘다. 정경화는 의젓하면서도 경쾌한 춤사위와 가벼우면서도 절도 있게 몰아치는 발 디딤새로 신명과 기량을 과시한다. 아울러 전통춤의 미적 형식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작품을 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러 권의 새 책을 읽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정독하며 몸 철학을 구축해온 정경화는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이며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7-2호 정읍농악(설장고)전수자이다.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강사이며 성재형 ‘숨’ 무용단 상임이사, 사)한국춤협회 이사, 사)한국전통춤협회 이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신축년 여름에 던진 화두는 값진 교양의 아름다운 서사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