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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닷지, 큐 돌리다...게임 은어도 다국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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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닷지, 큐 돌리다...게임 은어도 다국어 번역

[고운 우리말, 쉬운 경제 21] 엔씨의 AI 번역기 서비스

“저 탈주해야 할 것 같아요.”

“네”
“닷지하셍. 5인 이상 집합 금지 까먹고 큐 돌렸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대들의 게임 은어 대화 내용이다. 여기서 ‘탈주’, ‘닷지’, ‘큐를 돌리다’ 등은 게임 은어로 이들은 일생 용어로도 사용한다.

‘탈주’는 여러 명이 팀플레이를 하도록 되어 있는 온라인 게임 중에 급한 일로 빠지거나 하기 싫다거나 하는 이유로 포기하고 나가는 행동을 말한다.

‘닷지(dodge)’는 ‘회피하다’ ‘~를 피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에서 나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게임 시작 전에 창(방)에서 나가버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큐를 돌리다’는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창(방)을 잡는 중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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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은어는 우리나라 말이라도 외국어에 가깝다. 이런 은어를 엔씨가 다국어 쌍방향 번역 서비스 시작했다.

엔씨는 지난 15일 AI 번역 엔진을 자사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 ‘퍼플(PURPLE)’에 적용하고 정식 서비스를 한다고 밝혔다.

AI 번역 엔진은 대만과 일본 퍼플에도 적용됐다. 대만은 중국어, 한국어, 영어 쌍방향 번역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일본어, 한국어, 영어 쌍방향 번역 기능이 제공되고 있다.

이 번역 엔진에 눈길 끄는 부분은 채팅 은어, 줄임말까지 인지해 해당 국가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번역된다는 것이다.

AI 번역 엔진 개발을 총괄한 Language AI Lab 이연수 실장은 “엔씨(NC) AI 번역 엔진은 게임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이용자의 발화를 자연스럽게 번역하는 기술을 갖췄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하고 “게임을 시작으로 금융, 미디어 등 다른 전문 영역의 번역까지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엔씨는 게임 용어 정리에 많은 힘을 들인 기업이다.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2188개 게임 용어를 담은 사전을 발간하기도 했다.

게임 사전을 통해 소개된 용어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게임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가상의 물건 또는 대상을 뜻하는 ‘아이템(item)’부터 ‘캐리’(아군의 승리를 이끄는 플레이어), ‘어그로’(상대방을 도발하는 행위), ‘랙’(서버 접속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정보 지연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 은어는 ‘그들만의 언어’로 계층 간 위화감이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게임 은어를 사전으로 정리하고, 다국어 AI 번역기 서비스까지 하는 엔씨의 기업 정신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감수: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