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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천항만공사 항만활성화사업 '정부 태클'로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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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천항만공사 항만활성화사업 '정부 태클'로 가시밭길

법제처에 발목잡힌 인천항 골든하버...인천항만공사, 투자유치 묘수 없어 고심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 "항만공사 자율권 확대해야" 정부 과도 규제 작심 쓴소리

인천항 골든하버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인천항만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항 골든하버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인천항만공사
국내 4대 항만공사의 '형님'격인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가 정부의 강한 규제와 소관부처의 간섭으로 주요 핵심사업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 골든하버 프로젝트, 부지·시설 임대·양도 제한에 투자자 못찾아 고심


30일 항만업계와 두 항만공사에 따르면, 인천항만공사는 지지부진한 '골든하버 프로젝트'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투자처 발굴과 관련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 부두 배후부지 2만여㎡에 호텔·쇼핑몰·리조트 등 해양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인 골든하버 프로젝트는 지난해 인천항만공사가 부지조성 공사를 완료한 뒤 투자기업들을 물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법제처가 "골든하버에 설치되는 시설 모두 항만법상 규제를 받는 항만시설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배후부지에 조성될 숙박시설과 상업시설 모두 항만시설로 간주돼 인천항만공사의 임대·양도 행위에 강한 제약을 받게 됐다.

엄격한 규제를 받는 1종 항만배후단지와 비교해 2종 항만배후단지인 골든하버는 당초 항만법 규제에서 예외로 인정될 가능성이 기대됐으나, 법제처는 항만법상 항만시설 규제가 1종·2종 관계없이 모든 항만배후단지에 적용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결국, 지난 2019년 개정된 항만법에 따라 민간 개발사업자가 인천항만공사로부터 골든하버 부지를 매입해 호텔·쇼핑몰·오피스텔 등을 조성하더라도 부지와 시설의 양도는 10년간 제한받고 임대계약 때마다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행정 규제가 적용되기에 인천항만공사로서는 규제에 따른 경영활동 제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 셈이다.

당초 기대와 달리 '행정 규제'에 덜컥 발목이 잡혀버린 인천항만공사는 부지 매각 대신 '직접 임대'로 사업방향을 돌리고, 정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시설을 적극 발굴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해수부와 협력해 항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임대사업을 운영하더라도 인천항 임대료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다 항만법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시설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고, 항만법 개정도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천항만공사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현재 투자 의향이 있는 몇몇 기업과 접촉하는 등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며,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항만법 개정도 장기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원론 수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퇴임 앞둔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 항만사업 정부 과도 개입에 작심 쓴소리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왼쪽 1번째)이 6월 10일 부산항만공사 본사에서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접견하는 모습. 사진=부산항만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왼쪽 1번째)이 6월 10일 부산항만공사 본사에서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접견하는 모습. 사진=부산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도 항만관련 사업 추진에서 인천항만공사와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인천항만공사와 달리 항만개발에 가해진 행정 규제와 관련,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퇴임을 앞둔 부산항만공사 남기찬 사장가 최근 항만전문가 토론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잇따라 항만관련 사업에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개입을 작심한 듯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남 사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항만공사 설립취지와 달리 항만공사에게는 항만개발 계획, 실시, 민자유치 등의 권한이 전혀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해수부의 과도한 관여로 항만공사가 민간보다 못한 측면이 있다"며 직설적으로 소관부처인 해수부를 비판했다.

남 사장은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만공사 자율성은 필수"라고 강조한 뒤 "관이 계속 쥐고 가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일 부산항발전협의회 등이 주최한 '항만공사 자율성 확보 및 책임성 강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남사장은 "항만공사 관할 항만에 기본계획은 항만공사가 세우고, 항만개발에 필요한 재원조달 등도 항만공사가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며 항만공사의 자율경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부산항 민자유치 부두개발사업을 해수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 남 사장은 "과거 인천신항 배후단지의 민간개발을 주도한 해수부 간부가 해당업체 대표로 이직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부산신항 부두개발을 민간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해수부 주도 개발에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같은 남기찬 사장의 강도높은 비판을 놓고 2004년 설립된 부산항만공사와 2005년 설립된 인천항만공사를 필두로 국내 항만공사들이 15년 넘게 항만사업 경험을 축적해 온 만큼 개별 항만개발 사업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항만공사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항만공사 기관장의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교수 출신인 남 사장이 3년 임기가 공식 만료되는 시점에서 그동안 현장에서 느껴 온 항만공사 경영의 구조 문제에 작심하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항만 계획과 개발, 관리, 운영 등을 항만위원회로 이관하고 현재 구분이 모호한 지방해양수산청과 항만공사의 권한과 기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