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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게 유지돼온 美 자동차 제조업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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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게 유지돼온 美 자동차 제조업계 지각변동

외국계 자동차업체서 일하는 근로자, 미국 자동차업체 종사 근로자 첫 추월

미국 전체 자동차산업 종사자 가운데 외국계 자동차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 추이. 사진=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악시오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전체 자동차산업 종사자 가운데 외국계 자동차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 추이. 사진=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악시오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 3’가 몰려 있는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무려 100년 넘게 유지돼온 미국 자동차 제조업계의 공고해보였던 지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대니얼 예긴 부회장에 따르면 지난 2009년까지 GM의 총사령탑이었던 릭 왜고너 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자동차 업계를 다가오는 100년 동안 먹여 살릴 차세대 자동차가 어떤 것일지를 궁금하게 여겼다.

그러나 미국 최대 완성차업체의 CEO였던 그 조차도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생태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외국계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미국인 근로자의 규모가 미국 자동차 업체에서 일하는 미국인 근로자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외국계 업체 종사자 2009년 34% → 2019년 51%


악시오스가 보도한 내용은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2019년까지 미국 자동차 업계 종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BEA에 따르면 2019년까지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 소재한 자동차 업체에 일한 근로자는 총 99만900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51%가 외국계 자동차 업체에 속한 근로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항상 다수였던 미국 자동차 업체 소속 근로자의 규모가 처음으로 외국계 기업 종사자에 밀린 것.

외국계 자동차 업체 근로자의 비율이 지난 2009년에는 34%였고 10년이 흐른 뒤 51%를 찍었고 2019년이 집계 가능한 가장 최근 시점이었으므로 그 이후에는 그 비율이 더 늘었을 개연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지형이 이처럼 변화를 맞고 있는 배경에 대해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모임인 글로벌비즈니스얼라이언스(GBA)의 낸시 맥러논 CEO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내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그만큼 큰 소비시장이고 숙련된 근로자도 많고 사업환경도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BEA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미국내 투자를 크게 확대한 대표적인 업체는 도요타, 마즈다, 혼다, 폭스바겐, 볼보, BMW, 메르세데즈, 현대자동차 등이다. BMW의 경우 미국내 생산시설을 미국내 시판 차량을 생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형 변화 가속화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지형이 이렇듯 달라지면서 100년 이상 공고하게 유지돼온 미국 자동차산업의 ‘빅 3’ 구도 역시 와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세 기둥으로 유지됐던 ‘빅 3’ 구도가 크라이슬러가 지난 1월 출범한 네덜란드의 다국적 완성차 제조업체로 판매량 기준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텔란티스에 편입되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지형이 GM과 포드의 양대 체제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를 크라이슬러가 비운 자리에 채우면 ‘빅 3’ 구도가 되살아날 수도 있지만 테슬라는 오로지 전기차만 만드는 전기차 업체여서 세 업체를 한 덩어리로 묶는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

한편, 맥러논 CEO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최근 5년간 미국 전체 제조업계에서 새로 생겨난 일자리의 69%가 외국계 제조업체에서 창출됐다”고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