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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여직원·소수인종 ‘임금 차별’ 은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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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여직원·소수인종 ‘임금 차별’ 은폐 논란

애플 직원을 대상으로 세 번째로 임금 차별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여직원의 트윗. 사진=트위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직원을 대상으로 세 번째로 임금 차별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여직원의 트윗. 사진=트위터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이 여직원과 소수인종에 대한 ‘임금 차별’을 은폐하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애플이 이들에 대한 ‘임금 차별’을 저지르고 있다며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올들어 사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이 표출되자 경영진이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것.

10일(현지시간) 온라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이 추진하려던 임금 차별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직원 처우를 비롯해 직원들의 개인정보에 관한 조사를 벌이는 행위는 사규로 금지된 행위”라며 수차례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동법 전문가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근로자가 활동을 벌이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처우 관련 설문조사 무산

더버지에 따르면 노동 전문 변호사들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주장하는 애플 경영진의 행위는 일부 직원들이 올들어 추진한 두건의 사내 설문조사를 사측이 개입해 무산시켰다는 것.

그 가운데 한건은 지난 봄에 인종에 따라, 성별에 따라, 장애 여부에 따라 임금 차별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추진된 설문조사였다. 애플 직원 100명 정도가 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던 중에 애플 인사팀에서 개입해 설문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 조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사팀은 설문조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설문 내용이 개인식별정보(PII)를 묻는 것이어서 사규에 위반된다”는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직원들은 최근 들어 같은 취지의 설문조사를 추진했으나 인사팀에서 남녀간 임금 차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 항목을 문제 삼았고 설문조사를 추진한 직원들은 이를 받아들여 성별 처우 차별에 관한 항목을 삭제한 뒤 다시 조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인사팀은 회사 클라우드 계정인 드롭박스를 이용해 설문조사가 진행됐다는 이유를 들어 조사를 중단할 것을 재차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의 시각

미국 뉴욕의 고용전문 로펌 화이트힐퍼티앤알바네세의 빈센트 화이트 노동법 변호사는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이 정도면 1800년대 같은 옛날에 공사판에서 십장이 일꾼들에게 서로의 임금을 알려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처우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애플의 설문조사 중단 조치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들이 근로자의 권익을 신장하는 차원에서 임금 차별 실태를 파악하려는 행위를 금지할 근거는 미국 법률에 없다”면서 “오히려 미 연방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따르면 처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미국 법률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권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학대학원의 비나 두발 교수는 “임금 차별에 관한 설문조사를 사실상 금지한 애플의 행위 자체가 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단체행동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임금 차별 있나

더버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애플 유럽법인에서 종사하는 직원들의 남녀간 평균 및 중위 임금 격차는 12%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직원의 처우가 여성 직원보다 12% 높았다는 뜻.

더버지는 “미국 사업장의 임금 격차가 파악되지 않는 이유는 영국과 다르게 미국에서는 이를 공개하는 것이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팀 쿡 최고경영자는 지난 2016년 남직원의 처우가 여직원 대비 0.4% 높고 소수인종에 속한 직원의 처우가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0.3% 높은 정도라고 밝힌 바 있고 2017년에는 다양성 개선 노력을 통해 이같은 차별을 해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더버지에 따르면 세 번째 설문조사가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애플 경영진이 같은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세 번째 조사를 벌이고 있는 주인공은 애플 엔지니어로 일하는 여직원 셰어 스칼렛.

그는 7일 올린 트윗에서 “지난 6개월 사이에 두건의 설문조사가 무산됐지만 난 겁먹지 않고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우리에겐 우리의 처우를 파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