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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 재판으로 중국과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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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 재판으로 중국과 긴장감 고조

- 중국, 캐나다인 2명에 대한 연이은 중형 선고 -
- 다가온 멍완저우 최종심리, 캐나다의 판결은? -

캐나다와 미국 그리고 중국의 신경전이 더욱 가시화 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밴쿠버에서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Meng Wanzhou)를 체포하였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중국은 유래없이 팽팽한 외교적 긴장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중국은 캐나다인 2명을 구금하고 멍완저우와 맞교환을 요구하는 등 캐나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캐나다인들에게 잇따른 중형 선고를 내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멍완저우 체포에 대한 판결이자 향후 범죄인 인도 재판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캐나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넘겨질지 결정되는 만큼 몇 주 앞으로 다가온 최종심리에 삼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잇따른 캐나다인에 대한 중형 선고, 가중되는 압박

지난 8월 9일, 중국 정부는 마약 밀매 혐의로 구금된 캐나다인 로버트 셸런버그(Robert Schellenberg)의 항소를 기각하고 사형 선고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셸런버그는 약 200kg이상의 필로폰 밀수 혐의로 당초 15년형을 선고 받았으나 멍완저우가 체포가 된 지 한 달 뒤 법정 최고형인 사형으로 돌연 형량이 강화되었다. 이에 대해 캐나다 제1야당 보수당 대표 에린 오툴(Erin O'Toole)은 중국이 사형 제도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했다.

이어서 8월 10일, 사업가 마이클 스패볼(Michael Spavor)이 간첩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으며 11년형과 벌금 그리고 강제추방을 명령 받았다. 이에 대해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즉각 반발하였으며 투명성이 결여된 법적절차와 국제법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되지 못하는 재판이라고 지적하였다. 전 주중 캐나다 대사 가이 세인트 자크(Guy Saint-Jacques)는 이러한 중국의 판결에 대해 캐나다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을 주는 메세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클 스패볼(오)과 로버트 셸런버그(왼)

자료: CTV News

중국 사법체계의 판례를 고려하였을 때 마이클 스패볼의 유죄 판결은 캐나다 내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다만, 강제추방이 어느 시점에서 이뤄질지가 쟁점으로 여겨진다. 이전에도 중국이 간첩 혐의의 캐나다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이례적으로 형 집행 도중에 캐나다로 추방을 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케빈 개럿(Kevin Garratt)은 2014년 간첩 혐의로 기소되어 억류되었다가 2년 후인 2016년 캐나다로 돌아온 바 있다. 당시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석방 및 추방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양국의 긴장관계가 완화될 시 마이클 스패볼도 캐나다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참고로 외교관 출신의 마이클 코브릭(Michael Kovrig)과 마이클 스패볼은 지난 2018년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2년 넘게 중국에 억류되어 있다. 마이클 코브릭에 대한 자세한 재판 진행 일정은 미정이다.

캐나다-중국, 인권문제를 두고도 갈등

지난 2월 23일, 캐나다 의회는 중국이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행위는 인종학살이라고 규정하며 이에 대한 대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266대 0,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 투표 당시 여당 소속의 장관들과 트뤼도 총리는 기권하였다. 해당 결의안을 통해 캐나다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의 행위를 인종학살이라고 언급하였으며 이와 같은 인권탄압을 지속할 경우 2022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변경을 IOC에 요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러한 인권문제 지적에 대해 중국은 스포츠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더불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대해 규탄하며 홍콩인들에 대한 이민 문호를 확대하였다. 지난 2월 8일부터 대졸 이상 홍콩인들을 대상으로 3년짜리 캐나다 취업 비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취업비자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캐나다 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경우와 캐나다에서 일을 한 경우로 구분되며 후자의 경우, 최근 5년 이내의 졸업장을 필수 조건으로 취업 1년 후에는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도록 구체화하였다. 이에 따라 캐나다로 이동하는 홍콩인들이 늘고 있는데 캐나다 자금 세탁 방지 기관인 FINTRAC(The Financial Transactions and Reports Analysis Centre of Canada)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홍콩에서 캐나다로 옮겨진 자금은 사상 최고치인 436억 캐나다 달러에 달했다. 한편, 홍콩인에 대해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고 이민을 확대하는 조치에 대해 주캐나다 중국 대사 콩 페이우(Cong Peiwu)는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였다.

고조되는 캐-중 긴장 속 중국의 수입규제

2020년 기준, 캐나다와 중국의 무역규모는 1017억2100만 캐나다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C$ 983억 700만) 3.5% 증가하였다. 2019년 당시 중국은 캐나다의 주요 대중국 수출 농산물인 카놀라, 육류 품목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였다. 육류 수입의 경우, 2019년 11월 5일자로 재개되었으나 캐나다산 카놀라에 대한 수입 제한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카놀라 업계는 이로 인해 2년동안 약 2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 캐나다 정부는 중국의 카놀라 수입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WTO에 제소하였으나 중국 정부 측은 수입금지에 다한 정당한 이유와 근거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캐나다-중국 최근 5년간 교역액 변화

(단위: C$ 백만)

구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수출
20,973
23,611
27,689
23,272
25,218
수입
64,385
70,928
75,570
75,035
76,503
자료: 캐나다 통계청

한편 자동차 부품 관계자 A씨는 KOTRA 토론토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중국과 캐나다 사이 갈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중국산 피해는 확인되지 않지만, 만약 양국의 갈등이 본격화 될 시 캐나다 자동차 부품 시장 또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특히 자동차 부품 시장의 특성상 공급 체결 시 길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하는 만큼 캐나다와 중국 사이의 외교적, 경제적 갈등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위험 요소로 여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멍완저우는 왜 재판을 받는가


멍완저우는 국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에 미국 HP컴퓨터 설비 및 통신장비를 수출하고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화웨이가 아닌 스카이컴테크(Skycom Tech)라는 유령 자회사를 설립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CISADA)에 위배된다. 참고로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의 경우, 이란과 거래하는 개인과 기업을 재제해 이란의 경제를 압박하려는 미국의 행정명령이다. 또다른 쟁점은 과연 멍완저우가 HSBC 은행 계좌 활용을 위해 의도적으로 화웨이와 스카이컴테크의 관계를 속이는 금융사기를 저질렀냐는 점이다. 당시 멍완저우는 스카이컴테크를 화웨이의 파트너사라고 HSBC 은행에 소개한 것으로 확인된다.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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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The Canadian Press/Jonathan Hayward

멍완저우는 정말 미국으로 인도될까


멍완저우가 최종적으로 미국으로 인도될 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멍완저우가 석방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멍완저우가 위법 행위를 통해 HSBC에게 어떤 재산상 피해를 입혔는가를 입증하기 어려우며 또한 홍콩 소재의 영국 은행인 HSBC와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거래에서 미국이 개입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대이란 관련 제재법은 캐나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다른 국가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해당 혐의가 두 국가에서 모두 범죄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캐나다에서는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 법을 근거로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대이란 제재법 외에도 멍완저우가 스카이컴테크에 대해 HSBC은행에 거짓말을 한 자체가 상업적 부정행위(Commercial Dishonesty)에 해당한다며 캐나다에서도 범죄 성립이 되는 이중범죄(Double Criminality)라고 보고 범죄인 인도 요건에 충족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캐나다 법원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점 또한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다만 캐나다 법원이 범죄인 인도가 적합하다고 판결할 지라도 멍완저우 측이 항소하면 또다시 몇 년에 걸친 지난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미국에 인도되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와 금융사기가 인정될 경우에는 최대 30년형 이상을 선고 받을 수 있다.


멍완저우 사건 주요 타임라인

시기
주요내용
2018년
12월 1일
캐나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밴쿠버 공항에서 멍완저우 체포
12월 10일
2명의 캐나다인,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
12월 11일
멍완저우, 보석금 C$ 1000만과 전자발찌 착용, 여권 압수 등 조건부 보석 허가
2019년
1월 28일
미국 법무부, 멍완저우에 대해 23가지 혐의로 기소하며 캐나다에 범죄인 인도 요청
3월 2일
캐나다, 멍완저우 범죄인 인도 재판 진행 승인 결정
3월 3일
멍완저우, 체포 과정의 적법성과 관련해 캐나다 정부 고소
3월 6일
중국, 캐나다산 카놀라유에 대해 병충해 등 품질 관련 이유로 수입 제한
6월 25일
중국, 캐나다산 육류 수입 제한
2020년
5월 27일
캐나다, 멍완저우 측의 석방 요구 기각
6월 24일
중국, 2명의 캐나다인과 멍완저우에 대한 맞교환 요구
2021년
8월 9일
중국, 캐나다인 로버트 셸런버그 사형선고
8월 10일
중국, 캐나다인 마이클 스패볼 사형선고
자료: KOTRA 토론토 무역관 정리

시사점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당선 당시 보다 온건하게 미중갈등을 접근하며 멍완저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자진 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골든 하우덴(Gordon Houlden) 정치과학 교수는 미국이 약 3년간 이어져온 멍완저우 재판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과 미국 사이 어느 정도의 합의 도출이 있어야만 중국에 억류된 캐나다인 석방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빠르면 몇 주 안에 예정된 멍완저우의 최종 심리 결과에 따라 또 한 번 삼국의 정치적,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캐나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자료: CTV News, 캐나다 통계청, The Canadian Press/Jonathan Hayward, KOTRA 토론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