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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시티 수출 첨병' LH, 중남미 스마트시티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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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시티 수출 첨병' LH, 중남미 스마트시티 책임진다

2014년 볼리비아 신도시 자문사업 수주, 한국형 신도시 중남미 첫 진출
해외건설 '코디네이터' 역할 수행…국내기업들 시장참여 확대 기회도 제공

국내 최대 건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내에서 쌓은 택지·신도시 개발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 도시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과 중동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건설업계의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떠오른 중남미에서도 ‘산업 한류’의 선도자로 신성장동력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LH의 대표 신성장동력은 바로 한국형 스마트시티로 불리는 ‘신도시 수출’이다. 최근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신도시 개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흐름을 포착한 LH는 지난 30년 이상의 분당·일산 등 국내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을 주도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해외에 전파하며 ‘K-건설 한류’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3.5조원 규모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스마트시티’ 참여…중남미 최초 한국형 신도시사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하고 있는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스마트시티·주택 건설' 사업의 신도시 조감도.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하고 있는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스마트시티·주택 건설' 사업의 신도시 조감도.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난 1990년대 1기 신도시인 일산과 분당에서 2000년대 2기 신도시 판교와 중동·산본에 이르기까지 대형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도시 조성의 노하우를 익힌 LH는 ‘스마트시티(정보통신기술‧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지능화된 도시기반시설)’ 사업을 앞세워 최근 몇 년 새 중남미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LH는 지난 2014년부터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스마트시티·주택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본구상‧기본계획에서 실시설계까지 한국기업들이 도맡아 추진하는 중남미 최초의 한국형 신도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타크루즈 신도시는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북동쪽 인근에 오는 2035년까지 분당 신도시의 3배 크기인 5445만㎡ 부지에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도시가 완성되면 정주인구 약 45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사업비는 총 3조 5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풍부한 기반시설을 갖춘 친환경적인 미래형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해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LH는 2014년부터 도시개발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로 구성한 자문단을 파견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기본구상·마스터플랜·실시설계 등 약 1149만 달러 규모의 용역을 따내 산타크루즈 신도시 건설을 수행하고 있다.

LH는 신도시 개발 경험이 부족한 볼리비아 민간 부동산 전문기업 GEL(시행사)을 대신해 신도시 사업관리(PM) 자문을 맡고 있다.

산타크루즈 신도시는 총 3개 지구로 나눠 5년 단위로 개발되며, 각 지구는 동‧서 간선도로를 기준으로 다시 3개 구역으로 세분화돼 차례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는 오는 2030년까지 3단계로 개발 중인 국내의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와 비슷한 방식이다.

LH 관계자는 “산타크루즈 신도시 프로젝트는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첫 중남미 수출 사례로, 산타크루즈 신도시에 남미권 국가인 파라과이·콜롬비아·페루 등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한 IT 기반 한국형 스마트시티, 인근 국가까지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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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파라과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파라과이 도시주택부가 2019년 10월 발주한 ‘바냐도 수르 지역 개발 기본계획(MP)‧따꿈부지구 상세계획 수립사업’ 용역을 따낸 것이다.

이 사업은 2016년 파라과이 주택청 관계자들이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신도시 현장을 방문한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LH가 참여하고 있는 산타크루즈 신도시 사업모델을 보고 감탄한 파라과이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의 도시개발 기술력과 노하우를 높이 사며 한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시의 바냐도 수르 지역은 5000가구 이상의 무허가 판자촌이 자리 잡고 있는 파라과이 강 주변의 상습 범람지역이다. 파라과이 정부는 아순시온시 도심 인근 침수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방도로 건설 공사와 함께 이주단지와 신도시 건설을 계획 중이다. 바냐도 수르 지역 신도시는 900만㎡ 부지에 조성되며, 이주단지는 다꿈부 지역에서 270만㎡ 규모로 지어진다.

LH는 페루에서도 ‘K-시티’ 전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페루 문화역사도시인 쿠스코와 ‘알레한드로 벨라스코 아스테테’ 국제공항 부지 스마트시티 개발과 쿠스코시 개발사업 전반에 상호협력하는 협약(MOU)을 맺었다.

쿠스코시는 전세계 관광객인 몰리는 잉카문명 유적지 ‘마추픽추’의 관문인 알레한드로 벨라스코 아스테테 국제공항의 기능이 인근에 새로 건설되는 친체로 국제공항으로 오는 2025년 이전시키고 해당 공항 부지 121만㎡에 스마트시티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연평균 4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글로벌 관광도시인 쿠스코는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도시화율이 98%에 이른다. 따라서, 개발 가능한 땅이 부족한 만큼 개발 압력이 높고, 약 2만가구의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도심 정중앙에 위치해 주변 기반시설이 이미 구축돼있고, 부지 전체가 국·공유지여서 사업 리스크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4월 쿠스코 공항부지 스마트시티 기본구상 사업을 ‘K-City 네트워크 글로벌 협력프로그램’으로 선정했고, 현재 LH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공동 발주한 기본구상·예비타당성 조사용역이 진행 중이다.

페루 서북부 라리베르타드 주(州) 후안차코 지역 내 스마트시티 개발사업 참여도 가시화되고 있다. 후안차코 지역은 관광유적 해안도시 트루히요(Trujillo)에 속한 도시이다. 라리베르타드 주지사는 지역 내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10월 LH와 처음으로 논의했다.

사업 대상지는 후안차코 내 라리베르타드 주정부가 소유한 105만㎡ 규모의 부지로, LH는 이곳에 최첨단 기술과 넓은 녹지를 적용한 주거단지와 첨단 교통인프라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기업 중남미 진출 '디딤돌' 역할 수행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중남미 4개국 도시정책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도시개발 연수 세미나의 모습.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중남미 4개국 도시정책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도시개발 연수 세미나의 모습.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LH)

LH는 단순히 신도시 개발 노하우 수출에만 머물지 않고, 국내 건설·설계·엔지니어링업체들의 중남미 진출을 돕는 ‘조력자’ 역할도 맡고 있다.

민간 건설업체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 타당성 조사나 설계 용역을 수주한 뒤 쌓은 신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볼리비아 정부는 ‘산타크루즈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해 지난 2014년 6월 한국 측에 도움을 요청했고, LH는 그해 7월 자문단을 파견했다. 이는 2016년 3월 선진엔지니어링평화엔지니어링 등 국내업체들이 볼리비아 신도시 사업의 실시설계용역을 수행하는 발판이 됐다.

LH는 해외 신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국가간 협력사업을 통해 정부를 대신해 민간의 해외 도시개발 수주환경을 조성하거나 기획제안을 통해 사업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ODA(공적개발원조사업)의 PMC(사업관리용역)도 수행, 저개발 국가에 도시개발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된 사업경험과 기술, 신용도를 바탕으로 민관 공동사업이나 기획제안사업을 추진하는 등 앞으로도 국내 중소건설사와 해외 경험이 부족하거나 인지도가 낮은 중소 엔지니어링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