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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땅 왔지만 믿어지지 않아요”...아프간인 378명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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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땅 왔지만 믿어지지 않아요”...아프간인 378명 입국

군 수송기 3대 급파…아프간서 파키스탄 이송
14일간 자가격리....난민 수용 반대 목소리 만만치 않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도운 아프간 현지 직원, 자녀, 부모 등 378여 명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도운 아프간 현지 직원, 자녀, 부모 등 378여 명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출신 협력자와 그 가족 378명이 26일 한국군 수송기를 타고 마침내 ‘희망의 나라’인 한국 땅을 밟았다.

아프간인을 태운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은 이날 오후 4시24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53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해 약 11시간 만에 한국에 온 것이다.
정부는 아프간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 공세가 거세진 8월 초부터 민간항공기를 이용해 한국을 도운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해지자 지난 23일 한국군 수송기 3대를 현지에 보냈다. 정부가 분쟁 지역 외국인을 이처럼 대규모로 국내로 데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입국 대상인 391명 가운데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남아있는 13명은 다른 한국군 수송기를 타고 조만간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도착한 아프간 조력자와 가족들은 입국장에 들어서며 환영객의 박수를 받았다. 아프간 아이들도 환영객 박수에 화답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은 한국에 도착한 것이 신기한 듯 인천공항 곳곳을 바라보며 검역대를 통과했다. 이날 도착한 아프간 조력자는 “탈레반 위협에서 벗어나 희망의 땅인 한국에 도착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국장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아프간 조력자와 가족들을 반겼다. 박 장관과 법무부 직원들은 아이들에게 인형을 나눠주며 입국심사를 챙겼다.

이날 인천공항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아프간 조력자와 가족들은 일반 승객들과 분리됐고 취재진도 접근할 수 없도록 안전거리 유지선이 설치됐다.
이에 앞서 우리 정부는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를 도운 현지인들을 특별공로자로 인정하고 이들의 국내 이송을 추진했다.

이들은 지난 수년간 주(駐)아프간 한국 대사관, KOICA(한국국제협력단),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 등에서 의사와 간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 통역, 강사 등으로 일한 전문인력과 그들의 가족이다.

가족 중에는 10세 이하 어린이와 노약자가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은 공항 내 별도 장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방역 절차를 거친 뒤 공항 근처 임시시설에서 대기하다 음성이 확인되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이들은 인재개발원에서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면서 정착 교육을 받다가 6∼8주 뒤 정부가 마련한 다른 시설로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위해 단기방문(C-3) 도착비자 발급 뒤 곧이어 장기체류가 가능한 체류자격(F-1)을 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인재개발원에서 임시생활 단계를 마친 후 취업이 자유로운 거주(F-2) 비자를 발급 받는다.

한편 아프간 입국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 타국은 난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방어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지금 한국도 불경기와 코로나 장기화로 불우이웃이 넘치고 너무 힘든 상황이다. 자국민도 죽니 사니 하는 마당에 난민이라니 종교 문제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2만3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난민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시각도 싸늘한 편이다.

유엔난민기구(UNCHR)가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와 국내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난민 수용 반대가 53%로 찬성(3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정부·국민의 부담(64%), 범죄 등 사회문제 우려(57%) 등을 꼽았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