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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꼬리명주나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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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꼬리명주나비를 찾아서

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
과연 이 여름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무덥고 지루하기만 한 올 여름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지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지루한 여름을 나는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그 중에도 시집을 가까이 두고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심심하고 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서 시를 읽고,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 시를 읽는다고 했다. 내가 시를 읽는 이유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비는 순식간에/ 째크나이프처럼/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 도대체 그에게는 삶에서의 도망이란 없다/ 다만 꽃에서 꽃으로/ 유유히 흘러 다닐 뿐인데,/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환한 대낮에/ 나비는 꽃에서 지갑을 훔쳐내었다 -송찬호의 ‘나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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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해서 우연히 펼쳐든 송찬호의 시집에서 위의 시를 만났을 때 며칠 전의 일이 떠올랐다. 햇빛 쨍한 오후, 초등학교 담장 옆을 지날 때였다. 노련한 행글라이더처럼 홀연히 날아올랐다 담장 너머로 유유히 사라지는 나비를 보았다. 얼핏 보아도 꼬리명주나비가 틀림없었다. 비행하는 나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황급히 휴대폰의 카메라를 켰지만 나비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한동안 나비 날아간 허공만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리면서 나는 꼬리명주나비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장소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한때 우리나라의 국접(國蝶)으로 거론된 적도 있는 꼬리명주나비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집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될 우려가 있어 보호나 복원이 필요한 ‘취약 대상’으로 지정된 귀한 나비 중 하나다. 덕분에 지자체별로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복원을 위해 쥐방울덩굴을 식재하고 그 주변에 나비가 꿀을 빨아 먹을 수 있도록 털부처꽃이나 부들레야, 꿀풀 같은 밀원식물도 함께 심어 가꾸어왔다. 꼬리명주나비는 알에서 번데기까지 약 60일 동안을 잘 견디면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 꼬리명주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은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뿐하면서도 우아하다. 암컷은 흑갈색 바탕에 담황색 띠무늬가 있고, 수컷은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다. 반전된 암수의 색 ‘흑과 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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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명주나비를 촬영하기 위해 아침 일찍 구청에서 중랑천변에 조성해 놓은 쥐방울덩굴 군락지를 찾았다. 나비가 허공을 날고 있는 모습은 더없이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나의 재주로는 카메라에 담기는 쉽지 않다. 꼬리명주나비의 자태를 온전히 카메라에 담으려면 나비가 날아오르기 전인 이른 아침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쥐방울덩굴 군락지를 서성이며 꼬리명주나비의 자태를 카메라에 담았다. 어쩌다 쥐방울덩굴에 매달리듯 앉아 있는 나비도 보였지만 그보다는 근처 풀숲에서 양 날개를 활짝 펼치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통처럼 생긴 동그란 열매와 독특한 냄새 때문에 붙은 까마귀오줌통이라는 재밌는 별명이 있는 쥐방울덩굴은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의 애벌레의 먹이식물이다.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는 쥐방울덩굴이나 등칡 잎 뒷면 또는 앞면에 알을 낳고, 그 애벌레는 잎을 먹고 커간다. 쥐방울덩굴은 색소폰을 닮은 꽃 모양이나 열매 주머니 모양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식물이다. 되면 마른 열매가 가는 실 같은 꽃자루(花梗)에 매달려서 예쁜 바구니나 낙하산 모양으로 매달려 있어서 야생화를 촬영하는 사진가들에게는 좋은 작품 소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생명은 없다. 잡초라며 쥐방울덩굴을 마구 베어버리면 자연스레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도 사라지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비록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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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