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게 속절없이 빨리 넘어간 이유

공유
0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게 속절없이 빨리 넘어간 이유

아프간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줄지어 카불을 탈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프간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줄지어 카불을 탈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는 탈레반에 점령된 나라를 탈출하기 위해 카불 국제공항에 몰려든 아프간인들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지난 20년 동안의 전쟁, 6000명 이상의 미국인 인명 손실, 10만 명 이상의 아프간인 사망, 2조 달러를 넘는 미국의 비용이 들어간 전쟁이었다. 이제 아프간은 탈레반의 지배로 결론지어졌고, 아프간의 미래는 암울하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이렇게 빨리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프간 정부군은 미국으로부터 890억 달러의 자금 지원과 훈련을 받았다. CNBC가 16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지난 2001년보다 빨리 아프간을 점령하게 된 배경을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실패, 더 강한 탈레반, 아프간 정부의 부패, 문화적 차이, 의지력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인지의 오류


미군 정보기관은 아프간의 상황을 파악하고 평가하는데 실패했다.

민주국방재단의 빌 로지오 선임연구원은 16일 CNBC '스쿼크 박스 아시아' 프로그램에서 "이번 사건은 1968년의 베트남전 이후 가장 큰, 비참한 수준의 인식 실패"라고 분석했다.

로지오는 탈레반이 5월 초부터 ‘최종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장비와 자재를 미리 배치하고 조직과 세부적인 계획 아래 대규모 공세를 펼쳤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지 정부와 군이 6개월 이상 버텼어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 전투의지의 붕괴

런던 왕립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연구원은 "탈레반은 지난 몇 년간 교전하면서 농촌 지역을 점령해 50%의 통치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며 "탈레반은 도시 지역에 침투해 조종사 등 주요 인물을 암살하고, 지휘관 가족을 위협하면서 항복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구하리라는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항복했으며 싸움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갑자기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붕괴 속도는 군사 역량이 아니라 전투 의지의 붕괴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철수를 단행한 것이 붕괴를 가속화했음은 물론이다. 바이든은 "미군은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 참여해 죽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자 15일 저녁 해이로 도피했다. 가니는 카불에서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에 모든 것을 의존했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이미 승부는 끝났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군의 철수가 시작된 직후부터 아프간 군대와 관리들은 탈레반을 달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 탈레반의 강한 군사력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이 미군 철수 때문만은 아니다. 탈레반은 1990년대 이후 더욱 강력해졌다.

대서양위원회의 중동 안보 담당 커스틴 폰텐로즈 이사는 CNBC의 '스쿼크 박스 유럽'에 출연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 이슬람 에미리트를 세우는 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군사적으로나 비군사적으로 훨씬 능숙해졌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는 아프간 정부가 주도권을 상실한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폰텐로즈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위하고 정부군이 필요로 하는 보급선을 차단했으며,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동안 수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탈레반 무장 세력이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탈레반 무장 세력이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군사적 약점


탈레반이 전면적인 군사 공격과 저항에 직면했다면, 점령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와틀링은 "정부군이 저항했어도 결국은 탈레반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프간 국군은 조직적으로 부패하고 효과적인 지휘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자신의 부대에 얼마나 많은 병사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장비 대부분이 해체, 도난, 매각되어 제 기능을 못 하는 부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아프간 군부는 정부로부터 음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고 급여도 지급받지 못했다.

많은 부대가 장비를 현금으로 탈레반에게 팔았고, 탈영이 빈발했다. 이로 인해 장부의 병력 숫자와 실제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무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의 실패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귀결된다. 아프가니스탄은 서방 국가들과 너무나 달랐다.

미국의 전 정보장교는 "아프가니스탄에는 중앙 정부가 존재한 적이 없다. 미국이 통일 정부를 설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이 권력을 되찾는 것에 대해 놀라는 것은 미국이 얼마나 아프간을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수많은 부족, 언어, 민족, 종교 종파로 이루어진 나라이며,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서구적 가치를 전제로 한 통일된 민주주의로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부족 동맹은 때로는 국가 동맹보다 우선하고 충성은 돈과 권력을 따른다. 탈레반의 강점은 파슈툰족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큰 민족 집단에 속한다는 데 있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국가를 지배할 능력이 전혀 없는 소수 민족의 ‘잡동사니’를 지지했다"고 그는 말했다.

2020년 초 미국이 중재한 탈레반과의 휴전 또한 아프간 정부의 이미지를 더욱 약화시켰다. 와틀링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협상은 아프간 정부의 지도부를 배제했다"며 "아프간 정부는 이미 지역사회의 존중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3900만 아프간 국민들은 나라의 미래를 심각하게 두려워한다. 1996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6년 후인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면서 처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여성들의 두려움은 더욱 크다. 미군과 연합군의 주둔으로 찾아왔던 아프간의 기본적인 자유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