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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스위스' 레바논, 최악의 식수난…국민 70% 절체절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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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스위스' 레바논, 최악의 식수난…국민 70% 절체절명 위기

레바논 전역의 식수난 현황. 자주색 지역이 최고로 위험한 상태(하루 공급되는 식수 35ℓ 미만)에 놓인 곳이다. 사진=알자지라이미지 확대보기
레바논 전역의 식수난 현황. 자주색 지역이 최고로 위험한 상태(하루 공급되는 식수 35ℓ 미만)에 놓인 곳이다. 사진=알자지라
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로 내륙 고지대에서는 겨울철에 스키도 즐길 수 있어 ‘중동의 스위스’로 불려왔던 레바논이 사상 최악의 식수난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중동권 유력 언론매체 알자지라는 유엔 산하 아동구호기구 유니세프가 최근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레바논의 식수난이 공공 상수도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놓일 정도로 극심한 단계로 치닫고 있어 국제사회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레바논 국민의 70% 이상이 물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수시설 두달내 가동 중단 위기


극심한 정정 불안 속에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로 석유가격과 생필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염소수와 정비 관련 부속품 등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상수도 시스템이 가동 중단될 위기에 놓였고 전력 공급망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유니세프는 “이런 추세라면 레바논 내에서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모든 양수시설의 가동이 앞으로 4~8주 안에 점차적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중동권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로 꼽히는 레바논은 무려 17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데 시리아 난민의 40% 이상이 살고 있는 바알베크헤르멜주 베카 계곡의 난민 수용소들이 가장 먼저 식수 중단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사무총재는 호소문을 통해 “당장 시급하게 조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어린이를 비롯해 400만명 이상의 레바논 국민이 앞으로 최고 단계의 물부족 사태에 놓이거나 아예 물을 먹지 못하는 사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지난 5월과 6월에 걸쳐 레바논내 주요 상수도 관리업체 4곳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레바논 전체 인구의 71% 이상이 ‘1단계 위험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1단계 위험 상태는 일인당 하루에 마실 수 있는 물이 35ℓ도 안되는 경우를 말한다.

◇석유가격 세계 최고

레바논의 상수도 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놓인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가격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로 자국 통화가치가 2년 사이에 90%나 떨어진데다 레바논 중앙은행이 석유 수입업체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대폭 줄이면서 석유수입이 파행을 겪었고 이 여파로 석유 가격이 급등하자 관계당국이 석유 부족 사태를 피하기 위해 다시 가격을 66%나 올리는 발표를 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결과 알자지라에 따르면 레바논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16달러 수준으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 상수도 시스템이 붕괴돼 개인적으로 물을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식수 가격은 지금의 200%로 치솟을 것이라고 유니세프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대비 현재 물가가 10배나 오른 상황에서 식수 가격이 이같이 급등하면 레바논 경제는 더 큰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레바논의 휘발유 가격 추이. 사진=알자지라이미지 확대보기
레바논의 휘발유 가격 추이. 사진=알자지라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