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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규제지역이 있다’…상대성 이점에 관심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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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규제지역이 있다’…상대성 이점에 관심 쏠려

전국 절반이 규제지역…'비규제'엔 분양 러시로 ‘줍줍’도
규제없는 지방아파트에 원정까지…외지 투자 등 잇따라

충남 아산이 비규제지역으로 분류되면서 풍선효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최환금 전문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충남 아산이 비규제지역으로 분류되면서 풍선효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최환금 전문기자
정부에서 주택가격 등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세금과 대출 등에 제한을 두는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이곳은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구분한다.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부연설명하면 투기지역은 주택과 토지가격이 급등해 말 그대로 투기가 우려되는 곳을 말한다. 지정되면 해당 지역의 양도소득세를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액으로 부과하며 주택담보대출을 세대당 1건으로 제한한다.
투기과열지역은 주택, 토지에 대한 투기 우려가 높은 지역을 지정해 투기 억제를 관리하는 지역으로, 분양권 전매나 청약 1순위 그리고 조합원 지위 양도 등에 대해 금지조치 등 제한이 따른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 2배 이상이거나, 청약 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곳으로, 투기과열지역 규제 조건에 더해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60%, 50%로 제한된다.

근래들어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규제지역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전국의 절반이 규제지역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이처럼 여러가지 규제로 묶이다보니 투기 차단 효과는 바람직하지만 수요자나 투자자는 거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 시민은 "실수요자로 내집 하나 마련하는데 투기과열지역이네, 조정대상지역이네 하면서 각종 규제로 대출이 안돼 결국 자금이 부족하게돼 집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투기를 막겠다는 정책이 되레 실수요자를 막고 현금부자만 수월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게 됐다"며 지적했다.

이와 대비되는 규제지역이 아닌 곳, 즉 비규제지역은 말 그대로 규제하는 지역이 아니기에 규제를 피할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충남 아산이 비규제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지역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최환금 전문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충남 아산이 비규제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지역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최환금 전문기자

규제지역에 비해 비규제지역은 세대주, 세대원 요건과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등의 청약관련 규제가 적으며, 대출도 LTV은 최대 70%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비규제 지역은 어디일까.

현재 전국 226개 시·군 가운데 투기과열지역 49곳, 조정대상지역 111곳 등 규제지역을 제외한 전국 비규제 지역은 부산 기장군·중구와 울산 동·북 그리고 충북 충주와 충남 아산·당진·서산·공주·계룡, 강원은 춘천·원주·강릉, 경북은 포항북·구미·김천·경주·안동이며 경남은 양산·김해·마산·진해·진주·거제·통영, 전북은 군산·익산, 전남은 목포· 나주 지역이다.

수도권에서는 규제지역에 지난해 6월 의정부·양주, 12월에 파주가 포함되면서, 비규제지역으로 연천·가평·양평·여주·이천·포천·동두천, 인천시 강화군 등 일부 지역만 남게 됐다.

이 지역은 비규제지역이지만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분양가가 지방 도시보다는 높은 편이다. 이에 지방 아파트 분양을 위해 원정 청약에 나서는 현상도 나타났다.

따라서 지방에 속하면서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가까운 충청권이 주목을 받게 됐다. 비규제지역인 충남 아산시의 경우 지난 3월에 분양한 한 아파트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508세대 모집에 2만6822명이 몰려 평균 52.8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아산시와 인접한 천안시가 지난해 1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규제를 적용받음에 따라 이에 비례해 아산시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산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지역이 확대되면서 지역상으로는 근거리임에도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보다 정약이나 대출자격 등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인접 지역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아산 역시 천안에 비해 규제가 까다롭지 않아 서울, 수도권 지역의 수요자 등이 몰리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아산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계획과 신흥 주거타운 형성 등이 예정돼 미래가치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면서 "아산시 배방읍 지역의 한 아파트는 전용 84㎡A의 경우 올해 7억 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지난해 4억 9700만 원과 비교할 때 1년 새 무려 43%나 올랐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부동산 규제지역을 선정하면서 비규제지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비규제지역에서 지난해 6월 규제지역에 포함된 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최환금 전문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부동산 규제지역을 선정하면서 비규제지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비규제지역에서 지난해 6월 규제지역에 포함된 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최환금 전문기자

비규제지역마다 관심이 집중되면서 건설업체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DL이앤씨는 1호선 연장 예정인 경기 연천군 연천역 인근에 ‘e편한세상 연천 웰스하임’을 분양할 예정이며, 대우건설이 경기 포천시에 '태봉공원 푸르지오 파크몬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동부건설은 경기 여주시에 '여주역 센트레빌 트리니체'를 분양 예정이며, 일신건영은 경기 이천시에 '이천 사동리 휴먼빌'을 공급할 예정으로 있다.

이처럼 수도권과 충청권 등 비규제지역이 많은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공급이 몰리고 있다. 이에 일부 지역의 경우 공급 과잉에 따른 잔여세대를 대상으로 이른바 무순위나 선착순 분양으로 진행해 '줍줍아파트'로 불리기도 한다.

비규제지역인 충남 아산에서 공급된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일반분양한 3027세대 가운데 발생한 잔여 275세대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해 13만5940여명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보유나 무주택 여부 등 자격 제한 없이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도 없다.

이처럼 '운만 좋으면 당첨되는' 조건에 따라 무순위 청약에 다주택자와 현금 부자들이 몰리게 됐다. 이들을 중심으로 선착순으로 ‘줍고 줍는다’는 의미의 ‘줍줍’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정부는 무순위, 선착순 분양이라도 해당지역 거주, 재당첨 제한 등의 요건을 마련해 적용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정책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규제 지역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면서, "지리상으로도 규제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비규제지역일 경우 매매수요와 투자수요가 더해지며 희소성 높은 비규제 단지로 미래가치 가능성이 높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후 이를 피한 비규제지역에서 풍선효과처럼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런 현상에 따라 비규제지역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안정을 위해 지정한 규제지역 정책의 효과와 역효과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환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gcho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