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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주자 부동산공약 '포퓰리즘'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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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주자 부동산공약 '포퓰리즘' 전시장?

민주당 후보들 文정부 '공공주도 공급확대' 유지 기본주택·서울공항개발·반값공공분양 등 차별화
국민의힘 후보, 文정부와 상반된 '규제 완화' 한목소리...세부담 경감·전월세 안정·국가 반값지원
전문가 "여당은 현정부 실책 답습, 야당도 기존내용 재탕...근본해결 고민보다 표심잡기 치중"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 예비경선에 뛰어든 주요 후보들의 부동산정책 밑그림이 하나 둘씩 공개되고 있다.

아직 예비후보군인 만큼 숫자가 많아 ‘신규택지 발굴’부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까지 정책 스펙트럼이 넓다.

◇ 민주당 후보들, 총론은 '文정부처럼', 각론은 '공급 vs. 가치·개혁'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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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자료=각 후보 캠프

11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인 ‘공공주도 주택 공급 확대’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여권 후보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과 결을 같이 하는 ‘기본주택 100만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본주택’이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들이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좋은 위치의 고품질 주택에서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하는 주택이다. 기본주택 공급에 필요한 재원은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마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 대선주자 1차 경선 이후 지지율 상승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이낙연 전 당대표는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해 해당 부지에 주택 총 7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서울공항은 주택 약 3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면적”이라며 “강남-송파-판교의 업무 중심 벨트와 위례 신도시-성남 구도심 주거 벨트의 두 축이 연결된 인구 약 10만명 수준의 스마트 신도시 조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인 정세균 전 총리는 공공임대주택 100만 가구와 반값 이하 공공분양 아파트 30만 가구 공급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토지보유세 신설과 부동산 불로소득 과세 정상화 등 ‘지대개혁’을 나란히 부동산 청사진으로 공개했다,
박용진 후보 역시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해 김포공항 부지에 스마트시티를 지어 20만가구를 공급하고 건설원가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가치성장주택’ 개념을 소개했고, 김두관 후보는 ‘국책 모기지’를 조성해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 부담을 덜겠다는 주택비전을 천명했다.

이같은 여당 후보들의 '장밋빛' 부동산 공약들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문재인정부 부동산 실책을 답습한 공약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를 내놓았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 공약’에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이 주도해 100만 가구의 주택을 지으려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지가 가장 중요한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 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후보의 서울공항 활용 구상도 군사·안보 문제가 얽혀 있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수도권 가용택지 확보를 위해 공항 이전 방안이 꾸준히 거론됐지만 국방부의 반대와 이전 비용 같은 걸림돌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권 대선주자의 각양각색 부동산 공약들은 현 정부의 실책을 답습한 것들”이라고 꼬집으며, “이같은 정책들이 국민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후보들, 규제 완화·민간주도 공급 '文정부 반대로'

사진=뉴시스, 자료=각 후보 캠프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뉴시스, 자료=각 후보 캠프

제1 야당인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의 부동산 공약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대척점에 서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야권 후보 가운데 국민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아직 구체적인 부동산공약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최근 몇 차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용적률 완화·세제 완화 등 규제 혁파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가 급선무라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달 초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좀더 세부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즉,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1가구·1주택자에 양도세·보유세 완화, 등록임대사업자에 규제 완화 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과 야권에서 온건보수의 좌장격인 유승민 후보는 ‘희망사다리 주택공약’을 내걸었다. 공급을 크게 늘리되 부동산세금은 크게 줄여 집값과 전월세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의 부동산세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집값 절반을 국가가 지원해 주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주택 국가찬스'를 부동산 공약으로 표방했고, 홍준표 의원은 도심 초고층·고밀도 개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공급을 크게 늘려 단골 대선공약인 '반값 아파트' 실현을 약속했다. 이밖에 박진 의원도 ‘장기 공공주택공급’과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카드로 내밀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공약도 새로운 내용보다는 기존에 나왔던 내용의 반복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특히, 야당후보들의 재건축 규제 완화책이 집값 상승에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V’자 형태로 반등했고, 매주 상승 폭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야 대선주자들이 부동산시장 안정에 심도 있는 고민보다는 표심에 기댄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이 내년 대선 판세를 좌우할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여야 대선후보들이 포퓰리즘 공약에 의존하기 보다는 왜곡된 가격과 수급의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국정철학과 고민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