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무임승차 적자 책임 전가에 지하철노조 "9월 총파업"...정부·서울시 '나 몰라라'

공유
0

무임승차 적자 책임 전가에 지하철노조 "9월 총파업"...정부·서울시 '나 몰라라'

서울교통공사 노조 "감원 철회·국비 보전 수용 않으면 파업" 82% 찬성
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 등 대도시 지하철 노조도 지지 '연대파업' 동조
정부·서울시 "노사간 협의 사안, 간여 안해" 적자 폭탄돌리기식 책임 회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을 포함한 전국 6개 지하철노조 위원장들이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전국 6대 지하철노조 총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을 포함한 전국 6개 지하철노조 위원장들이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전국 6대 지하철노조 총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오는 9월 14일 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 등 다른 도시철도와 사상 첫 연대파업 여부는 9월초 최종 결정된다.

◇서울·부산·대구·인천·대전 파업 가결...광주는 내달 초 찬반투표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조로 구성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지하철노조협의회)는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임수송 국비보전 등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9월 14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난 17~20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였고, 전체 조합원 1만 889명 중 투표율 91.5%, 투표자 81.6%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부산·대구·인천·대전 등 광주를 제외한 다른 4개 지하철 노조도 각각 쟁의찬반투표를 벌여 각각 68.6%(부산)~85.3%(대전)의 찬성률로 파업을 의결했다. 광주도시철도 노조는 다음달 초 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높은 파업 찬성률이 나온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정난을 무책임하게 방치하다가 구조조정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분노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노조협의회는 ▲서울교통공사 등의 구조조정계획 철회 ▲고령자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 국비보전 ▲청년 신규채용 이행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다만, 노조측은 시민 불안을 감안해 즉각적인 파업 대신 정부와 서울시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며,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대화조차 거부할 경우 다음달 14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서울 외의 지하철노조 연대파업 여부 최종 결정은 각 노조의 내부 논의를 거쳐 다음달 초 확정하기로 했다.

파업 돌입에 앞서 6개 지하철 노조는 오는 26일 서울 등 전국 6개 도시 지하철 주요 역사에서 공익서비스 비용 정부지원 법제화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동시다발로 열고, 국회 앞 릴레이 시위, 도보행진 등도 벌일 계획이다.

◇손실 70%가 무임수송인데...정부 "국비보전 반대", 서울시 "시와는 무관"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사 안에 부착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홍보 포스터. 무임수송 국비보전 촉구와 안전관리 외주화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사 안에 부착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홍보 포스터. 무임수송 국비보전 촉구와 안전관리 외주화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전국 지하철 연대파업이 현실화되면 이는 사상 첫 전국 지하철 연대파업이자, 서울의 경우 2016년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연대파업 움직임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사측이 인력 10%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아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까지 더해져 1조 10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1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따르면 이러한 당기순손실의 70%는 고령자·장애인·유공자 등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이다. 여기에 버스환승할인 등까지 더하면 공공서비스 제공 비용은 당기순손실을 상회한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총 정원의 10%가 넘는 1971명 감원, 안전관리업무 외주화, 복리후생제도 축소 등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해 노사교섭이 결렬됐다.

서울 외에 다른 곳은 아직 대규모 인력감축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6개 지하철 노조는 무임수송으로 인한 경영난이 공통의 현안인 만큼 연대 파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도시철도 무임수송 비용을 정부가 보전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아직 국회 국토교통위워회에 계류 중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따르면, 이 법안은 기획재정부의 강한 반대로 인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올해 들어 지방공기업을 통괄하는 행정안전부는 각 지하철 운영기관에게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고, 서울시도 서울교통공사에게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시는 현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파업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관계자는 "무임수송 국비보전 등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요구사항은 우선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협의해야 할 사안인 만큼 현재로선 서울시가 나서거나 노조측과 대화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현 사태가 서울시와는 무관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회사측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종용해 놓고도 총파업을 앞둔 상황에 지나치게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쟁의발생 시 서울시장 또는 부시장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협상장을 방문해 노사 양측을 격려하고 물밑 대화를 주선하는 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재정부담을 우려해 무임수송 국비보전을 반대하는 기재부나 지방공기업 자구노력을 지시하는 행안부 모두 도시철도 경영난은 지자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노조와의 직접 대화는 극히 꺼리는 모습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대규모 인력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는 안전운행과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한국철도(코레일)가 무임수송 비용을 보전받고 있듯이, 지하철도 국가정책으로 제정된 교통복지이므로 공익서비스 비용은 국비로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사측 관계자는 "무임수송 국비보전 필요성에 회사도 노조와 견해가 같다"면서도 "다만, 회사로서 경영난 극복을 위한 자구노력은 필요한 만큼 노조와 계속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며, 부득이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