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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할부, 이월약정, 롤 오버...카드 신청하고 당하는 ‘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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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할부, 이월약정, 롤 오버...카드 신청하고 당하는 ‘고생’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20] 신용카드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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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가 만기 되어 새 것을 받았다. 따라온 계약서, 약관을 살펴봤다. 한자어와 외국어가 곳곳에 보인다.

이자율과 연체이자율 조건에서 ‘신판할부’, ‘이월약정(리볼빙)’에 이어 포인트 적립에서 ‘오토리스 대금’, ‘SMS이용수수료’, ‘스쿨뱅킹 등 알 듯 말 듯 아리송한 용어들이다.
신판할부에서 신판은 왜 이렇게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참 헤맸다. 신판은 신용판매의 줄임말이다. 길지도 않은 신용판매를 신판이라고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월약정은 금융권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 영어로 리볼빙(revolving)이다. 이번 달에 결제해야 할 카드 대금의 일부 (일부 결제금액)를 다음 달로 넘겨서 (이월) 결제하기로 약속하여 정한다는 뜻이다. 이때 고율의 수수료가 발생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포인트 적립에도 외국어가 많다.

‘오토리스(auto lease)’는 돈을 내고 자동차를 임대해 타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 임대’라고 하면 쉽다.

‘SMS이용수수료’에서 SMS 단문메시지서비스(Short Message Service)라는 뜻이다. SMS는 단문메시지서비스의 줄임말로 ‘문자메시지’라고도 한다. 실생활에서는 더 줄여 ‘문자’라고 해도 통용된다.

‘스쿨뱅킹(school banking)’은 학교에 내야 하는 각종 납부금을 학부모 계좌에서 자동이체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학교납부금 자동이체’이다.
계약서와 약정서를 읽고 나서 카드사 누리망에 접속하면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컴맹’들은 더 어렵다.

접속하는 순간 ‘보안프로그램 통합설치모듈’을 설치하라고 한다. 설치모듈에서 ‘모듈’이 뭐지? 사전에서 찾아봤다. ‘모듈(module)’이란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구성단위’다. 누리망에서 사용되는 보안프로그램 용어로서는 프로그램을 기능별로 분할한 일부분을 뜻한다. 다듬어야 할 우리말이 보이지 않아 외래어가 됐다.

카드사 누리망에서는 자동설치 된다고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어찌어찌 설치하고 나도 ‘암초’가 또 나온다. 설치가 완료되면 [F5]키를 눌러 새로 고침 하거나, 브라우저를 닫은 후 다시 접속해줘야 한다.

많은 보안프로그램들을 깔고 누리망에 접속, 발급 받은 카드 혜택과 주의 사항을 살펴봤다. 한자어와 일본식 금융 용어는 많이 사라 졌지만 그 자리를 영어가 차지했다.

‘롤 오버’, ‘세이브 포인트’, ‘오토 다이렉트’ 등 용어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롤오버(role over)’는 만기연장이다. 영어로 쓰면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말로 ‘만기연장’이라고 하면 아주 쉽다.

‘세이브 포인트’는 선지급 포인트라고 하는데 한참 설명이 필요하다. 말로는 혜택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공짜가 아니다. 고가 물품을 구입할 경우 일부 금액을 현금 대신 포인트로 결제하는 방법이다. 카드 사용 일정 금액 유지 시 금액의 일부를 할인 받는 방식으로 소개되지만 나중에 포인트로 상환해야 되는 부채다. 문제는 선지급 포인트 상환 시 매달 필수적으로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높게 유지해야 해 과소비를 부를 수 있다.

신용카드를 신청하고 나서 약관, 계약서를 읽어본 뒤 누리망에서 사용관련 문서를 살펴보려면 이렇게 ‘고생’이다.

감수: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