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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 100% 가동에도 공기질 '좋음' 미세먼지 주범 맞나? 해명 못하는 환경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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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 100% 가동에도 공기질 '좋음' 미세먼지 주범 맞나? 해명 못하는 환경당국

올여름 기록적 폭염에 전력위기 대비 발전소 최대가동 불구 미세먼지 배출 줄고 대기질 양호
기상청 "대기질 개선 설명 어렵다", 환경과학원 "분석자료 나오기 힘들 것" 뚜렷한 원인 못밝혀
민간발전업계 "석탄발전 미세먼지 영향 1% 불과" 주장...2034년까지 석탄발전 30기 퇴출 비판

충남 보령에 있는 한국중부발전의 보령화력발전소.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미지 확대보기
충남 보령에 있는 한국중부발전의 보령화력발전소.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올여름 기록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 수요전력도 크게 늘어나 정부는 석탄화력 발전소 대부분을 가동해 만일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대비하고 있다.

반면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하늘은 예년과 달리 유례없이 '청명함'을 자랑하고 있다.
석탄발전의 풀가동과 대기환경의 쾌적함은 왠지 이율배반의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종전까지 정부나 환경단체들은 입버릇처럼 '석탄발전=미세먼지 주범' 논리를 줄기차게 주입시켜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악화가 극심한 봄철에 석탄발전소 일부를 가동중단시키는 특단대책을 밀어부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석탄발전 풀가동과 깨끗한 공기질의 상반된 상황에 놓이면서 최근 미세먼지 주범론이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논리였는 지 반론이 민간발전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석탄 퇴출' 드라이브 정책이 '탄소와 분진 저감' 신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않은 현실과 균형을 도외시한 '이상주의'에 매몰된 결과물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올여름 서울 미세먼지, 석탄발전 늘었음에도 오히려 좋아져


올해 여름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은 여느 해보다 가장 좋았다.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한 달간 서울 지역 미세먼지(PM-10) 평균 측정값(낮 12시 기준)은 '좋음'(0~30㎍/m³)을 기록한 날이 총 26일이었고, 나머지 5일은 '보통'(31~80㎍/m³)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좋음' 일수가 총 25일, 나머지 6일은 '보통'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기질이 좋아졌다는 지난해보다도 올해 여름 대기질이 더 좋았다.

2019년 같은 기간엔 '좋음'을 기록한 날이 총 19일, 나머지 12일은 '보통'이었고, 더 소급해 2018년 같은 기간엔 '좋음'이 17일, '보통'이 14일이었다.

주목되는 점은 올해 여름 정부가 전력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석탄화력 발전소를 '풀가동' 했다는 사실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석탄화력 발전소는 전체 설비용량 35.3기가와트(GW) 중 매일 평균 90%가 넘는 30GW가 가동됐다.

특히, 지난달 27일 오후 5시에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8기 가운데 환경개선설비 공사 중인 한국남동발전의 삼천포 6호기를 제외한 57기가 가동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100%' 석탄화력발전소를 돌린 셈이었다.

지난해 7월 국내 석탄발전 가동률은 최대 83% 수준이었다. 올 여름에는 폭염과 경기 회복으로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비 중이던 원전 3기를 조기 재가동한데 더해 석탄화력 발전도 총동원한 것이다.

이처럼 올 여름철 석탄화력발전 가동 확대에도 오히려 서울지역 대기의 미세먼지가 줄어든 이유에 환경당국은 아직 분석자료가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미세먼지는 자연현상이라기보다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물질이므로 최근 서울의 미세먼지 개선 상황을 기상학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면서 "올여름 대기 상층부에 대륙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긴 했지만 이는 대기 하층부 현상인 미세먼지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올여름 대기질에 관한 분석자료는 다음 분기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상황이 아닌 대기질 개선 원인을 규명하는 분석자료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석탄발전 대기오염물질 배출규제 엄격...탈석탄 계획 신중 필요


석탄화력발전 최대가동과 미세먼지 발생 상황이 배치되면서 최근 발전업계 일부에서 석탄화력발전을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강화해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석탄발전 출력을 최대 80%로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하나로 국내 석탄발전소 21기를 가동 중단하고 32기의 출력을 80%로 제한하기도 했다.

같은 달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덕분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탄발전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전년동기 대비 23%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 발령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9일까지 국내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발령 건수는 총 438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즉,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으로 석탄화력발전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감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정작 중요한 석탄화력발전과 국내 전체 미세먼지 상황 간의 상관성은 불분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사단법인 전력산업연구회가 서울 강남구 민간발전협회에서 개최한 '신규 석탄발전 퇴출, 과연 정당한가' 온라인 세미나에서 전력산업연구회 윤원철 연구위원은 "환경부와 서울시의 연구결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을 고려하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발생 실제 비율은 1% 정도로 유추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탈석탄' 기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립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오는 2034년까지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의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퇴출하도록 했다.

지난 5일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총 3개 안을 제시했는데, 가장 온건한 제1안은 오는 2050년까지 석탄발전의 비중을 1.5%로 줄이도록 하고 있고, 제2안과 제3안은 석탄발전 비중을 아예 0%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앞으로 준공될 신규 석탄발전소들뿐만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인 모든 석탄발전소들도 이미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장치를 장착해 가동하고 있다"며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기준을 위반하면 바로 경고를 받게 되기 때문에 아예 자체로 법령이 정한 배출허용치보다 더 적게 오염물질을 배출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공 분야의 한 교수는 "탄소중립위원회의 3개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을 숙고하지 않은 졸속 계획"이라고 비판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탈석탄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확한 분석과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급격한 탈석탄은 국내 발전업계와 산업 전체에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