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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유통 바탕 '바이오' 무기로 시장 공략 나선 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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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유통 바탕 '바이오' 무기로 시장 공략 나선 GS

미용 외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등 난치 치료 성장 가능성 커
친환경 바이오 등으로 사업 넓혀 바이오 사업 플랫폼 육성 전략
삼성·SK·CJ 등 대기업 바이오 주력…GS도 휴젤 안고 새 모멘텀 확보
허태수 회장 "보톡스 1위 '휴젤' 품고 '의료바이오' 새 역사 쓰겠다"

허태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은 휴젤 인수로 바이오 분야에 본격 진출한다. 사진=GS그룹
허태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은 휴젤 인수로 바이오 분야에 본격 진출한다. 사진=GS그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 바이오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2019년 4502억 달러(약 518조 원)에서 2024년 6433억 달러(약 740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SK·CJ 등 국내 대기업들도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을 이어가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정유(GS칼텍스)와 유통(GS리테일) 사업을 주축으로 삼던 GS그룹은 최근 국내 보톨리눔 톡신 1위 기업 휴젤과 손잡고 바이오 사업 다각화를 선언했다. GS가 의료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그룹 출범 이래 최초로 바이오를 신규 먹거리로 선택하면서 '정유-유통-바이오'의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 GS그룹 컨소시엄, 1조 7240억 원에 휴젤 인수


GS그룹이 국내 보톨리눔 톡신 1위 기업 휴젤과 손잡고 바이오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GS가 의료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그룹 출범 이래 최초다.

허태수 회장 취임 후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해왔던 GS는 휴젤 인수를 발판으로 바이오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GS는 25일 휴젤의 최대주주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휴젤의 지분 46.9%를 1조 7240억 원에 인수하고자 싱가포르 펀드 CBC그룹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참여해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GS와 IMM인베스트먼트는 공동으로 해외 법인(SPC)을 설립하고 각각 1억5000만 달러(1755억 원)씩 투자해 휴젤의 해외 법인의 지분 27.3%를 취득했다.

GS는 휴젤을 통해 의료바이오 시장에 진출, 기존 산업바이오 사업과 시너지를 추구할 방침이다. 또 친환경 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넓혀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허태수 GS 회장은 "휴젤은 보톨리눔 톡신, 히알루론산 필러 등 검증된 제품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향후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GS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육성해 미래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휴젤은 보톨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 제조 국내 1위 기업이다. 사진=휴젤이미지 확대보기
휴젤은 보톨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 제조 국내 1위 기업이다. 사진=휴젤


◇ 휴젤, 제품 경쟁력과 글로벌 성장 가능성 모두 갖춰


GS가 의료바이오 사업 첫 투자처로 휴젤을 택한 이유는 회사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문경엽 박사와 동양성형외과(현 BK성형외과) 홍성범, 신용호 원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휴젤은 보톨리눔 톡신, 히알루론산(HA) 필러 제조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 2010년 '보툴렉스(Botulax)' 정식 판매를 시작한 이후 경쟁이 치열한 국내 보톨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 2016년부터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근육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용 목적의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뿐 아니라 뇌졸중 후 상지 근육 경직, 뇌성마비로 인한 첨족기형(발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것) 등 난치병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어 치료용 의약품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사진=휴젤이미지 확대보기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사진=휴젤


◇ 보톨리눔 톡신 '레티보' 글로벌 진출 활발…유럽·미국 시장 승인 유력


휴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 받는다. 현재 중국, 동남아, 중동, 러시아 등 28개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과 유럽을 필두로 한 전 세계 31개국 HA필러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보톨리눔 톡신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판매 허가를 받으며 국내 기업 중 처음, 세계에서는 네 번째로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는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오는 2025년 약 2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유럽과 미국 시장 역시 각각 올해, 내년 중 품목허가 승인이 유력하다. 휴젤은 지난 2018년 미국 법인 휴젤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현지 유통·판매 직접 진출을 선언했으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레티보 품목허가 신청서를 접수해 심사 중이다.

회사는 내년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진출을 마무리 짓고 3년 안에 보툴리눔 톡신 진출국을 총 59개국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휴젤은 약 5조 원 규모의 글로벌 톡신 시장의 95%를 커버하게 된다.

◇ '바이오' 힘주는 대기업…GS "의료바이오 사업 진출 초석"


국내 대기업들도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을 이어가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과 SK, CJ는 이미 앞서나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건설 중인 제4공장을 완공하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글로벌 1위에 도약하게 되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 중이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승인 받았다.

CJ그룹은 지난달 바이오 기업 천랩 지분 44%를 938억 원에 확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 기반으로 신약개발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매각한 후 3년 만에 다시 바이오 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정유(GS칼텍스)와 유통(GS리테일) 사업을 주축으로 삼던 GS 또한 바이오를 신규 먹거리로 선택하면서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GS 관계자는 "휴젤에 대한 지분 투자는 의료바이오 사업 진출에 대한 초석으로 의미가 있다"면서 "기존 산업바이오 사업뿐 아니라 친환경 그린바이오 등 GS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a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