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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락 초록소프트 대표 "생각보다 인간적인 금융, 인공지능 활용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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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락 초록소프트 대표 "생각보다 인간적인 금융, 인공지능 활용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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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락 초록소프트 대표
자동차, 가전, 게임, 건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융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분야는 보수적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겠지만 김명락 초록소프트 대표는 이와 더불어 금융에는 생각보다 인간적인 면이 많이 들어있어 인공지능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프로그래머였던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해 핵융합 장치를 제어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후 10년 동안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전략기획, 신사업, 경영혁신, 정보전략, 건설IT융합 업무를 맡은 인공지능 전문가다. 2015년에는 딥러닝 기술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초록소프트를 창업해 운영 중이다.
그런 그가 인공지능을 금융에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우선 금융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방식이 높은 수준으로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30점의 성과를 내고 있는 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60점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놀라워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돈이 걸려있는 금융의 경우 이미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공지능을 도입한다고 해서 현재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도 어렵고 결과가 잘 나온다고 해도 사람들의 반응이 다른 분야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이라는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때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분야에는 기본적으로 돈이 걸려있다보니 이해관계자들에게 인공지능으로 결과를 보여주고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대중의 기대도 크다보니 무난한 결과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의 추천으로 10번 중 9번은 돈을 벌고 1번은 잃어서 결과적으로 이득이 더 많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9번을 번 것보다 1번 잃은 것에 대해 더 크게 생각한다. 따라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 10번 다 평이하게 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이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되면 시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을 때의 리스크도 더욱 커지게 된다. 훈련 밖의 일에 대해 대응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은 모라토리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에 오히려 인간보다 적응을 못한다.

김 대표는 “프로그램 매매를 하는 헤지펀드 운용사 롱텀인베스트먼트에는 월가 최고의 자산운용가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있었었지만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후 도산하고 말았다. 그 전까지는 수익이 좋았으나 고려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아닌 펀드매니저였다면 오히려 더 잘 대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가 흐름에 대해서도 “인공지능의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가는 것”이라며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해서 주가가 폭락하는 것도 코로나를 회복하지 못했는데 몇 달 뒤 다시 오르는 것도 이성적이지는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분야의 서비스에는 인간적인 부분이 많다”며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거나 맡기는 것도 주식 거래를 하는 것도 모두 금융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에서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통해 확률을 예측하는 정도의 일은 할 수 있어도 신뢰를 주는 일은 사람이 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년 동안 초록소프트의 대표로서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오해를 가감없이 접한 김 대표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이것이 인공지능이다'를 펴냈다. 현재 연세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각각 금융 분야 인공지능과 스포츠 분야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종대학교, 을지대학교, 단국대학교, 경희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 조선대학교 등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강의하며 후학 양성과 인공지능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